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병산서원 앞 강가 모래밭에 잠시 머물렀다.
가만히 앉아
하늘을 보며
태양의 위대함을 느끼고
살랑거리는 바람을 느끼고
맨발로 걸으며 모래밭의 촉감을 느껴 보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시계가 멈춘 것 같다.
눈을 감고 한참을 그대로 있으니
내 육신이 어디로 가버린 것 같은 느낌 속에
손끝도 움직여지지 않는다.
내 존재가 있는 걸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있는 걸까!
'나'는 있는데 '나'가 없는 것 같은
오른쪽 귓속의 작은 새 지저귐이 들렸다.
'나'가 있나 보다.
이 모래밭에
홀로 있는 듯한
고즈넉함
흐르는 물을 두 손 가득히 담아 보고
다시 강물에 되돌아가라고 쏟으니
또르르르~물소리가 났다.
손으로 물을 한 움큼 퍼내도 흔적도 없고
다시 쏟아내도 흔적이 없다.
함께 간 지인이 낮 달을 보라고
손으로 가리키는데
낮 달은 보이지 않고
가리킨 손가락 끝에 잠자리가 앉았다.
한참을 그렇게 앉았다.
잠자리도 쉴 곳을 찾았나 보다.
2023년 9월 10일 병산서원 앞 모래사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