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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창숙 Jan 15. 2024

대자연 속에 작은 나

살아온 날의 단상

안동 병산서원 앞 강가 모래밭에 잠시 머물렀다.


가만히 앉아

하늘을 보며

태양의 위대함을 느끼고

살랑거리는 바람을 느끼고

맨발로 걸으며 모래밭의 촉감을 느껴 보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시계가 멈춘 것 같다.


눈을 감고 한참을 그대로 있으니

내 육신이 어디로 가버린 것 같은 느낌 속에

손끝도 움직여지지 않는다.

내 존재가 있는 걸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있는 걸까!


'나'는 있는데 '나'가 없는 것 같은


오른쪽 귓속의 작은 새 지저귐이 들렸다.

'나'가 있나 보다.


이 모래밭에

홀로 있는 듯한

고즈넉함

흐르는 물을 두 손 가득히 담아 보고

다시 강물에 되돌아가라고 쏟으니

또르르르~물소리가 났다.

손으로 물을 한 움큼 퍼내도 흔적도 없고

다시 쏟아내도 흔적이 없다.


함께 간 지인이 낮 달을 보라고

손으로 가리키는데

낮 달은 보이지 않고

가리킨 손가락 끝에 잠자리가 앉았다.

한참을 그렇게 앉았다.

잠자리도 쉴 곳을 찾았나 보다.

2023년 9월 10일  병산서원 앞 모래사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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