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으로 데려가 주세요
화성. 태양계의 네 번째 행성.
붉은 빛을 띄기 때문에 동양에서는 불 화(火)자를 쓰고, 서양에서는 전쟁의 신의 이름을 따 마르스(Mars)라고 부릅니다.
태양계에 있는 행성은 지구처럼 단단한 고체 상태의 물질을 기반으로 한 암석형행성과, 목성처럼 기체로 이루어진 기체형행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지구에 생명체가 살기에, 오래전부터 우주의 생명체를 찾던 인류는 암석형행성을 유력한 생명체가 살아있을 후보로 생각했습니다. 가장 가까운 달에 인간이 발을 딛고 나서 생명체가 살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후에는, 물의 흔적도 보이고 비교적 가까운 화성에 눈을 돌렸지요. 생명체가 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1) 생명체가 살았거나 2) 앞으로 인간이 살 수도 있는 제2의 지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습니다.
그런 기대로 나온 SF소설이 <마션 The Martian>입니다.
도발적인 첫 문장으로도 유명한 소설이죠.
I'm pretty much fucked.
That's my considered opinion.
Fucked.
아무래도 좆됐다.
그것이 내가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다.
나는 좆됐다.
마션은 화성인이라는 뜻으로, 앤디 위어(Andy Weir)가 홈페이지에서 연재하던 소설을 책으로 출판하여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멧 데이먼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졌죠. 화성탐사를 하러 갔다가 모래바람 때문에 낙오된 사람이 화성에서 감자를 키우며 구출되기를 기약없이 기다리는 내용인데, 과학적 디테일에서 설득력을 얻었습니다. 물론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말이 안되긴 하지만요.
인류가 화성을 생명체가 살 수 있는 땅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보드게임으로도 만들어졌습니다. <테라포밍 마스 Terraforming Mars>는 플레이어가 초거대기업의 총수가 되어서 화성을 생명체가 살 수 있을만한 환경으로 바꾸어 내는 게임입니다. 화성의 3가지 행성 지표(기온, 산소 농도, 해수량)를 높여서 생명이 살 수 있을 정도(기온 +8도, 산소 농도 14%, 행성의 표면 9%)로 바꿔야 합니다. 게임의 카드마다 과학적으로도 꽤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고, 게임의 밸런스도 좋아 2016년 발매된 이후 보드게임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게임 플랫폼 스팀(steam)에서도 온라인으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발매되었습니다. 아직 온라인에서는 한글판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쉽지만요.
그렇다면, 실제로는 어떨까요? 인류는 화성에 1965년부터 매리너 4호(Mariner 4)부터 2012년 큐리오시티(Curiosity)에 이르기까지 40여차례의 탐사선을 보냈습니다. 그 중에 가장 성공적이었다고 평가 받는 오퍼튜니티(Opportunity)는 2004년 1월 24일에 화성에 도착했습니다. 쌍둥이 탐사선 스피릿(Spirit)에 이어 20일 뒤에 도착한 오퍼튜니티는 90여일간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태양광 패널에 쌓인 먼지를 화성의 바람이 주기적으로 날려보내며, 오퍼튜니티는 모두의 기대를 뛰어넘어 오래도록 화성을 탐사했습니다. 오퍼튜니티와 스피릿의 도움으로 인류는 화성에 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단서를 찾았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오퍼튜니티는 2018년 6월 10일 교신 이후로 지구와 연락이 끊어져, 올해 2월 14일 오퍼튜니티에게 사망선고가 이루어졌습니다.
오래 전 지식채널e [살아남은 자의 슬픔] 에서 수명을 극복하고 살아남은 오퍼튜니티의 이야기에 감동받았던 적이 있는데요. 더 이상 일이 하기 싫어진 오퍼튜니티가 파업하지 않았을까 상상해봅니다. 언젠가 '인내의 계곡'에서 오퍼튜니티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해보구요.
아직 인류의 화성탐사는 끝난 것이 아닙니다. 마스 2020(Mars 2020) 화성 탐사선이 지구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특별히 사람들의 이름을 칩에 넣어 화성으로 발사하기로 했습니다. 참여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NASA 홈페이지에서 이름과 성을 넣으면 화성으로 향하는 이름 탑승권을 받을 수 있습니다. 2020년에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화성을 향해 날아가는 상상, 멋지지 않나요?
표지 이미지 출처 : http://news.klikpositif.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