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송길영 / 출판: 북스톤 / 발매: 2021.10.05
1.
일단, 내 주변에 있는 열정적인 사람들은
이렇게 최근에 나온 책을 어떻게 안단 말인가?
2.
분명이 각 장의 제목들이 기억에 남지 않는 구성인데,
책장은 왜 이렇게 잘 넘어가며 읽다가 읽다가 12년차인 내가 내 변명을 하기 싫게 만드는지.
3. 책 내용 일부 발췌 (좋았던 부분들 필사했던 거 옮겨놨어요. 문제시 삭제하겠습니다.)
그냥 하지 말라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아메리카노라는 단어가 보편적으로 쓰인 것은 2013년도부터다.
가치관의 액상화
전문화 = 그만큼 시간을 축적하지 못하면 나의 전문성을 입증하기 어려워진다.
조직도 기관도 생존을 보장하지 못한다. 환경변화가 많아지니 올인도 힘들다
변화는 중립적이어서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습니다.
내가 준비했으면 기회가 되고 그렇지 않으면 위기가 될 뿐입니다.
만약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도를 할 것이라면 이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혁신에 대한 수용성이 높아진 시대
그래도 여전히 주저한다면, 다른 혁신이 먼저 자리를 차지할지도 모릅니다.
수용성의 서늘한 이면입니다.
15년차 이상: 열정은 인성
10년차 이상: 조직과 자신 사이의 갈림길
7년차 이상: 도망갈 수 있는 사람들, 자신이 살아온 인생이 맞는지 고민되는
3년차 이상: 현타
1년차: 모른다. 총체적인 아노미
평범한게 판교 신혼부부라면
당신의 모든 것이 메시지다
고민의 총량을 팔다
재사회화 (좀 슬픈 이야기, 무엇을 배워야 할까)
그러려면 중요한 것은, 일을 해야죠. 더 중요한 것은, 대행을 주면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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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 책을 읽는다고 상상했던 그 때. 첫 장을 넘겼을 때. 나는 아마도 마케팅 관련 책들에서 그러하듯이 감상이나 느낌, 앞으로의 포부를 적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마지막 장을 넘겼을 때에는 이 책이 내게 왜 그러는건지, 나 역시 할 말이 있는건 아닐지 하면서 변명거리를 찾고 있었다. 부끄럽고 슬펐다는 나의 감상평에 책을 추천한 이는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그랬냐고 되물었는데, 나 역시 어찌 그렇게 생각하지 않냐고 되물었다. 지금부터 그 슬프고 부끄러운 이야기를 남겨보고자 한다.
나는 꽤 평범해지려고 노력했다. 평범하다는 것. 중간은 간다는 것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누군가는 정 가운데를 평균이라고 말하겠지만 일상에서의 평균은 이상향에 조금 더 가까운 것을 말한다. 평균적으로 집에 차가 한 대가 있다고 말한다면, 차 한 대는 기본으로 있는 상태에서 없는 사람과 여러대인 사람들을 놓고 봤을 때 계산을 해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게 아닌 것을 안다. '차 한 대가 있어야 한다.' 라는 말은 차가 없는 건 아무래도 평균적인 것에 미치지 못한다는 말이고, 차가 여러 대가 있는 것은 평균을 넘어버린 것이란 얘기다. 평균적인 키. 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정말로 중간의 키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봤을 때 욕을 먹지 않을 정도의 키를 이른다는 것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안다. 저자가 얘기하는 판교 신혼부부 라는 평균 역시 그런 범주에 들어가는 말이다. 평균이란 중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상향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결국 나는 남들과 같은 판교 신혼부부가 될 수는 없었다.
그래도 나는 꽤나 평범해지려고 노력했다. 공부도 했고, 직장도 잡았다. 무리를 하기도 했지만 여러 어려운 시절들을 겪기도 했다. 내가 사랑하는 나의 부인은 나를 사랑하는 만큼 내가 어디가서 못나보이지 않길 원하기에 '어려운 시절의 이야기'과 같은 '평균이지 않은 이야기'를 남들 앞에서 하지 말라는 조언을 한다. 여전히 우리는 '평균적이지 못한 삶'에 놓여있다고 여겨서겠지만, 나는 그런 생각들에 도전이라도 하려는 듯이 그런 얘기를 꺼내기도 한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그 놈의 평범한 삶에 가까울 수 있을까.
직장 생활도 마찬가지였다. 욕먹지 않을 만큼 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수많은 욕먹을만한 캐릭터들이 존재하는 공간에서 나름대로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선을 지키고 그 선에 사람들을 끌어들이며 설득하는 과정들을 거쳤다. 그리고 그렇게 12년의 연차가 쌓여서 이제 좀 평범해졌다고 여겨지는 그 시점에 이 책은 말한다. 평범해서는 안된다고 말이다. 그건 부끄러운 일이고 재사회화가 필요한 것이라는 말을 한다. 안주하는 것이야 말로 가장 나쁘다고, 심지어 안주하면서 그걸로 주변을 설득하는 사람은 정말로 나쁘다는 말을 한다. 그래서 나는 나쁜 사람에 가까워지는 것 같아 부끄러워졌다. 평범하려고 노력한건데, 평범해서는 안된다는 말이 슬펐다.
딱히 좋아하는 것이 없다. 글을 좋아하지만 글벌레는 아니고, 영상을 좋아하지만 모든 신작 영화를 챙겨볼 여력은 없다. 일곱시에 출근해서 여섯시에 집에 오고 아내를 기다렸다가 저녁을 먹고 씻으면 여덟시가 넘는다. 그리고 얘기를 좀 하다가 각자 할 걸 한다는 그 시간에 겨우 책을 읽고 게임도 하고 한다. 그 삶이 나는 참 좋은데, 그런 평범함보다는 자기가 진짜 좋아하는 것에 열정을 다 하는 것이야 말로 장기적으로 자신을 브랜딩 할 수 있는 길이란다. 아효... 그렇지.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 자신을 하나의 브랜딩을 시키는 사람들 틈에서 평범하려고 노력해온 나의 모습이 얼마나 작은지 나는 안다. 시작이 다른 것이 아니라 목표의 방향이 달랐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름 위와 옆을 잘 조율하며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을 지나서 보니 딱히 필요가 없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 나에게는 목표였던 평범함이 그리고 소중한 목표가 아니라는 말은 좀 힘들었다랄까.
저자는 ... 딱히 좋은 제목을 딱히 좋은 문단을 딱히 눈에 띄는 소제목을 넣거나 구분지은 것도 아닌데 읽다보면 정말 술술 잘 읽히는 글을 썼다. 왤까 생각해보니 글 자체가 내 삶에 너무 닿아있기 때문이다. 평소에 생각하지 않고 '그냥' 넘겼던 일들에 하나하나 그 이유를 상황을 설명해주니 너무 재미있는 것이다. 내가 나오는 예능 프로를 보는 기분이랄까. 그래 맞아 하면서 넘어가고 별 생각 없이 했던 행동들에 의미를 찾아주니 뭔가 주인공이 된 느낌인데, 문제는 모든 주인공이 해피엔딩이 아니라는 것. 평범함을 추구해온. 혹은 특별함을 늘 찾아왔지만 찾지 못한 사람들한테는 여전히 숙제에 여전히 재사회화라는 과정. 그리고 더 열정을 가질 것을 찾고 일단 하라고 알려주는. 그러니 메시지를 찾아보라는 말. 좀 답답했다.
꼭 마케팅이 아니어도 삶에는 메시지가 필요하다. 누군가는 그걸 삶의 목표 라고 말한다. 또 다른 이는 삶을 관통하는 일관성이라고도 말한다. 자전거를 좋아해서 삶을 자전거로 채울 수도 있고, 책일 수도 있고 음식일 수도 있다. 당연히 자녀도 포함된다. 가족일 수도 있고 여행일 수도 있다. 그렇게 기록되고 남는 삶이 하나의 브랜딩이 되고 그걸로 자신의 이직도 결심이 되는 그런 세상이다. 그러니... 자신의 삶을 관통하는 메시지를 찾는 일은 늘 모두의 숙원이자 과제다. 옛날 성현도 너 자신을 알라고 했고, 우리의 사춘기는 자신을 돌아보는 일로 시작되며, 나이가 37이 되어서도 도대체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잘 모른다는 걸 보면 메시지를 찾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닌 것은 맞다. 모든 것이 내 책임은 아니니까.
저자가 잘못했다고 날 혼내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음에도, 뭐랄까. 자격지심이랄까. 나는 아직도 내 삶의 메시지를 찾지 못한 것 같아서, 평범함이라는 추구했던 가치들이 재사회화가 필요한 낡은 것이 되었다는 것 같아서... 사실 최근에 이 생각을 계속해서 해왔는데 누군가가 이걸 잘 풀어서 굳이 듣고 싶지 않아 하는 머리에 꾹꾹 우겨넣어준 것 같아서 고마우면서도 힘들었다. 업계에서도 유명하시고 워낙에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보시는 분이며, 이렇게 알지도 못하는 평범한 사람이 되려는 사람의 생각을 풀어서 쓰는 분의 글이라면 맞겠지. 회사에서도 일을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요즘이었다. 좋아하는 것을 모르겠으니 가장 오랜 시간을 있는 회사에서 내가 하고 있는 일에서의 열정과 전문성을 찾아내는 것이 내 삶의 메시지에 조금이나마 더 빠른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말이다. 하필 그런 고민을 하는 시기에 이 책을 읽었다. 앞뒤가 바뀐 행위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무턱대고 하지 말라. 그냥 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