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을 깨닫는 과정이 진정한 버킷리스트의 의미
"어떤 직장인이 되고자 꿈꾸셨나요?" 어느날 협력업체 직원에게 받은 질문이었습니다. 순간 머리속이 아득해지더군요. 그저 중학교 다음에 고등학교, 또 그 다음에 대학교를 졸업 한 후 자연스럽게 직장인이 되었던 나로서는 평소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변명을 한다면 내가 직장인이 되었을 때는 여성은 취업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고, 직장인에 대한 정보도 많지 않았던 시절이었습니다. 멋진 커리어우먼이 되고 싶다는 욕심은 있었지만 막연하고 추상적인 것이었지요. 구체적인 롤모델도 없었고, 그저 처음 취직한 직장에서 그 직장에 맞는 인재로 육성되어져 갔고, 회사의 성장과 개인의 성장을 상당부분 동일시 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업무를 통해 능력을 함양시켜가는 것을 통해 상당한 성취감과 만족감도 느끼고 있었습니다.
1998년 IMF 외환위기가 오면서 직장내에 감원바람이 불었습니다. 떠난 사람, 남겨진 사람 모두 불행했던 시절이었지만, 모두들 나름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위기를 극복하고자 했어요. 워라밸이라는 말 보다는 성장과 혁신이라는 말이 더 친숙했던 5060세대 우리들. 이렇게 개인의 삶보다는 직장의 구성원으로, 한 가정의 부모로, 부모를 모시는 자식으로 '역할'에 더 익숙하고 충실했던 우리들이 어느덧 5060 나이가 되었습니다.
어느날 아들이 묻습니다.
"엄마의 버킷리스트는 뭐예요?"
선뜻 대답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제대로 생각해 본적이 없기 때문이지요. 사실 매스컴에서 하도 버킷리스트에 대한 얘기가 나오기에 나도 버킷리스트를 생각해 보려 시도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번번히 고민만 하다가 제대로 적어내질 못했어요.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생각하기 보다는 주어진 '역할'을 잘 해 내면서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주변에 비슷한 또래의 친구,지인들을 보면 나이들어갈수록 생각의 격차가 크게 벌어짐을 느낍니다. 어떤 친구는 매우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적극적인 사고를 하는 반면에, 어떤 친구는 '지금 이 나이에 무엇을 할 수 있겠냐'며 무기력증에 빠져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생각의 차이는 외모의 차이까지 확대됩니다. 명확한 이론적 근거는 없다 하더라도, 주변의 지인들을 보면 분명 적극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자기 외모 가꾸는 일에도 적극적이게 되고, 결과적으로 나이보다 젊어보이는 외모를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생각이 적극적인 사람은 활력이 있으며, 활력은 사람을 젊어 보이게 해 줍니다.
도전하는 삶은 아름답다고 했던가요? 주로 영업하는 분야에서 직원들을 격려해 주고자 사용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서야 그 말의 뜻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 버킷리스트를 적어봅니다.
** kg 까지 체중조절하여 건강한 몸 유지하기
새로운 강의 도전하기
브런치작가 되기
미국 여행하기
내 이름의 책 출판하기
간신히 5개를 적었습니다. 사실 이 중 3가지는 이미 도전중이예요. 그런데 신기한 것이 처음엔 적기 힘들던 버킷리스트가 하나하나 적어갈수록 하고 싶어지는 일이 점점 더 많이지는 기분입니다.
인터넷 어디선가에서 읽었던 글이 생각납니다.
무엇을 하느냐보다 자신이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깨닫는 게 버킷리스트의 진정한 의미
비가 오면 계곡의 물은 흙탕물이 됩니다. 그러다 비가 그치고 조용해 지면 흙은 가라앉고 물은 속까지 투명하게 들여다 보이게 되지요. '나의 마음을 조용히 가라앉히고 내가 진정 원하는 일들을 생각해 보자. 너무 크고, 멀어서 도달하기 힘든 목표 보다는 가깝고 작은 일들부터 나의 버킷리스트에 올려보자' 라는 생각으로 버킷리스트를 하나하나 떠올려 보았습니다.
지인들과 만났을 때, 자기의 아픈 몸에 대한 얘기나, 자식얘기,남편얘기 외에 자기 스스로가 원하는 버킷리스트와 그것들을 이루어가는 여정을 함께 나눈다면 그 또한 행복일 것입니다. 이렇게 쓰다보니 또 하나의 버킷리스트가 생각납니다. "버킷리스트를 함께 얘기할 수 있는 친구 만들기"
버킷리스트는 열심히 살아온, 그리고 앞으로도 열심히 살아갈 나 자신에게 주는 '행복선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