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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바라기 Apr 14. 2021

나에겐 사소한 것들

너의 하루

 아이가 태어난 지 70일 정도가 지났다. 벌써 70일이 지났다니 새삼 놀랍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요즘 나의 하루는 크게 다르지 않은 루틴들이 반복된다. 한 3시간에서 4시간 정도가 한 싸이클로 대략 6-7번 정도를 반복하면 금세 다음날이 시작된다. 한 사이클을 결정하는 것은 아이의 먹는 것이다. 먹고 나서 놀고 자다가 다시 일어나서 먹는데 대략 3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똑같아 보이는 하루하루가 지나가면서 가끔씩 나에게 울적함이 찾아오는 때가 있다. 뭔가를 하고 있기는 한데 또렷이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고 막상 이 성과가 나의 커리어와 연결되지 않는 데서 오는 불안함이 나를 울적하게 만든다. 이 울적함을 달래기 위해 난 이 글을 쓰며 나름의 성과를 찾아보려 한다.


나의 지새운 밤들을 먹고 자란 아이의 성장을 써보고자 한다.





1. 1회 당 80ml를 먹던 아이는 지금은 170ml를 먹는다. 신생아 때는 먹고 나서 자주 게워냈고 간혹 분수토도 했다. 아기들은 위가 성인과는 달라서 몸에 약간 힘을 줘도 쉽게 넘어온다고 한다. 신생아 때 게워내는 것을 보고 혹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 많이 했는데 그때마다 육아 선배들은 시간이 약이라고 했다. 그 말이 맞다. 지금은 게워내는 횟수도 많이 줄었다. 170ml를 먹으면서 중간에 트림을 시켜주는 데 어른 트림 같은 '거-억' 소리를 내면 내 속이 다 후련하다.


2. 태어날 때 3.17kg에 51cm인 아이는 지금 6kg가 넘었고 키도 60cm가 되었다. 태어날 때 자신의 몸무게의 거의 2배가량이 되었다. 잘 먹고 잘 자라주고 있다. 머리카락도 자라고 눈썹도 진해지고 속눈썹은 길어졌다. 볼은 살이 포동포동 올라왔다. 손과 손톱도 커졌다. 내 손가락을 잡는 힘도 세졌다. 손의 움직임도 정교해졌다. 이전에는 손가락을 하나하나 움직이지 못하고 다섯 손가락을 통째로 움직였다면 지금은 한 개씩 좀 더 정교하게 움직인다. 아직 엄지 손가락을 움직이는 건 어설프지만 검지, 중지, 약지 손가락은 얼추 따로따로 움직인다. 허벅지도 튼실해졌다. 발목도 두꺼워지고 발등엔 살이 꽉 찼다.


3. 목을 얼추 가눈다. 아기 스스로 목에 힘을 주고 서려고 해 살짝씩 받쳐주기만 하면 된다. 눈에 보이는 것도 많아져 다른 사람과 눈도 마주치고 내가 움직이면 내 움직임을 따라서 움직인다. 이전에는 자동적인 반사로 배냇 웃음을 짓는 거였다면 지금은 내 눈을 보고 웃어주는 것 같다. 뭔가 아주 약간의 상호작용을 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있다. 옹알이도 시작했다. 하루가 다르게 내는 소리가 다양해지고 있다. 오앙. 에엥, 아우, 히에 등 입으로 내는 소리가 풍부해졌다. 그 소리에 내가 뭐라 뭐라 하면 아이도 뭐라 뭐라 한다. 외계어 같지만 신기하게도 조금은 소통하는 느낌이 든다.




 성인들에겐 아무것도 아닌 이 모든 것들이 아이에겐 하나하나 다 배우고 습득해가야 할 것 들이다.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들은 다 엄청난 것들이다. 하루를 보면 별 차이 없이 똑같아 보이는데 지나간 이런 하루들을 모아 놓고 보면 분명히 그 전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그러니 지금 하고 있는 이 육아라는 일은 절대 성과가 없는 일이 아니다. 한 아이를 기르는데 이렇게나 많은 에너지가 들어간다는 것은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의 반증이 아닐까.


 '잘한다'를 소리 내어 말해 발음 나는 대로 써보면 '자란다'이다. 아이를 자라도록 돕는 일은 참으로 잘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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