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과 사랑

[명리 수필: 인성 다자에 대해]

by 구덕골 이선생

그림을 배우면서 한 가지 꿈이 생겼다. 부모님께 직접 그린 초상화를 선물하는 것. 그러나 작은 실수조차 허용치 않는 게 인물화이. "에이~ 안 닮았는데?", "눈이 큰데?", "어찌 분위기는 비슷한데..." 라고 말하기 쉽다. 실물과 다르다고 느낄 경우가 많으, 쉽게 덤빌 장르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멈출 수 없는 건 80을 바라보는 아버지 덕분이다. 아버지는 공감력이 좋으신 분으로, 명리를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그랬다. 썩 내키지 않으셨지만 본심은 말하지 않으셨다. 딸이 돈 안 되는 예술이나 철학에 빠져 있는 걸 잘 알면서도 기획력이 뛰어나다며 격려해 주셨다.


나는 대학 입학을 앞두고, 아버지와 대적한 적이 있다. 부모님은 유아교육학과에 진학하길 바랐지만, 그럴 수 없다고 고집을 부렸다. 철학과 진학이 아니면 대학에 가지 않겠다는 말에 아버지는 선뜻 꿈을 인정해 주셨고, 그 후로 나의 선택에 반대한 적은 없으셨다.


[캔손 스케치북 300, 정훈성 수채화 모작 과정]
인성은 엄마, 생각, 공부, 권리로 정인과 편인으로 나뉜다. 정인은 국가의 공인된 자격을 가진다는 뜻으로 안정적 권리를 의미한다. 선비 같은 스타일로 차분하고 단단한 느낌을 주고, 사회 규율과 질서에 맞게 생활해 모범적인 인상을 준다. 편인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 분야에 관심이 많다. 영감이나 육감력, 순발력이 좋고 몰입도가 뛰어나다. 정신적 자유를 추구하니 독립적인 일에 알맞다.


나는 지지에 인성이 많은 경우로 늘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왔다. 참으로 신기한 것은 어딜 가나 어른들이 예뻐해 주신다. 농담 삼아 내 주변에는 엄마들이 많다고 하는데, 왜 그런 일이 생기는 걸까. 특별히 잘하는 건 없으나, 나는 눈치가 빠르고 상대방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편이다. 무엇보다 식상(노동, 표현)을 극해 뭔가 야무진 데가 없어 보인다.


인성 다자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쉽게 말하면 부지런히 움직이지 못한다. 과정(생각)에 치우친 삶을 사니 결과(표현)를 취하는 데 시간 소비가 많다. 또한 엉덩이가 무거우니, 서비스직이나 사업에 맞지 않다. 인성은 사랑, 인정, 관심이니, 누군가 찾도록 만들어야 한다. 관심이 오래갈 수 있도록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가령 실력 있는 배우가 오래 사랑받는 걸 보면 인성이 있는 경우다.


[캔손 스케치북 300, 정훈성 수채화 모작 과정]

반면 천간 인성을 가진 사람들은 학습 욕구가 뛰어나고 호기심이 왕성하다. 앎에 대한 탐구력이 높고 인정 욕구도 강한 편이다. 이에 학업에 혼신을 다한다면 부가가치가 높은 창작물을 만들 수 있다. 다만 타인에게 받은 사랑을 당연히 여겨서는 안 된다. '나는 인정받고 사랑받아야 '라는 의식에 사로 잡히면 사람을 잃기 십상이다. 가령 비겁(형제, 친구)이 약한 경우 결단력이 부족하고, 의존하려는 마음이 커진다. 이때 상황을 유리한 쪽으로 돌리며, 타인의 헌신을 바라기도 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고취시키려는 점도 경계할 부분이다.


인성 다자는 반드시 공부해야 한다. 나는 관이 인을 생해주는 구조라 학위 취득에 유리했다. 부족한 두뇌에 기억력까지 좋지 않으니, 공부를 하며 오래 기억하는 법을 터득한 것. 결국 배운 내용을 쉽게 전달하는 법을 알게 된 것이다. 더군다나 세상에 대한 예민한 촉은 예술적 도구를 활용하기 충분했다. 다만 나를 홍보하고 선전하는 능력이 떨어지니, 재성(돈, 결과)을 벌어들이는 게 문제였다. 이에 한 분야를 오래 공부하면서 이력(학위, 평론)을 준비하니, 나를 믿고 따라주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결국 인성 다자는 한 분야를 오래 공부해야 길이 보인다.

[캔손 스케치북 300, 정훈성 수채화 모작 완성]

며칠 전 나는 아빠에게 생애 처음 그린 인물화를 펼쳐 보였다. '정훈성 작가의 수채화'를 모작한 것. 유명 작가의 그림을 따라 그린 지만, 부모님께 칭찬받고 싶었다. 이번에도 아빠는 원작 그림과 내 그림을 보시더니 "잘 그렸네. 앞으로 네 그림을 그려"라는 말로 딸의 자존심을 높여주셨다.


이렇듯 내 주변에는 든든한 지원자가 많다. 다시 일어날 동기가 있다는 건 평생에 좋은 거름을 얻으며 생활할 수 있다는 말이다. 현재 돈이나 권력을 좆지 못하는 내 근성 때문에 소박한 삶을 살고 있지만, 인성 부자라는 사실만큼은 잊지 않으려 한다. 그들의 사랑에 보답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