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은 생각보다 빨리 잡혔다.
"암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을 들은 직후, 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병원 예약을 진행했다.
운 좋게도 바로 다음 날 한 자리가 비어 있었다.
그 와중에도 애들 하원시간이랑 겹치지 않는 시간이라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망설일 이유 없이 예약완료.
그날 밤, 나는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갑상선암', '생존율', '갑상선암 후기', '치료 방법'... 연상되는 모든 단어를 검색했다.
머릿속은 더 복잡해졌고, 아이들을 바라보는 나의 눈에는 연신 눈물이 흐를 것 같았다.
아침이 되어 여느 때와 같이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병원으로 향했다.
겉보기엔 아무렇지 않은 하루의 시작
딱 하나만 달랐다.
내가 암일지도 모른다는 사실.
병원에 도착해 접수하고, 가져온 자료를 등록했다.
종합병원은 사람이 참 많다.
'이렇게 아픈 사람이 많구나..'
예약을 했는데도 꽤 오래 기다려야 했다.
분명 똑같은 공기일 텐데도 이상하게 무겁게 느껴졌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나다님 진료실로 들어오세요."
방송이 들렸다.
오랜 기다림의 끝을 알리는 반가운 소리인데
일어나기 싫었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진료실 문을 열었다.
선생님은 나에게 불편한 점, 증상에 대해 묻지 않으셨다.
지금 가져온 자료를 토대로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검사를 다시 해보긴 할 텐데, 지금 가져온 걸 100% 신뢰한다고 하면.."
심장이 두근거려서 선생님 말소리가 작아지는 거 같았다.
"자.. 환자분 갑상선 검사를 하고 나면 이게 단계가 6개로 나눠져 있어요."
1단계에서부터 6단계까지 설명을 해주셨다.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4단계부터는 암으로 의심이 된다라는 건데
지금 환자분의 자료를 보면... 5단계에서 6단계라고 할 수 있어요."
'그렇구나. 난 암이구나.'
암이 의심되면 세침검사를 걸로 암을 판별한다고 한다.
목에 가느다란 바늘을 넣어 세포를 채취하는 검사.
"검사 예약은 나가서 잡으면 되는데.. 지금... 음.. 예약이.. "
선생님이 잠시 고민하시더니 말했다.
"내일, 내일 합시다. 밖에 나가서 내일 세침하자고 했다고 말씀하세요."
그 말이 유난히 또렷하게 귀에 남았다
진료실을 나와 간호사와 예약을 잡고 집으로 향했다.
차에 시동을 걸고 병원을 나서는 순간,
잠시 멈췄던 시간이 흘러가는 거 같았다.
'내가 암.. 암환자라는 건가?'
낯선 단어가 나를 지배했다.
그리고 그 낯섦은 한참을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