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통닭에서 배운 것

나다움 29년이 증명한 것들

by 나답게 류태섭

골목 안쪽에 작은 통닭집이 있다.

지난주 한 치킨집을 다녀왔다.

간판에는 버젓이 '엉터리통닭'이라고 쓰여 있다.

그런데 이상하다. SBS 생활의 달인 '후라이드 치킨 달인'으로 선정된 집이다.

이름은 엉터리인데, 실체는 정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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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역설이 된 이유

'엉터리'라는 단어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형편없고 가짜인 것', 다른 하나는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이다.

이 통닭집 부부는 알았을까, 몰랐을까.

이름을 엉터리로 짓고 나서, 29년 동안 그 반대를 증명해 왔다.


정석(定石)의 조리법.

진실(眞實)된 재료.

올바름(正義)을 담은 손길.

실체(實體)가 있는 정성.

가게 이름이 '엉터리'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와닿는다.



29년을 버티게 한 것

가게에 방문 전 손님들의 리뷰를 살펴보았다.

"치킨의 근본이다", "치킨의 본질이다"

왜 이런 말이 나올까?


부부는 통닭을 세 번에 나눠 튀긴다.

처음엔 낮은 온도로 속까지 익히고,

마지막에 센 불로 바삭함을 더한다.

화려한 기교는 없다. 기본에 충실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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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생방송 투데이 방송 내용을 살펴보니,

사장님은 재료는 매일 시장에서 직접 고른다.

손님 입에 닿는 음식이라 신선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반죽할 때마다 속으로 말한다고 하신다.


"오늘 손님이 제일 맛있게 먹게 해 달라."

29년 동안 그 말을 반복했다고 한다.



나다움은 거창하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나다움을 특별한 재능이나 차별화된 스펙에서 찾으려 한다.

그런데 이 부부에게 나다움은 다르다.

매일 시장에 직접 나가는 것

세 번에 나눠 정성스럽게 튀기는 것

반죽에 속으로 기도를 담는 것


특별하지 않다. 화려하지도 않다.

그런데 29년을 이어왔다. 그게 나다움이다.



'지상낙원'이라는 말

사장님은 카메라 앞에서 이렇게 말한다.

"절대 여기서 벗어나지 말아야지.

지상낙원에서. 내가 행복해 보이지 않나요?"


이 한 마디가 오래 남는다.

이 분이 행복한 건 돈을 많이 벌거나 유명해서가 아니다.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알고,

그것을 29년 동안 일관되게 해 왔기 때문이다.

나다움이 삶이 되면, 일이 지상낙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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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이 아니라, 맛이 사람을 불렀다. 29년의 흔적이 벽에 쌓여 있다)



엉터리통닭이 우리에게 묻는 것

이 가게의 이름이 왜 '엉터리'일까.

아마도 정답이 없는 골목 통닭집이라는 자기 고백이었을지 모른다.

격식도 없고, 트렌드도 없고, 마케팅도 없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가장 진짜다.


번듯한 간판 뒤에 실체가 없는 집보다,

엉터리 간판 뒤에 29년의 정성이 있는 집이 더 오래간다.


나다움이란 거창한 선언이 아니다.

내가 매일 반복하는 작은 정성들이 쌓인 것이다.


다음에 방문하면 사장님과 이런저런

깊은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당신의 엉터리통닭은 어디에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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