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싫어했지만

by 정현진

늘 겨울이 싫었다.

너무 춥고, 너무 황량하고, 쓸쓸한 겨울.


학교는 1월 초에 겨울방학을 하므로 그때부터는 교사로 일하는 내게도 제법 긴 휴식의 시간이 주어졌다. 겨울방학은 3주 남짓에 불과한 여름방학에 비해 훨씬 길었지만, 긴 겨울방학 내내 나는 추위를 불평하며 집에 꽁꽁 갇혀 지냈다. 이불 밖으로 나오는 게 싫어서 늦게 일어났고, 늦은 아침을 먹으면 이내 점심이 돌아오고,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채 빈둥거리다 보면 곧 어스름이 내렸다. '오늘 하루도 한 게 없네.'라고 자책하다가도, 방학은 원래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새해의 시작은 늘 1월 1일이고, 음력 설도 1월이나 2월의 어느 무렵이지만 번번이 새롭고 활기찬 마음으로 새해를 시작하는 일에 실패했다. 긴 겨울은 버티거나, 견뎌내야 할 무엇처럼 느껴졌다. 계획을 잘 세우지 못하는 성격 탓에 하루는 무의미하게 지나가기 일쑤였고, 부족한 신체활동과 일조량으로 우울감이나 무력감에 시달리다 보면 어느덧 다시 전쟁처럼 치열해질 3월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늘 겨울이 싫다고 불평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울이 오는 것을 내가 막을 수 없고, 일 년 중 겨울에 해당하는 날들은 무려 사분의 일이 넘는다. 마흔이라는 나이를 넘기면서는 속으로 하루하루가 흘러가는 것을 아까워하면서도 매번 어김없이 찾아오는 겨울을 불평만 하고 있다니. 겨울 하면 '추위'나 '어둠'을 떠올렸지만, 새하얀 눈이 주는 순백의 밝음, 춥기 때문에 더 만족스러운 뜨뜻한 아랫목이나 뜨끈한 물에 하는 샤워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분명히 겨울이 주는 좋은 것들이 있다.


일 년의 시작이 '봄'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겨울을 잘 보내야 좋은 봄을 시작할 수 있다. 안온한 휴식을 누리면서도 좋은 하루를 보냈다는 생각을 하면서 겨울의 하루를 보내고 싶다. 겨울의 한가운데에서 '좋은 하루를 보낸다는 것'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다. 겨울은 한 해의 시작이니까. 모든 생명들이 활짝 피어나기 위해 바짝 움츠러든 채로 준비하는 계절이니까.


그 준비하는 과정을 써보려고 한다. 뭔가를 '준비'하거나 '계획'하는데 늘 유능하지 못했지만, MBTI 탓을 하며 남은 인생을 똑같이 살 수는 없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겨울의 평범한 날들에 내가 느끼고, 배우고, 행하고, 실패한 것들을 써보려고 한다. 기록하기 위해서는 더 반듯한 하루를 살아내야 하니까. 망한 하루도 기록하면 나름의 의미를 가지니까. 그러다 보면 어느새 밝고 따스한 봄이 와있겠지 생각하면서.




이런 표정으로 겨울을 보내고 싶어요!

myriam-zilles-D-hiN0k0Euc-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Myriam Zil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