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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영대 Jul 10. 2024

삶은 즐기는 게 아니라 버티는 것이다.

삶에 잡초는 없다.

삶을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어렵다. 아주 오래전부터 삶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인물들은 많았으나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강 건너 기와집에 사는 선비님 말씀정도일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아마도 코로나 시국이 시작되고부터 일 듯, 삶을 즐기려고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모양새다. 외부 활동에 제약을 받고 모든 것이 통제된 생활을 겪으며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코로나 압박에서 벗어나고부터 국내든지 해외든지 여행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건 지난 몇 년간 구속되었던 삶에서 해방된 자유를 만끽하려고 하는 것이다.


인생 여정도 이와 다르지 않다. 30대에 좋은 짝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삶의 중심은 태어난 자식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40대가 되면 아이들 학교와 진로문제가 가장 중요한 문제이며 이때가 삶이 주는 압박이 가장 심할 때다. 경제적으로, 시간적으로 늘 부족하고 이로 인한 걱정이 늘어나게 된다. 금수저가 아닌 이상 늘 고민하고 힘겨워한다. 조금이라도 좋은 조건을 찾아 이곳저곳을 헤매게 되고 결국은 상실감마저 들게 한다. 내 삶은 배제된 채 오로지 가족과 생계에 대한 걱정이 먼저인 시기다.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하고도 삶의 목표는 바뀌지 않는다. 취업을 해야 하고, 결혼을 해야 하는 문제로 인해 여전히 아이들 주위를 감싸야하는 것이 부모가 가지는 삶의 내용이다. 가끔씩 가족을 떠나 산속에서 홀로 생활을 하는 자연인을 부러워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50대 남자들이 가장 즐겨보는 프로가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결과는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여전히 내 삶을 즐기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고인이 되신 노무현 대통령께서 국정을 이양하고 봉하마을로 돌아오시는 날, 기차에서 내린 후 기차역사에 마련된 단상에서 제일 처음 하신 말씀이 "기분 조~오~타"였다. 한 나라의 최고 권력자도 지난 5년간 자신의 삶을 버리고 국가와 국민이 바라는 삶을 살았으니 그 심정이 오죽했을까. 되돌아보면 삶을 오로시 즐기는 시간은 1프로도 되지 않았던 것 같다. 나머지 99프로는 삶을 버티는 시간들이었다. 단 1프로의 삶을 즐기기 위해 나머지 시간들을 버티고 또 버텼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삶 중에 즐기는 시간을 사랑하는 것뿐만 아니라 티는 시간도 모두 사랑해야 한다. 버티는 삶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우리들이 살고 있는 대부분의 시간은 끝나지 않는 어둠 속 터널이기 때문이다. 버티는 것이 얼마나 내 삶을 변화할 수 있는지도 함께 느끼면서 살자. 비록 그것이 헛된 목표일지라도 우리는 늘 그렇게 살아야 한다. 버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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