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

AI 기술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by 나답게 류태섭

"AI 때문에 제 일자리, 괜찮을까요?"

커리어 현장에서 16년을 보냈다.

HR 담당자로 시작해, 솔루션 연구, 커리어 컨설턴트, 그리고 지금은 커리어 뉴스 발행인으로. 그 시간 동안 5,000명 이상의 직업 이야기를 들었고, 시대마다 사람들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곁에서 지켜봤다.

그리고 요즘,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하나 있다.

"AI 때문에 제 일자리, 괜찮을까요?"



숫자가 말하는 현실

불안이 근거 없는 건 아니다.

한국은행이 2023년 발표한 'AI와 노동시장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AI 특허 정보를 기반으로 직업별 노출 지수를 분석한 결과 국내 취업자 중 약 341만 명(전체의 12%)이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사·회계사·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이 AI 노출 지수 상위에 포함된 점은 충격적이다. 단순 반복 업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채용 시장에서도 변화는 이미 진행 중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25년 국내 500여 개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업의 69.2%가 "채용 시 AI 역량을 고려한다"라고 답했다. 경력직 선호 비율도 51%로, 즉시 투입 가능한 실무형 인재 수요가 뚜렷하게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이미 AI를 쓰고 있다. 한국은행이 2025년 8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근로자의 51.8%가 업무에 생성형 AI를 활용 중이며, 이는 미국(26.5%)의 약 2배 수준이다. AI 활용으로 주당 평균 1.5시간의 업무시간이 단축됐다는 결과도 나왔다.


글로벌 수치도 냉정하다. 세계경제포럼(WEF)의 '미래일자리 보고서 2025'는 2030년까지 전체 기업의 86%가 AI로 인한 조직 혁신을 경험할 것이라 전망했다. 그 과정에서 약 9,2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약 1억 7,000만 개의 새 일자리가 생긴다고 했다.

이 숫자들이 말하는 건 단순하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유망 직종 리스트, 그게 답일까

이런 변화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유망 직종 리스트'를 찾는다.

AI 엔지니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프롬프트 엔지니어. 뉴스마다 이 직종들이 등장하고, 많은 이들이 방향을 틀어야 하나 고민한다.

나는 여기서 다른 질문을 던지고 싶다.


지금 하는 일을 버리고 유망 직종에 뛰어드는 게 정답일까?

아니면, 지금 하는 일을 유망 직종으로 만드는 게 정답일까?


직종을 바꾸는 게 아니라, 내 직종에 AI를 더하는 것. 그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강사라면 AI로 콘텐츠를 더 빠르게, 더 깊이 만들 수 있다.

마케터라면 AI로 수십 개의 카피를 테스트하고 최적의 메시지를 찾을 수 있다.

컨설턴트라면 AI로 방대한 자료를 압축해 더 날카로운 인사이트를 줄 수 있다.

같은 직종이어도, AI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결과는 전혀 달라진다.



기술과 사람은 경쟁 구도가 아니다

미디어는 종종 AI와 사람을 대결 구도로 그린다.

"AI가 인간을 대체한다", "살아남을 직업 TOP 10" 같은 제목들.

자극적이다. 그래서 클릭된다. 하지만 그 프레임 안에서는 우리가 늘 피해자가 된다.

나는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


기술은 도구다. 타자기가 나왔을 때 손으로 문서를 쓰던 사람들은 사라졌지만, 글을 써야 하는 사람은 사라지지 않았다.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 오프라인 비즈니스는 흔들렸지만, 사업하는 사람들은 인터넷을 무기로 삼았다.


AI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질문은 이것이어야 한다.


AI 기술을 어떻게 활용해 나다움을 극대화할 것인가?

지금 하는 일에 AI를 어떻게 잘 녹여낼 것인가?


이 두 가지 질문에 집중하는 사람은,

어떤 직종에 있든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는다.



같은 도구, 전혀 다른 결과

여기서 흥미로운 현상이 하나 있다.

AI 기술을 쓰는 사람과 쓰지 않는 사람의 격차도 있지만, 더 중요한 건 AI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른 격차다.

일반적으로 AI를 활용하는 사람은 기술로 시간을 줄인다. 그런데 그 남은 시간을 어디에 쓰느냐를 묻지 않는다. 결국 이전과 생산성의 차이가 크지 않다.


반면, AI를 깊이 활용하는 1인 사업가나 크리에이터들은 다르다. 줄어든 시간만큼 더 많은 과업을 더 깊게 처리한다. 같은 하루 24시간을 쓰지만, 결과물의 양과 질이 수십 배 차이 난다.


한국은행 보고서는 이 지점을 정확히 짚었다. AI를 업무에 활용한 근로자는 주당 평균 1.5시간의 업무시간을 줄였다. 그런데 보고서는 이렇게 덧붙였다. "줄어든 업무시간을 개인 휴식이나 여가에 썼다면, 실제 생산성 향상 효과는 훨씬 낮아진다."

이는 기업뿐 아니라 개인도 마찬가지다.


AI는 효율의 도구이기도 하지만, 생산성의 도구이기도 하다. 줄어든 시간에 멈출지, 그 시간을 다시 투자할지는 도구가 결정하지 않는다. 사람이 결정한다.



AI 시대일수록, '나다움'이 경쟁력이다

기술의 격차가 줄어드는 시대일수록, 역설적으로 사람의 고유성이 더 빛난다.

AI는 평균을 빠르게 만든다. 하지만 평균 너머의 것, 즉 개인의 경험에서 나온 관점, 그 사람만의 언어, 진심이 담긴 이야기는 AI가 대신할 수 없다.

나는 이것을 '나다움'이라 부른다.


16년간 커리어 현장에서 느낀 건 이것이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건 AI가 아니라,

사실 '내가 대체 가능한 사람인가'에 대한 두려움이다.


그 두려움의 해답은 AI 기술을 익히는 것에 앞서, 나만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찾는 것이다.

나다움이 분명한 사람은, AI를 쓸수록 더 강해진다. 나다움 없이 AI 기술만 쌓는 사람은, 기술 격차가 좁혀질수록 더 불안해진다.



그래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되려 하는가

요즘 AI를 활용해 시간을 줄였다는 이야기는 넘쳐난다. 하지만 그 시간으로 이전보다 어떤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냈는지를 보여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는 그 차이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AI 기술로 줄인 시간만큼,

더 깊은 글을 쓰고.

더 많은 사람의 커리어 고민을 듣고.

더 촘촘한 콘텐츠를 만들고.

나다움을 더 선명하게 세상에 드러내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AI 시대의 생존 방식이다.

유망 직종을 찾을 것이 아니라, 나의 직종을 유망하게 만들 것.

AI와 경쟁할 것이 아니라, AI를 활용해 나다움을 극대화할 것.


이 두 가지가 내 답이다.

그리고 나는 그 답을 증명하는 삶을 부단히 살아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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