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하고 싶은 거 다 하세요

팔순 엄마를 위하는 일은

by 연분홍

엄마, 하고 싶은 거 다 하세요

1월 마지막 날이고 설연휴도 끝났다. 지난 1월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가운데 가장 큰 일은 엄마가 쓰러지셨다는 거다.

너무나 다행히도 엄마는 그때 대학병원에 계셨고 너무나 감사하게도 빠른 시간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모든 것이 기적 같았다. 엄마는 며칠 입원하셨다가 후유증 없이 퇴원해서 집으로 오셨다. 천만다행이라는 표현 그대로였다. 우리는 입만 열면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기운은 좀 없으셨지만, 엄마는 멀리 있는 자식까지 다 모이는 설날에 뭘 해서 먹을까 걱정하기 시작하셨다. 설날 해 먹을 거 걱정하시는 것만 해도 또 얼마나 다행이고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퇴원하신 지 겨우 열흘이나 되었을까, 나는 당연히 엄마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했다. 나가서 먹는 게 어려우면 요즘 배달음식이 얼마나 잘되어있고 그게 아니면 우리가 해도 되니까 걱정하지 마시라고 했다.

그런데 엄마는 그게 서운하셨나 보다. 늘 자식들 해 먹이는 게 가장 큰 보람이고 즐거움이신데 어쩌면 그걸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걸 느끼시고 크게 상심하신 듯했다. 아, 그러시구나.

아무 일 없이 외식하고, 주문음식을 먹자고 할 때와는 달랐다.


우리는 그제야 엄마가 하실 수 있을 때 무엇이든 하시게 해 드리는 것이 옳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엄마가 멀리 떨어져 사는 자식이 명절에 집에 왔을 때 엄마가 해주는 밥을 해주지 못하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미치지 이 모든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느꼈다.

아흔이 넘은 엄마를 혼자 모시는 비혼의 친구가 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엄마 안전하고 편하라고 가스레인지를 인덕션으로 바꿨는데 지나고 보니 그게 얼마나 후회되는지 모른다고 했다. 평생 엄마가 쓰시던 걸 그대로 두었으면 더 오랫동안 주방에서 요리를 하실 수 있었을 텐데 바꾸고 나니 새 기기 사용하는 걸 결국 못 익히셨다고 한다.

우리도 연세 드신 부모님을 모시는 게 처음이라 모든 게 서툴다. 엄마가 아무것도 안 하시도록 하는 게 엄마를 위하는 게 아니라, 최선을 다해하실 수 있는 일을 하시도록 도와야 한다는 걸 절실하게 느낀다. 팔순 나이에도 새로운 취미를 시작하고, 새 공부를 하고 그런 어르신들 이야기를 많이 보고 듣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엄마가 여태 해 오시던 일을 자신이 살던 곳에서 할 수 있는 날까지 하시도록 하는 것보다 더 좋은 건 없을지도 모른다.

그동안 설연휴에는 여행을 가는 자식도 있고, 서울에서 못 내려오는 자식도 있었는데 이번 설에는 조카들까지 모두 다 모였다. 설 명절 식사는 엄마가 가장 잘하시는 갈비찜과 떡국이면 충분했다. 엄마한테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는 게 제일 나쁘다. 엄마 하시고 싶은 거 다 하세요. 우리는 맛있게 먹을 께요. (대신, 엄마 식세기는 좀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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