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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네윤씨 Dec 06. 2019

나비, 나루 그리고 나비루

작은 책방 나비,루 서원 이야기(1)

 


첫 번째 이야기, '틀을 따라 바라보기'

 





몇 해 전에 장모님이 사시는 스웨덴에 갔었다. 칼마(Kalmar)라는 곳이었는데. 그곳은 욀란드(Öland)라는 섬과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스웨덴 사람들에게는 우리나라 제주도 같이 잘 알려진 곳이라고 한다.  



욀란드 섬의 남쪽 끝 풍경




제주도와 다른 점은 개발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땅도 동물도 그대로 내버려 둔 느낌. 남쪽 끝에 제법 높은 등대가 있고, 북쪽 끝에 왕과 귀족들의 별장이 있기는 하지만, 그 섬의 대부분은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내버려 두었다. 




욀란드 섬의 중서부 쪽 어딘가




9월 초였지만 제법 쌀쌀했고 바람은 거셌다. 며칠 째 캠핑카를 한 곳에 새워놓고 새를 관찰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독일인 네댓 명이 모여 있는 곳을 지나서 수풀 속으로 들어갔다. 10분쯤 해안 가에 나있는 좁다란 오솔길을 따라 수풀을 헤치며 걸었더니 어떤 방갈로가 하나 나왔다. 예전에 이곳의 어부들이 사용했던 것이라고 한다.   




바닷가에 홀로 남겨진 방갈로




전에는 매서운 바닷바람을 피하기 위해 어부들이 사용했었을 텐데, 지금은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듯했다. 안에 들어가서 바다를 바라보니 사뭇 느낌이 달랐다. 여기서라면 매섭게 일렁이던 파도도 볼만한 것으로 느끼지 않았을까?  




방갈로에서 바라본 풍경




풍경이 사람의 마음에 만들어 내는 것은 생각보다 크다. 사람은 자신이 보는 풍경을 통해서 세계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형성해 나가는 듯하다. 우리 문화권에서 종종 사용하는 '호연지기'를 기른다는 말도 그런 의미에서 잘 음미해야 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풍경은 그것 자체로 순수하게 인식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이전의 세대로부터 주어진 어떤 유산 위에서 자신의 세계를 인식하는 법을 배운다. 결국 풍경과 문화-전통이 어떤 사람을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과 구분 짓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일 것이다. 그것을 통해 사람은 자기를 자기로서 형성한다.  



어쩌면 우리 시대의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이유는 풍경의 상실, 곧 볼 제대론 된 풍경이 없어져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우리가 보는 풍경이란 고작 스마트폰의 화면이거나 광고로 도배되어 있는 티브이나 모니터뿐이니. 오늘 우리는 상업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진 눈 앞의 것 들 때문에 스스로를 형성하거나 가꿀 여력이 없다. 우리는 유래 없이 자기를 형성하기에 열악한 조건 속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풍성한 물질 속에 자기는 너무나도 빈약해졌다.


여행의 목적 중에 하나는 어떤 굉장하거나 기이한 장면을 보는 데 있지 않다. 자기 자신과 일상성 속에 매몰되어 있던 자신의 눈을 들어 나보다 큰 것, 오래된 것, 여전한 것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것은 나를 함몰시키는 나에게서 벗어나 외부를 건강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그 외부는 자연이기도 하고 그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기도 하다. 그 외부를 통해서 다시 나를, 자신의 일상성을 충실하게 형성하려는 것. 그것이 여행의 목적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일상에서 그런 일을 꿈꾸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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