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하는 법을 배우는 나이
요즘은 모든 게 의무처럼 느껴진다.
운동도, 모임도, 심지어 가족과의 대화조차.
몸이 움직이길 거부하고, 마음은 그저 조용히 있고 싶다.
필라테스를 2년이나 다녔는데, 강사가 바뀌자 몸보다 마음이 먼저 피로해졌다.
새로운 사람에게 내 몸을 맡기고, 다시 익숙해지는 일 —
그건 단순한 운동 이상의 스트레스였다.
집에서도 스트레칭을 어느 정도 할 줄 아는데,
굳이 억지로 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의 대동맥류 검사를 계기로 가족에 대한 생각도 많아졌다.
부모의 노화, 형제간의 관계, 그리고 그 속에서 나의 역할.
엄마는 평생 참아온 한을 쏟아내듯 불평이 많아졌고,
아빠는 심장 스텐트 시술 이후 늘 “이제 얼마 못 산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신다.
동생은 그 모든 걸 받아내느라 지쳐 있다.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가족이란 도대체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 걸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부모님은 언젠가 떠나실 것이다.
남는 건 형제뿐이지만, 그 우애가 의무로 변하면 오래가지 못한다.
‘나는 이만큼 했는데, 너는 뭘 했느냐’는 마음이 싹트면 관계는 금세 무너진다.
그래서 나는 그저 각자의 가족이 평화롭길 바란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원하지 않는다.
아마 나이 든다는 건
무엇을 더 하는 게 아니라, 덜 하기로 결심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운동은 몸이 좋아할 만큼만,
가족은 관계가 평화로울 만큼만,
생각은 마음이 덜 아플 만큼만.
내가 나를 덜 괴롭히는 방향이,
결국 모두를 덜 아프게 하는 길이라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
#가족관계 #거리두기 #삶의 균형 #노화와 성찰 #감정의 리듬 #필라테스 #요가 #중년의 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