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시작하기

그대! 늦었다고 그냥 가만히만 있을 텐가

by 한낱


그럴 때가 있다.

‘무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던 그때 뛰어들었다면 지금쯤 달라진 삶일 텐데.’

처음 군산으로 이사 왔을 때 둘째를 가져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다. 외동들만 키우던 주변 상황이 한순간에 바뀐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 둘 이상의 자녀들을 키우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더욱더 외로울 딸. 자신 없어 끝내 결심하지 못하고 시간을 보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때 낳았더라면 벌써 다섯 살은 됐을 텐데…….’

이 년 전쯤 원래 전공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내가 좋아하고, 아이를 키우면서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기에 과감히 뛰어들었다. 꽤 열심히 했다. 하지만 성골 출신이 아니라고,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메아리치는 소리. 전공자가 아니라서 한계가 있을 것만 같다. 어쩔 수 없이 위축되는 나.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라도 전공과목을 이수해야겠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했다.

“실무 경력을 거스르는 학력은 없어.”

남편의 말에 또 한 번 주저앉았다. 그런데 오늘 문득 ‘그때 편입했더라면 지금쯤 졸업일 텐데…….’ 물론 많이 힘들겠지만 오히려 아직 여유 있을 때 했으면 좋았을 것을. 아쉬움만 붙잡고 내년 봄 학기 때는 무조건 도전하기로 마음먹는다.

요즈음 내 주변의 동네 친구들이 일하러 나가기 시작한다. 잘 나가던 직장인이었던 그녀들은 경력과 연봉을 포기하고 집에서 육아와 교육에 전념하고 있었다. 이제는 아이들도 커서 예전만큼 손이 가지 않는다.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하며 예전에 했던 일과는 상관없는 일들에 도전한다. 그녀들은 너무 오랫동안 쉬다 보니 사회에 나가는 것이 무섭다고 했다. 나도 그랬다. 모두들 그런가 보다. 그래도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내년에 너는 똑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푸념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내가 다시 일을 시작할 때 받았던 응원들을 그들에게 돌려준다.

나는 예전부터 후회를 잘하는 사람이었다. 반대로 결정은 빠른 편이다. 식당에서 메뉴를 정할 때도 빨리 고르고는 다른 사람의 음식이 나온 것을 보고 후회한다. ‘저거 시킬 걸.’ 이제는 메뉴나 물건 사는 정도의 선택이 아니다. 삶에 깊숙이 들어가게 되는 선택이다. 나이를 먹고 많이 고쳐진 것 같았는데도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일들이 생긴다. 누군가 그랬다. “살까 말까 고민할 때는 사라”고, “갈까 말까 고민할 때는 가라”라고. 그렇다면 할까 말까 할 때는 하자.

솔직히 이 에세이 수업도 많이 고민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꼭 필요한 수업이다. 그런데도 내 글을 누군가에게 보여 줘야 한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배우려고 왔으니 첨삭받는 것은 괜찮다. 그러나 선생님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내 속을 뒤집어 드러내는 것이 참 익숙하지 않다. 솔직하지 않으면 의미 없기에 몇 번을 쓰고 지우고 하는지 모른다.

이제 더는 후회하지 않으려고 과감하게 문을 두드렸다. 내 안의 단단한 껍데기를 깨고 세상에 나와야지. 그것도 지금 당장 시작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