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일하는데 나 혼자 외국인일 때 대처법
호주에서 일하는 것을 꿈꿀 때, 다들 그렇듯 나 역시도 현지인들과 함께 일하는 "오지잡"을 꿈꿨다.
처음에 호주에 도착 했을 때, 오지잡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오지잡 구하기 자체가 힘들었다기 보단, 자금이 계속 줄어드는 와중에 하염 없이 원하는 일을 구할 때까지 버티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연락이 빠르게 오고 빨리 일을 구할 수 있는 한인잡 위주로 했었다.
그렇게 반 년 정도가 흐른 뒤, 이번엔 정말 호주 로컬들과 일하는 목표를 달성해보자고 생각했다. 처음엔 구하는 것 자체도 어렵지만, 막상 구하고 나서도 문제가 생겼다.
일을 하는 시간에 호주사람들과 어떻게 잘 지내야하는지 너무 막막했기 때문이다. 나 혼자 외국인인 상횡에 버티는 상황에 정신적 에너지 소모가 엄청 났다.
돈을 버는 걸 떠나서, 일을 하다 보면 결국 ‘관계’가 제일 중요했다.
모든 사람과 다 친할 수는 없지만,
적당히 불편한 관계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처음 오지잡을 구했을 때는 정말 행복했다.
“돈도 벌고, 영어도 자연스럽게 쓸 수 있는 환경이라니 너무 좋다.”
그 생각뿐이었다.
한인잡에서 정말 많은 걸 배우고 나서였기에
오지잡을 구했을 때의 기대감은 더 컸다.
나는 멜버른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로컬 펍에서
‘푸드 앤 베버리지 어시스턴트(FOH)’로 일했다.
즉, 주방이 아니라 홀에서 일하는 형태였다.
그러다 보니 같이 근무하는 대부분의 직원들이 호주인이었다.
내가 듣기로는 외국 국적이 거의 없었고,
홀 스태프 대부분이 호주 백인이었다.
처음엔 조금 놀랐다.
다문화적인 곳일 줄 알았는데,
주방 쪽에는 인도인 직원들이 많았지만
홀은 거의 전부 백인이었다.
오지잡을 구했을 때의 기쁨은 잠시였다.
영어가 부족한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과 친해지고,
조금 더 편한 관계 속에서 일할 수 있을까”를
정말 많이 고민했다.
호스피탈리티 업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이 일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일수록
순간순간의 호흡이 정말 중요했다.
즉, 팀워크가 핵심이었다.
그리고 팀워크를 위해서는
서로 편안한 관계를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문화적으로도 그런 부분이 있었다.
호주에서는 말을 자주 섞고 분위기를 유연하게 유지하는 문화가 자연스러웠다.
그래서 처음엔 더욱 어려웠다.
내가 혼자 외국인으로 일하다 보니
익숙하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적응하려고 애썼다.
일을 시작하고 나서,
영어가 안 들려서 생긴 난감한 순간들이 정말 많았다.
같은 호주 사람인데도 어떤 사람은 유독 말이 잘 들리고,
어떤 사람은 아무리 들어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어려웠다.
특히 말이 빠르고 유머를 자주 섞는 사람일수록 더 힘들었다.
그런 동료들 중에는
5년 이상 근무한 홀 스태프도 있었고,
10년 차 셰프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과 관계가 서먹하다고 느껴지니까
너무 불편했다.
나는 ‘직장에서 사람들과 잘 지내는 것도 능력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들과 잘 지내지 못하면
아무리 내가 일 잘해도 결국 직장 안에서
부적합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스트레스로 이어졌다.
그래서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기로 했다.
어떻게 하면 조금씩 극복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하나씩 시도해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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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인사는 꼭 잘하기.
마주쳤을 때 먼저 다가가 "Hi”, "How's going" 이렇게 인사하는 거부터 시작했다. 핵심은 일을 시작할 때, 집에 갈때 한 명 한 명씩에게 나 왔어! 나 갈게! 처럼 눈도장을 찍는 것이다.
처음엔 스몰톡 문화가 익숙치 않아 "How are you" 다음에 이어지는 짧은 근황토크를 어떻게 이어가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동료들이 how are you에 어떻데 대답하는지를 보면서 조금씩 감을 익힐 수도 있으니 인사 잘하기를 추천하고 싶다.
두 번째, 일에 관련된 거 자주 물어보기
스몰토크가 어려운 이유가 ‘뭘 몰라버리는지 모르겠는 게 제일 크다’였다. 한국식 스몰토크에 익숙하다 보니 가끔 내 질문이 호주 사회에서는 적합하지 않은 질문인지 아닌지, 그런 것도 있었던 것 같아서 그게 좀 어려웠다. 무슨 말을, 어떤 말이, 어떤 질문이 너무 흔한 건지 그 선을 잘 모르겠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말을 걸기가 되게 어려웠다. 그래서 나는 많이 시도했던 게 일을, 일에 걸친 걸로 물어보는 거였다. 굳이 안 물어봐도 될 만한 거였지만, 그냥 많이 물어봤다. 예를 들면 바에 얼음을 채워놔야 했는데, 그런 것도 물어봤다.
사람이라는 게, 내가 생각했을 때 대화 주제가 무엇이든 간에 말을 하는 빈도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거기서 오는 친밀감이 있다고 생각했다. 할 말이 없어도 그냥 말을 자주 붙여보려고 노력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일이라는 게 진짜 너무 일에 관련된 것만 물어보는 게 아니라, 예를 들면 일을 파생해서 스몰토크를 만들 수 있었다.
예를 들면 내가 “리프트life (음료 종류)가 뭐야?”라고 물었는데, 바에서는 포스트믹스라고 바에서 쓰는 건이 있었고, 거기에 ‘리프트’라고 써 있어서 물어본 것이었다. 레몬 같은 음료수라고 하길래 그런 걸 얘기하다가 “아, 진짜 호주 사람들은 레몬 맛을 진짜 좋아하는 것 같아”라고 말하면, 호주 동료는 “맞아 맞아, 사실 나도 어렸을 때 레몬 스쿼시 먹으면서 자랐어” 이런 식으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세번째, 동료에게 같이 일하고 있단 느낌 주기
이건 호스피탈리티 업의 특성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협업하는 느낌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뭔가를 할 때 말을 안 해주고 하기보다는, 말을 자주 해주면 좋았다.
예를 들들면 테이블을 치우고 나면 다시 식기, 컬러리를 세팅해야 했다. 어떤 사람이 테이블을 닦고, 그다음에 식기를 하려고 식기를 가지러 가는 순간에 “내가 거기 식기 넣어갈게” 이런 식으로 말했다. 말 없이도 할 수는 있었지만, 말을 해주는 거였다. 그렇게 일을 두 번 안 하게, 말을 하는 게 중요했다. 그래서 그런 식으로 소통을 많이 하려고 노력했다. 즉 일을 같이 함께하고 있다는 감각을 주려 했다.
네 번째, 적극적인 모습 보여주기
그 다음으로 한 건 “내가 도와줄게”, “내가 할게” 이런 식으로 일을 좀 적극적으로 하는 것처럼 보이는 거였다.
예를 들면 호주에서는 손님이 음식을 먹고 나면 그릇을 빨리 치우는 게 ‘서버가 손님들을 케어하고 있다’는 뜻인데,
피크타임이면 당연히 빨리빨리 접시를 치워야 했다. 그럴 때 내가 접시를 치우고 있는데 딴 사람이 오면, 그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럴 때 “내가 덮고 할게” 이런 식으로 얘기해서 그 친구가 다른 일을 하러 가게 도와주는 식으로 했다.
다섯 번째 : 대충 알아들은 건 다시 확인 받기
영어로 일을 하다보면 매니저나 다른 사람이 시킨 일이 내가 이해한 게 맞는 건지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아리까리한 것들을 그냥 대충 맥락만 파악했다고 “알겠다”라고 대답하는 게 아니라,
아리까리하지만 내가 잘못 이이해하면 신뢰를 주지 못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는 “내가 이해한 게 맞는지” 컨펌하는 질문을 해주는 게 좋았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의사소통과 언어 능력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했다. 언어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소통이 잘 된다는 건, 상대방과 내 생각이 일치하게 접점을 찾아가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부분을 지키려고 애썼다.
여섯 번째 : 고맙단 말 자주하기
나는 여기에서 몇 개월 만에 온 신입이었고, 신입으로서 그리고 외국인으로서 동료들에게 도움을 받을 일이 많았기 때문에 그럴 때마다 고맙다는 말을 꼭 했다. 예를 들면 “Thank you for waiting for me.” 아니면 “Thank you for helping me.” 이런 식으로 꼭 말했다. 바쁜 시간대에 그 친구가 나를 호다닥 도와주고 자기 일을 하러 갈 수 있었는데, 그 순간에 고맙다는 말을 못했더라도, 다시 짬이 나서 그 친구를 만났을 때 “아까 도와줘서 너무 고마웠어” 이런 식으로 얘기했다.
일곱 번째 : 특별히 누군가가 나를 열심히 알려준다면, 열심히 리액션하기
내가 일하는 곳은 많은 사람들이 조금씩 시프트를 가져가서 일하는 구조였다. 그래서 사실 돈을 벌기에는 그렇게 좋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사람들이랑 일하기에는 되게 좋은 환경이었다.
일주일 동안 4일을 일해도 맨날 똑같은 사람과 일하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이랑 일하는 경우였다. 일을 하다 보면, 특히 가르쳐주는 데 적극적인 친구들이 있었다. 그럴 때는 ‘나 진짜 집중하고 배우고 있어’라는 제스처를 많이 취해주는 게 좋다고 느꼈다. 예를 들면 메모를 한다거나 사진을 찍어서 남기려고 했다.
그리고 여기서 의외라고 느꼈던 점도 있었다. 우리가 흔히 호주인들을 한국인들에 비해 게으르고 일하기 싫어한다고 생각하는데, 여기 캐주얼 잡에서는 게으르면 시프트를 안 주는 경쟁 시스템이었다. 그래서 결국 남아 있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기 일에 열정이 있거나, 아니면 사회성이 너무 좋아서 조직 분위기에 윤활제 역할을 해주거나, 아니면 성실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가르쳐주려고 하는 사람들, 열심히 하는 걸 좋게 봐주는 친구들이 있었다고 느꼈다.
여덟 번째 : 자주 웃기
이건 모두가 다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일 하는 내내 밝은 분위기를 자주 유지하려고 했다. 말이 잘 안 통해도 사람이 밝아보이면 다가가기 쉽다고 느꼈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조금 웃고 있으려 했다. 미소를 유지하려고 했다. 다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계속 미소를 보는 게 힘들 수 있으니, 잘 맞는 사람에게만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아홉 번째 : 진솔하게 다가가기.
여기서 일하는 중 유독 어색함이 느껴지는 몇몇 사람이 있었다. 말이 너무 빨라 내가 잘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들이었다.
결국 나는 이런 상황에서 서로 어색하고 불편함이 깨지는 순간이, 진솔하게 먼저 내가 다가갔을 때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오늘 있었던 일처럼, 7년 이상 일한 셰프님이 말이 빠르고 유머 있고 쾌활한 스타일이었는데, 내가 말이 빨라도 못 알아들을 때가 많아서 그분이 말을 거는 걸 꺼리게 되는 상황이 생겼다. 그분도 내가 그런 걸 아는 걸 아니까, 더 말을 안 걸려고 하는 느낌이 있었다. ‘어떻게 말을 해도 얘가 못 알아듣는다’라는 느낌이 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분위기가 서먹서먹했는데, 오늘 내가 용기를 내서 화장실 앞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 옷을 갈아입고 갈 준비를 하시고 계셨고, 나는"사실 당신의 말을 못알아 들을 때마다 슬퍼요"라고 농담조로 마음을 표현했다.
그분께선 내가 말이 매우 빠르단 걸 알고 있다고, 그래서 당연히 이해한다고 말해주셨다. 뭔가 마음이 통하는 간질간질한 순간이었다. 그래서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이후에 그 분도 나를 좀 더 편하게 대하는 느낌이 들었다. 인사도 더 잘해주시고, 잘 받아주시고, 그런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랬다고 적었다.
마무리 하며.
나는 오지잡을 한 지 4주 정도 되면서, 처음 적응이 어려웠을 때 나름대로 시도했던 방법들을 이렇게 공유해봤다. 여러분이 오지잡을 갔을 때 같은 고민을 하게 된다면, 내가 썼던 방법들을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최근에 많이 느꼈다. 어떻게 보면 지금 이 과정이 이민을 간 분들이 똑같이 겪는 문제일 거라고 생각했다. 막상 어떤 사회에 있다가 새로운 곳에 들어가면, 소속감이 느껴지지 않는 그 공간에서 일하는 게 진짜 에너지가 쭉쭉 빨린다고 느꼈다. 그래서 요즘은 평소 일하는 것보다 주에 10시간을 덜 일하는데도, 그때보다 더 기가 빨리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만큼 계속 긴장하며 일을 했었다.
그래서 정말, 이민하거나 학생분들처럼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이 있었다면 그분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워홀 신분이다 보니 그분들을 만날 기회가 없었다. 한국분들이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좋았던 점은, 호주 바이브’가 뭔지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직장에서도 욕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문화가 있었다. 심지어 매니저도 그랬다. 호주에서는 욕을 쓰는 게 친근함을 표시하는 경우가 있어서, 한국보다 훨씬 캐주얼했다. 그런 호주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게 나는 좋았다..
나는 여기서 오는 관계에 대한 고민들이, 내가 이 잡이 아닌 다른 일을 하더라도 적응하는 데 많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처음에 여기서 일을 할 때만 해도 “하이, 하와유” 이런 인사가 되게 낯설게 느껴졌는데, 이제는 나름 자연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