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서 잘 딱 깔끔하게 센스 있게" 그런 건 없습니다

모호한 지시는 리더의 게으름이다

by Nadan

직장인들 사이에 한때 '알잘딱깔센'이라는 말이 유행했습니다. "알아서 잘 딱 깔끔하게 센스 있게"의 줄임말이죠.


방송이나 유튜브에서는 이제 한물간 유행어가 되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사무실에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리더가 팀원에게 업무를 지시하며 "김 대리, 이번 보고서 알지? 알잘딱깔센으로 부탁해"라고 말하는 순간, 김대리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비상경보가 울립니다.


도대체 무엇이 '잘'하는 것이고, 어디까지가 '딱' 맞는 것이며, 어떻게 하는 게 '센스'있는 걸까요?




'센스'는 도박이다

많은 리더가 팀원의 '센스'를 기대합니다. "굳이 말 안 해도 척하면 척 알아들어야지, 그걸 일일이 설명해 줘야 해?"라고 반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봅시다. 비즈니스에서 '센스'에 의존하는 것은 '도박'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리더의 머릿속에 있는 그림과 팀원의 머릿속에 있는 그림이 우연히 일치하기를 바라는 요행이기 때문입니다.

리더가 생각한 '깔끔하게': "핵심만 요약해서 1장짜리 워드로 정리해."

팀원이 해석한 '깔끔하게': "디자인을 예쁘게 다듬어서 20장짜리 PPT로 만들어."


이 둘의 차이는 밤샘 야근과 다음 날 아침의 고성으로 이어집니다. 팀원은 밤새워 예쁜 쓰레기를 만드느라 고생했고, 리더는 원하는 결과물을 받지 못해 화가 납니다.


이 비극의 원인은 팀원의 '센스 부족'이 아닙니다. 리더의 '정의(Definition) 부족'입니다.



리더는 왜 모호하게 말할까?

현장에서 리더들을 코칭하다 보면, 모호하게 지시하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심리가 깔려 있음을 알게 됩니다.


첫째, 본인도 아직 정리가 안 되었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시켜야 할지 명확하지 않으니, 일단 공을 팀원에게 넘기는 것입니다. "일단 초안 좀 잡아봐"라는 말이 대표적입니다. 리더 스스로도 'Why(왜 하는지)'와 'Output(결과물 이미지)'이 없으니 설명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것은 명백한 직무 유기입니다.


둘째,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입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꼬치꼬치 지시하면 간섭하는 것 같고, 깐깐한 상사처럼 보일까 봐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자유롭게 해 봐", "김 대리 스타일대로 해봐"라고 말하며 쿨한 척을 을 합니다. 하지만 팀원 입장에서 가장 나쁜 상사는 깐깐한 상사가 아닙니다. 기준이 없는 상사입니다.



친절한 리더는 '친절하게 웃는' 사람이 아니다

진정한 친절은 미소가 아니라 '명확함(Clarity)'입니다. 팀원이 불필요한 삽질을 하지 않도록, 고민할 시간에 실행을 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쳐주는 것이 리더가 베풀 수 있는 최고의 배려입니다.


지시를 내리기 전, 반드시 <지시의 3요소>를 스스로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1. 배경과 맥락(Why&Context) "이 보고서가 왜 필요한가?"를 설명해야 합니다. 임원 보고용인지, 팀 내부 공유용인지, 외부 고객 설득용인지에 따라 결과물의 톤 앤 매너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 "시장 조사 좀 해봐"

⭕ "다음 달 신규 기획안 근거 자료로 쓸 거야. 경쟁사의 약점이 드러나는 데이터를 중심으로 조사해 줘."


2. 결과물의 형태(Format) "무엇을 가져와야 하는가?"를 구체적으로 정해줍니다.

❌ "보기 좋게 정리해 줘"

⭕ "엑셀로 수치 비교표를 만들어 줘. 텍스트 설명은 필요 없어."


3. 기한과 중간 점검(Deadline) 단순한 마감이 아니라, 언제 중간 공유를 할지 정해야 '방향 수정'이 가능합니다.

❌ "이번 주까지 해"

⭕ "금요일이 마감이니, 수요일 오전에 목차만 먼저 잡아서 10분 정도 이야기하자."



리더의 언어에는 '해상도'가 필요하다

팀원이 결과물을 가져왔을 때 "이게 아니잖아!"라고 소리치고 싶다면, 먼저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내가 내린 지시의 해상도는 몇이었습니까? 흐릿한 저화질의 지시를 내리고 고화질의 4K 결과물을 기대한 것은 아닐까요?


"알아서 잘 딱 깔끔하게 센스 있게."


이 말은 팀원에 대한 칭찬이 될 수는 있어도, 업무 지시어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팀원의 센스를 탓하기 전에, 나의 언어가 얼마나 구체적이었는지 점검하는 것. 그것이 리더가 갖춰야 할 진짜 '센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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