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내 책장에 넣어 둘 만한가?

아무튼 군산 5 - 군산시 희망도서 바로 대출 서비스

by 한낱


얼마 전 새로 나온 일본 추리소설을 읽었다. 이 시국에 일본 소설을 읽는다는 게 내키지 않았지만 ‘알라딘’에서 신간 홍보를 보고 읽고 싶어 졌다. 제목에 ‘책’이라는 단어가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작가, 책, 글쓰기’ 이런 키워드만 보면 그냥 지나쳐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 돈 주고 사서 읽기에는 조금 아까웠다. 일본 추리소설 치고 소장하고 싶은 책은 없었기에 ‘희망도서 바로 대출’을 이용했다.

예전에는 도서관에 희망도서를 신청하면 신청자가 제일 먼저 대출할 수 있었다. 한 달에서 한 달 반 정도 오래 기다려야 하긴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이제 먼저 빌려 볼 수 있는 서비스는 없다고 했다. 그 대신에 다른 서비스가 생겼다고 홍보했다.

‘보고 싶은 책 서점에서 대출하다. 군산시 희망도서 바로 대출’ 서비스.

군산시에서는 빌리고 싶은 책을 지정된 서점에서 바로 빌려 볼 수 있다. 도서관에 있는 책도 가능하다. 오래 기다리지 않고 바로 빌려볼 수 있다. 그중 새 책을 빌려볼 수 있다는 것이 제일 큰 장점이다. 그것이 바로 ‘희망도서 바로 대출 서비스’이다. 도서관 홈페이지에 회원가입이 되어 있고 도서관 대출증과 신분증이 있으면 누구나 대출 신청이 가능하다. 단, 너무 오래된 책이나 관내 도서관에 모두 비치된 책은 불가하다. 예를 들어 각 도서관에 내가 신청한 책이 다 비치되어 있으면 신청되지 않는다. 그것은 신청 단계에서 알려주니 괜찮다. 그런 책은 그냥 도서관에서 빌리면 된다.

내가 빌린 일본 추리소설은 도서부 위원인 두 친구가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풀어나가는 이야기다. 놀라운 관찰력과 통찰력으로 무겁지 않게 사건들을 풀어나간다. 단편집처럼 각 사건들이 분리되어 있어 술술 잘 읽힌다. 잠깐 머리 식히는 용이었다. 최신간이라 아직 도서관에는 비치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예전 같으면 사서 읽는 수밖에 없었다. 군산시의 희망도서 바로 대출 서비스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사실, 간직할 만한 책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반면, 희망도서 바로 대출 서비스로 읽으며 내내 후회한 책도 있었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라는 책을 추천받았다. 제목부터 너무 따뜻해서 조금 지겨울 것 같아 빌려나 보자 싶어 신청했다. 읽는 동안 후회했다. 줄을 긋고 싶은 글귀가 너무 많고 그냥 이 책을 반납해 버리고 나면 읽는 동안 느꼈던 감동이나 따스함이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았다. 반납하면서 새 책으로 구입했다. 줄 그으며 다시 읽어봐야지.



다른 시에 사는 친구들에게 군산에는 이런 서비스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 그렇게 좋은 서비스가 있냐며 다들 깜짝 놀라 했다. ‘아, 군산에만 있는 건가?’하고 찾아봤더니 꽤 많은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었다. 홍보 부족인 걸까. 군산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었다. 서점에서 새 책을 빌려 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신선한 발상인가. 커피를 마시며 앉아서 읽을 수 있게 된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 이젠 집으로 가져가 읽을 수 있다니!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빌려 봐서 활성화가 돼야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이 서비스가 계속될 것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이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베스트셀러라도 나에게는 별 의미 없을 때가 있고 그냥 우연히 읽은 책이라도 깊은 감동을 받을 때가 있다. 과연 이 책이 내 비좁은 책장에 욱여넣을 만큼 괜찮은 책인지 판단이 서지 않을 때는 우선 ‘희망도서 바로 대출’을 이용해 읽어 보는 것이다. 책장의 미니멀리즘 구현은 희망도서 바로 대출 서비스로부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