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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창숙 Aug 02. 2023

부여 박물관 연꽃무늬에 반하다.

금동광배와  연꽃 기와

부여 가는 길은 장날이었다.

먹거리가 한 장이 서는 장날이면 얼마나 좋았을까?

'시집가는 날 등창이 난다.'는 속담처럼 모처럼의 나들이였는데...


세찬 빗줄기에 밖의 풍경을 볼 수가 없어,

나는 세차게 내려앉는 빗줄기를 와이퍼가 좌, 우로  움직이는 횟수를 세다가 자동차 옆 유리창에 부딪치는 빗방울도 세고 있었다.

빗 속을 뚫고 세종시에서 부여박물관까지는 50분이 걸렸다. "이런 날 박물관에 사람들이 있을까? 달랑 우리 세 사람만 있으면 어쩌지?"라는 괜한 오지랖 넓은 생각을 하며 주차장에 다 다르니, 의외로 주차해 놓은 차가 많아서 놀랐다. 아, 이런 비에도 박물관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있구나!


박물관 들어가기 전 우산도 쓰지 않고 비를 온몸으로 맞고 계시는 석상에게 경의를 표하고 부여박물관 안으로 들어갔다.

이게 웬일일까?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와서 관람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정말 와글와글 모여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탐구하고 있었다.


와~이렇게 비가 오는 날에~~

이렇게 많은 젊은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

오늘이 <화양연화> 장날이구나!

나는 1 관부터 4관까지 관람하며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백제금동대향로>와 <연꽃무늬 기와>였다.


<백제금동대향료>는 몸체는 연꽃봉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표현했고, 받침은 용이 날아오르는 모습을 그리고 꼭대기에는 언 듯 보아도 신비스러운 봉황새였다. 와~한참을 보았다.

그냥 스쳐 지나가며 눈으로만 보기에는 아까운 부여의 보물 중에 보물이었다.

다음엔 혼자 오리라~

혼자 와서 <백제금동대향료>에 새겨진 다섯 악사와도 얘기를 나누리라~

   <백제 금동대향료> 의 정면과 옆모습                                     


<금동광배>의 연꽃 조각은 나로 하여금 백제의 시대로 돌아가 불로 달구고, 지지고, 조각칼로 조각을 하신 장인을 만나보고 싶은 생각을 하게 했다.


장인의 손끝에서

손끝에 긴 흰 수건 하나 걸치고 휘감고 돌아가는

하얀 소복 입은 무희의 모습이 연상되었고,

또한 연잎은 무희의 발끝의 움직임이 느껴져

숨을 멈추기도 하고 내뱉기도 하는 정적이면서도

생동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사람이 태어나서 이렇듯 멋진 작품은 아니더라도

에 글을 쓰더라도 무엇이든지 하나는 남겨야 하지 않을까!


이 또한 부질없는 소유욕일까!


그리고  이쁜 연꽃무늬로 어떻게 기와를 정교하게 찍어낼 생각을 했을까? 이쁘다~이쁘다~

빨랫비누에다 조각칼로 조각해 보면..

그러다 쉬운 방법으로 "연필로 그려봐도 좋겠는데."라는 생각을 했다.


                          연꽃무늬 기와        


기와에는 수막새와 암막새가 있다.

기와의 수막새를 보면 인동무늬 수막새, 연꽃무늬 수막새가 있고, 초와 무늬 암막새도 있었다.


       맨 왼쪽 하나가 인동무늬 수막새이고

       가운데와 오른쪽이 연꽃무늬 수막새

       아래쪽이 초와 무늬 암막새이다.


금동보살입상>은 크기도 작아 내 손으로 한 뼘정도의 크기였는데, 그 정교함이 놀라웠다.


<금동보살입상>의 발 밑의 연꽃무늬 조각은 연꽃의 잎 살짝 올라간 것이 마치 옛날 여인들의 오이씨 같은 발에 신은 버선의 코와 그리고 고무신의 코와도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도도한 듯 살포시 즈려 밟고 걷던 여인들의 걸음걸이를 혹시 연꽃의 모습에서  우리 조상들은 버선도 꽃 고무신도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출처:한국화중앙연구원, 옥션


<금동관음보살입상>의 발 밑 연꽃 조각은 연꽃잎 한 장에 두 개의 볼륨으로 한층 위엄을 나타내고 있는 듯했다. 그 모습은 관음보살과 사람들이 하나의 연꽃잎에서 둘이면서도 한마음이라는 어머니의 모습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박물관에서 많은 유물들을 보았지만

부처님의 연꽃 형상에서 만들어낸 연꽃의 정교한 작품들을 쉽게 우리네 곁에서 볼 수 있는 부여박물관으로의 나들이는 빗 속의 쉼이었다.

비는 계속 내렸지만 15분 거리의 연꽃호수 궁남지로 향했다.

제일 먼저 오리가 반겨주고

빗 속에서도 고고하게 피어있는 연꽃에서는

당당함을 배우고

고개 숙인  홍련에게서는 겸손을 배우고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듯한 연꽃에서는

배려를 배우고

지친 연꽃에게 자신의 어깨를 기꺼이 내 준 연잎에게서는 포용의 아량을 배우고

분리수거를 하는 듯한 연잎에서는 지구사랑을 배우고


비는 쉬지 않고 내리고

나리꽃 뒤로

모두 한 민족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핀 연꽃을 보며

나도 연꽃이 되었다.


연꽃은 기다림의 꽃이라 했던가!


       보타니컬아트로 그린 연꽃 by 빈창숙


그리고 남은 인생을 나한상의 얼굴로 살아간다면

그 날들 또한 <화양연화>가 될 것이다.

어머나~

비에 흠뻑 젖은 내 신발에도  연꽃무늬가~ㅎㅎ


부여 서동 연꽃 축제는 비가 와도 좋았다.

연꽃이 필 땐 부여 궁남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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