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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산에서도 바다가 보인다

일요일 나 혼산

by 연분홍 Feb 22. 2025

지난주 일요일에 혼자 산에 갔다 온 이야기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니.


화창하고 맑은 날씨에 바람도 안 분다.

동네 친구한테 산에 가자고 했더니 약속이 있다고 한다.

남편은 입춘 전날 밤길에 미끄러져서 깁스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다리는 멀쩡하지만 산에 가자고 할 수는 없고 딸은 늘 언제 산에 가냐고 하더니 어디 갔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날씨 좋은 날 산에 안 가면 언제 가겠냐고, 혼자 가면 되지. 나 혼산. 혼자 산에 간다.


우리 집 앞산은 윤산이고 뒷산은 금정산이다. 앞산을 갈까 뒷산을 갈까 고민하다가 결정도 안 하고 집을 나왔다. 그냥 온천천이나 조금 걷다가 들어갈까 하고 온천천 산책로를 걷는데

비도 안 오고 바람도 안 불고 미세먼지도 없고 하늘은 맑고 온도는 조금 으면 살짝 땀날 만한 최적의 날씨 산에 가자. 그렇게 윤산을 가기로 했다.   

  

어디선가 읽은 글에서 우리나라만큼 산길이 잘 되어있고 산에 가기 좋은 나라가 없다고 했다. 맞다. 뉴스에 가끔 윤산에는 멧돼지가 금정산에는 들개가 있다고 하지만, 일요일 오전이 아닌가. 일요일 오전에는 어느 산을 가도 사람들이 많아서 안전하다(이렇게 쓰고 보니 대단한 등산이라도 하는 것 같지만 고작 318미터인 동네 뒷동산- 윤산이다ㅋ)     


부곡암을 기점으로 임도로 정상에 가는 길을 여러 번 가 봤지만, 다른 길도 가 보고 싶었다. 생각보다 등산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당황했다. 부곡암 주차장에서 등산객들을 따라가야지 했는데, 마침 중년의 부부와 이십 대 딸이 임도가 아닌 숲길로 가고 있는 게 보였다. 얼른 그들 뒤를 따라 올라갔다. 오~ 윤산에 이렇게 좋은 산길이 있는 줄 몰랐네.


중간에 중년의 부부와 딸은 벤치에 앉아 잠시 쉬어갔지만 나는 산길을 따라 계속 올라갔다. 가다 보니 여기저기 갈래길에서 동네 어르신들이 정상을 향해 올라가신다. 산 중턱 즈음에 이르니 동래와 해운대까지 보인다. 임도로 오르는 길을 선택하지 않길 잘했다. 마지막 급경사 길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올라갔다.  

    

드디어 정상이다. 아주 잠깐 힘든 코스가 있긴 했지만 이 만한 가성비도 없다. 윤산 정상에서는 회동수원지 일대가 바로 눈앞에 보이고, 멀리 해운대와 수영강, 날씨가 더 맑으면 광안대교까지 다 보이고 부산 앞바다도 보인다. 부산의 웬만한 산에는 진짜 바다가 다 보인다.

318미터 정상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정상을 오르는 여러 갈래길이 곳곳에 있나 보다. 우리 동네는 금정산과 윤산이 앞뒤로 가리고 있는 분지인데, 이렇게 윤산 정상에만 올라와도 해운대와 수영 일원을 다 볼 수 있는 탁 트인 전망을 볼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부산 바다가 보이는 산을 오르는 게 올해 계획이었는데, 그냥 일요일마다 윤산을 올라도 괜찮겠다 싶다. 하산길을 평탄한 임도길로 정하고 정상까지 올라가는 길은 여러 다양한 길을 찾아보는 것도 재밌겠다. 역시 가까운 곳에 있으면 귀한 걸 모른다. 우리 동네 앞산 윤산에서도 바다가 보인다. 혼. 산 자주 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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