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 에세이
퇴근길 정류장에서 내려서 걷다 보니 못 보던 가게가 눈에 보인다.
간판을 자세히 보니 중고 LP 책방이었다.
언제 한번 가봐야겠다.
집에 오자마자 어항 조명을 켜고 구피 밥을 주었다.
잘도 먹는다.
물 갈아 준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녹조가 꼈다.
물갈이할 때가 되었다는 일종의 신호이다.
깨끗한 어항을 보면 제일 기분이 좋다.
구피가 새끼를 너무 낳아서 물이 금방 더러워졌다.
거실에는 하얀 새장이 있다.
십자매 한 쌍인데 둘 다 수놈이다.
하얀색이 많은 게 달이.
갈색이 많은 게 구름이.
열 마리를 같이 길러도 잘 싸우지 않는다고 해서 십자매라 불린다.
십자매는 겁도 많아서 서성이다가 내가 멀리 떨어져야 얼굴을 내민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 먹으러 내려온다.
그래도 귀엽다.
소리도 예쁘고 아침마다 알람 정확하고 저녁이 되면 울지 않는다.
정말 키우기 쉬운 애완조임은 틀림없다.
새끼 오리도 키워봤지만, 애들은 크는 속도가 감당 불가다.
그리고 똥을 너무나 많이 싸서 똥 치우다가 볼일 다 본다.
먹이 먹는 속도는 혀를 내두를 정도로 빨리 먹는다.
목욕을 시켜주면 작은 날개로 물기를 턴다.
부리를 이용해서 몸 전체를 더듬으며 털을 고르는데 그 모습에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다.
귀엽기는 오리가 십자매보다 승자다.
나중에 마당이 있으면 똥 걱정 없이 키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