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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코 Feb 02. 2023

그렇게 시작된 천기저귀 육아

어서와, 천기저귀는 처음이지?











첫째를 임신했을때 출산 준비물을 챙기며 친구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그중 "신생아는 조금씩 자주싸니 일자형 기저귀를 구매해서 엄마 오로패드와 함께 써라" 는 조언이 있었다.

( 일자형 기저귀 - 허리밴드나 고정 찍찍이가 없는 길죽한 직사각형의 신생아용 기저귀 )

당시 나는 그말대로 일회용 일자 기저귀를 구매했고, 약 한달간 갓 태어난 아기와 함께 사용했다.


이미 출산을 경험한 엄마들은 알다시피 신생아란 정말 만지면 부서질것 같은 소중한 존재다.

눈코입 달린 나의 내장같기도 하고, 어쩌다 탈출한 내 몸의 일부같은 느낌이 들정도로 흐물거리고 연약해서 사람같은 느낌이 들지도 않았다.

그런데 함께 기저귀를 써보니 아이의 대한 죄책감이 물밀듯이 밀려오는 것이었다. 

구매한 기저귀가 모두 소진되는 약 한달간 사용해본 느낌은 그야말로 끔찍했다. 

움직일때마다 비닐이 바스락 거리고, 땀이 나면 쩍쩍 들러붙는데다 중앙의 흡수체에선 체액과 알수없는 화학적인 냄새가 짬뽕이 되어 날마다 나를 괴롭혔다. 

속옷에 붙여서 사용하는 생리대도 사타구니에 베이고 쓸려 불편함이 많았는데, 아예 아래를 다 덮는 기저귀의 느낌은 너무도 불쾌하여 매일 오로가 끝나기만을 기도했을 정도였다. 

그야말로 비닐봉투로 만든 팬티를 한달 내내 입는 느낌이랄까?








당시 아기와 함께썻던 일자형 일회용 기저귀 ( 발진이 날까봐 살짝 벗겨놓았다 )








게다가 내가 첫째를 출산한 2017년도 에는 가습기 살균제, 생리대 파동으로 화학제품의 유해성이 크게 이슈가 되었던 해이기도 했다. 

그나마 의약외품으로 관리되어 안전 기준을 통과해야 하는 생리대도 유해성 논란이 크게 일었는데, 공산품으로 분류된 기저귀는 정부 지정 기관의 적합 확인서를 갖고 신고만 하면 판매가 가능했던 시기였다. 

추후 업체들은 생리대 성분을 인터넷에 공개했지만 함께 생산하는 기저귀 성분은 공개를 하지 않았다.

크게 논란이 되서야 생활용품 안전관리가 강화되며 일회용 기저귀가 위생용품으로 변경되었고, 다음해에는 기저귀 성분 표기 의무화가 시행되며 전성분 표시가 되었으니 당시의 내가 믿고 쓸수 있었을리가?


조리원에서 집으로 돌아온 나는 그길로 천기저귀를 알아보았다. 

그런데 웬걸, 종류와 모양도 너무 다양하고 개당 가격도 아주 비싼데다 정보도 귀해 시작을 어떻게 해야할지 도저히 알수가 없었다. ( 지금 이 글을 쓰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

기저귀를 만들어 주겠노라 말씀하셨던 어머니도 원단을 어디서 사냐고 묻는데 그걸 내가 알리가 만무하지!

아기 시기별 양육법이나 모유수유하는 방법들은 흘러넘칠 정도로 정보가 많은데 천기저귀 쓰는 법은 도저히 찾을수가 없었다. 그러다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네이버 카페 한곳을 발견하였고 그곳에서 천기저귀를 사용하는 엄마들의 생생한 경험들을 공유받을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난 천기저귀가 아니라 일회용을 썻어도 어쩔줄 몰라하며 방황했을게 분명했을것이다.

왜냐하면 아기를 키워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기들은 쿨쿨 잠만 자는 신생아 시기를 지나 뒤집고, 기고, 걷는 등 움직임이 많아지는데 이러한 성장에 따라 기저귀 스타일을 바꾸어 주어야 한다. 또 일회용 기저귀를 살펴보면 일단 수많은 브랜드가 존재하며, 그 안에서 성별에 따라 남아용, 여아용으로 나뉘거나 낮기저귀, 밤기저귀, 여름용 기저귀등 아주 다양하다.

보통 일회용 기저귀를 사용하는 엄마라면 개월수, 성별, 계절, 가격 등을 고려해 믿음직한 브랜드에서 아이에게 가장 좋은것을 고르는게 일반적이다.

그리고 이렇게 구매한 기저귀 한팩은 보통 일주일이면 다 사용한다.

이제야 기저귀값 분유값 하는 이야기가 왜 나왔는지 이해가 가는 순간이다.


그렇다면 천기저귀는 어떨까?

간단할것 같지만 의외로 일회용보다 종류가 더 많다. ( 후에 자세히 소개할 예정이다. )

게다가 천기저귀를 사용하기 적합한 하의 스타일도 다양해서 기저귀와의 조합이 정말 무궁무진 하다. 

때문에 이 재미에 한번 빠지면 헤어나올수 없는 개미지옥에 빠지게 되고 만다.

마치 캠핑을 처음 시작하는 캠퍼가 텐트 하나만 사서 알차게 써야지! 다짐했다가 정신차려보면 여름용, 간절기용, 겨울용, 장박용텐트를 수집해서 텐트 부자가 되어버리는 것과 같은 상태가 되고 마는 것이다.

( 슬프게도 우리집엔 이런 텐트 부자가 한명이 있다. )

따라서 천기저귀를 하며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바로, 내 스타일을 찾고 나서는 구매를 멈추는 것이다!

( 나의 경우 국내에서 구하지 못하는 끝내주는 원단을 직구 하고, 직접 만들어 입히기도 했다. 그리고 나의 싱거 미싱기는 지금 긴 잠을 자고 있다. )


오해할까봐 덧붙이자면, 나는 일회용 기저귀가 전부 나쁘다고 말하고 싶은것이 아니다.

그저 당신을 천기저귀의 세계로 유혹하고 싶은것이다.








나의 싱거 미싱기와 기저귀 제작의 추억








인스타

@drawing.m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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