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차게 내려앉는 빗줄기를 와이퍼가 좌, 우로 움직이는 횟수를 세다가 자동차 옆 유리창에 부딪치는 빗방울도 세고 있었다.
빗 속을 뚫고 세종시에서 부여박물관까지는 50분이 걸렸다. "이런 날 박물관에 사람들이 있을까? 달랑 우리 세 사람만 있으면 어쩌지?"라는 괜한 오지랖 넓은 생각을 하며 주차장에 다 다르니, 의외로 주차해 놓은 차가 많아서 놀랐다. 아, 이런 비에도 박물관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있구나!
박물관 들어가기 전 우산도 쓰지 않고 비를 온몸으로 맞고 계시는 석상에게 경의를 표하고 부여박물관 안으로 들어갔다.
이게 웬일일까?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와서 관람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정말 와글와글 모여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탐구하고 있었다.
와~이렇게 비가 오는 날에~~
이렇게 많은 젊은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
오늘이 <화양연화> 장날이구나!
나는 1 관부터 4관까지 관람하며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백제금동대향로>와 <연꽃무늬 기와>였다.
<백제금동대향료>는 몸체는 연꽃봉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표현했고, 받침은 용이 날아오르는 모습을 그리고 꼭대기에는 언 듯 보아도 신비스러운 봉황새였다. 와~한참을 보았다.
그냥 스쳐 지나가며 눈으로만 보기에는 아까운 부여의 보물 중에 보물이었다.
다음엔 혼자 오리라~
혼자 와서 <백제금동대향료>에 새겨진 다섯 악사와도 얘기를 나누리라~
<백제 금동대향료> 의 정면과옆모습
<금동광배>의 연꽃 조각은 나로 하여금 백제의 시대로 돌아가 불로 달구고, 지지고, 조각칼로 조각을 하신 장인을 만나보고 싶은 생각을 하게 했다.
장인의 손끝에서
손끝에 긴 흰 수건 하나 걸치고 휘감고 돌아가는
하얀 소복 입은 무희의 모습이 연상되었고,
또한 연잎은 무희의 발끝의 움직임이 느껴져
숨을 멈추기도 하고 내뱉기도 하는 정적이면서도
생동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사람이 태어나서 이렇듯 멋진 작품은 아니더라도
한 장에 글을 쓰더라도 무엇이든지 하나는 남겨야 하지 않을까!
이 또한 부질없는 소유욕일까!
그리고 이쁜 연꽃무늬로 어떻게 기와를 정교하게 찍어낼 생각을 했을까?이쁘다~이쁘다~
빨랫비누에다 조각칼로 조각해 보면..
그러다 쉬운 방법으로 "연필로 그려봐도 좋겠는데."라는 생각을 했다.
연꽃무늬 기와
기와에는 수막새와 암막새가 있다.
기와의 수막새를 보면 인동무늬 수막새, 연꽃무늬 수막새가 있고, 초와 무늬 암막새도 있었다.
맨 왼쪽 하나가 인동무늬 수막새이고
가운데와 오른쪽이 연꽃무늬 수막새
아래쪽이 초와 무늬 암막새이다.
금동보살입상>은 크기도 작아 내 손으로 한 뼘정도의 크기였는데, 그 정교함이 놀라웠다.
<금동보살입상>의 발 밑의 연꽃무늬 조각은 연꽃의 잎 끝이 살짝 올라간 것이 마치 옛날 여인들의 오이씨 같은 발에 신은 버선의코와 그리고 꽃 고무신의 코와도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도도한 듯 살포시 즈려 밟고 걷던 여인들의 걸음걸이를 혹시 연꽃의 모습에서 우리 조상들은 버선도 꽃 고무신도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출처:한국화중앙연구원, 옥션
<금동관음보살입상>의 발 밑 연꽃 조각은 연꽃잎 한 장에 두 개의 볼륨으로 한층 위엄을 나타내고 있는 듯했다.그 모습은 관음보살과 사람들이 하나의 연꽃잎에서 둘이면서도 한마음이라는 어머니의 모습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박물관에서 많은 유물들을 보았지만
부처님의 연꽃형상에서 만들어낸 연꽃의 정교한 작품들을 쉽게 우리네 곁에서 볼 수 있는 부여박물관으로의 나들이는 빗 속의 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