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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모 Nov 07. 2021

김수정 <데이트가 피곤해 결혼했더니>

저자: 김수정 / 출판: 마인드빌딩 / 발매: 2021.06.21

아내에게 내 브런치 글들을 평가해달라고 보여줬더니, 읽고 싶은 책이 생겼다며 되려 내게 책을 구해오라고 시킨 책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책이 추천한 것이 아닌, 브런치가 추천한 책에 가깝다. 


아내는 이 책을 받자마자 단시간 내에 다 읽어버렸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읽으면서 혼자 웃기도 하고 말도 하면서 읽는거다. 처음에는 '마저마저' 다음에는 '여보 이 책 쓴사람 나랑 비슷한 것 같아' '아하하하하'...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책장 넘기는 소리 사이에 저런 추임새를 넣으면서 읽는 모습을 오랜만에 봤다. 처음에는 별 생각 없던 나도 그 책이 궁금해졌다.


결혼을 한 이유가 데이트가 피곤해서라니 남들에게 쉽게 꺼내지 못하지만 실존하고 있는 결혼의 이유가 있다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날카롭다. 물론 이런 성향의 사람들에 국한한 것이겠지만 말이다. 결혼한지 이제 5년. 5년 동안 싸우기도 하고 즐겁기도 했다. 누가 나한테 결혼을 또 할거냐고 물으면 할거라도 답한다. 다른 사람이랑 할거냐고 물으면 그건 아니라도 말한다. 지금 사람과 즐겁자고 한 결혼이고, 그래서 즐거운 거니까. 그런데 내가 사랑한 사람의 모든 점을 다 사랑하긴 쉽지 않다. 반대로 내 모든 모습을 상대방이 이해해줄거라고 생각해서도 안되는 것이었다.


결혼을 비롯한 두 사람의 선택은 선택지를 넓혀가는 것이 아니라 선택지를 좁혀감에 그 해답이 있었다. 두 사람이 만나서 더 풍성해질 줄 알았던 결혼 생활이 실상은 너와 나의 교집합으로 국한되어 가는 생활이 되면서 조금은 답답해졌다. 거기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가 있었다. 상대를 향해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는 배려 때문에 합집합이 아닌 교집합에 집중하게 되는데, 결국은 그 배려가 두 사람의 시야를 좁아지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몇 번의 싸움과 몇 번의 대화와 몇 번의 좌절이 교집합에서 합집합으로 세상을 넓혀가는 계기가 되었다.


<데이트가 피곤해 결혼했더니> 는 교집합보다는 합집합에 미리 눈을 돌린게 아닌가 싶은 책이었다. 부부가 할 수 있는 말들. 거기에 제한이라는 건 없는 느낌. 마음 속으로 할법한 이야기들을 툭툭 던져놓는 것만으로도 해결의 실마리가 되는 일들. 남편과의 대화가 많은 책은 아니었지만, 남편이라는 존재에 국한해서 대화를 하는 책도 아니었기에 더 솔직하고 필요한 이야기들. 그래서 아마 나의 아내는 그렇게 공감을 하고 웃고 하면서 이 책을 읽어낸게 아닐까 싶었다. 


고백하자면 책을 건네받아 읽으면서 몇 번이고 아내를 찾아갔다. 

'여보 진짜 이거 여보가 쓴거 아니야?' 하면서.

사실적인 삶의 묘사를 쓰는 저자가 부러웠던 것도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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