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없어도 나무를 알아보는
동네 산에 자주 가다 보니, 멀리 보이는 산들도 이제 낯익어져 간다. 그렇다 이제 겨우 낯익어지는 정도일 뿐이다. 평생 근교산을 즐겨 다니신 어르신은 아주 멀리 보이는 산의 흐릿한 그 능선만 봐도 저 산이 어딘지 다 꿰고 있다. 그럴 때 부럽다. 아, 나도 저기 멀리 보이는 산 봉우리를 척 보면 척 아는 사람이고 싶다.
그런 순간들이 있다.
인터넷카페에 누군가 살구꽃이라고 사진 찍어 올렸는데, 그건 살구꽃이 아니라 매화라고 일러주는 사람. 취나물인지 참나물인지 시장에서 볼 때마다 나는 헷갈리는데 그것도 척척 아는 사람.
지난 주말에 화훼시장에 갔는데 잎사귀 하나 없이 어린싹만 있는 나무 묘목들이 줄지어 있었다. 이건 더 고난도겠구나 싶었다. 우리는 저 나무들이 꽃을 피워도 제대로 누가 누군지 제대로 구분 못하는데, 이파리 하나 없는 빈 나뭇가지들에 각각의 이름표가 붙어져있는 걸 보니 그 싹만 봐도 알아보는 경지에 있는 나무전문가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오랫동안 자주 들여다본 사람들이 전문가다. 나는 제대로 무언가를 아는 게 별로 없다는 게 이 나이가 되니 많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