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문보영 / 출판: 알마 / 발매: 2021.05.21
알 수 없었다. 시를 좋아했지만 어려웠다. 동경에 가까웠다. 갖지 못한 것을 동경하는 것. 그건 내게 시만이 아니었다. 음악도 그랬다. 시의 범주일까? 박자니 리듬이니 하는 것들은 내게 어려운 단어였다. 악기는 말해 뭐해. 스포츠도 그랬다. 잘하는 사람을 동경했지만 배울 생각까진 하지 못했다. 글을 쓰는 일은 동경에 가깝지만 그래도 뭔가를 해볼 수는 있었다. 말을 하는 것도 뭔가를 해볼 수는 있었다. 그렇지만 밝은 것. 해맑은 것. 어느샌가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늘 동경이었다.
문보영 소설집은 여러 갈래로 나눠져 있는데, 이걸 엮는 하나의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계속 정리해보면서 읽으려고 했던 게 나의 패망이 아닐까 싶었다. 그러니까 편하게 읽으려던 작가의 소설집을 나는 제대로 읽은 게 아닌 것 같다. 책을 찢어서 가지고 다니는 인물이나 여행을 간 사람이 누군지 소설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 소설인지 그림이 그려지질 않았다. 글을 읽는 내내 오르락내리락하는 기분은 들었다. 그렇지만 눈 가리고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차에 있는 것처럼 그런 느낌은 받았을 뿐, 실제로 어디론가 나를 데려가진 않았던 것 같다. 멀미가 나진 않은 걸 보니, 나는 어디로 가진 않았던 것 같다.
하품의 언덕에 이르러서야 나는 언덕 특유의 그 전설과 같은 하품에 다다를 수 있었는데, 실제로 몇 번의 하품을 했다. 하품을 하는 그 시간 동안 언덕의 전설처럼 나는 아주 긴 시간 하품을 했다. 다만 소설 속 언덕을 따라 하품을 한다는 것이 평범하지 않은 인간이 될 거라는 두려움과 평범하다는 걸 온몸으로 증명하는 것 사이에서 어느 쪽일지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는 없었다. 그저 하품을 했다는 것만은 실제였다.
읽는 걸 얼마나 사랑하면 이런 소설을 쓸까 싶었다. 얼마나 많이 고민했을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보통은 인물의 한계는 독자의 한계 안에서 이뤄진다고 하는데, 독자로서 패배했다. 인물을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이 리드미컬하게 읽혔다는 건, 나도 모르는 어딘가로 누군가는 가고 있었다는 것 같다. 내 눈을 가린 탓에 나는 어디로도 가지 못한 것 같았다. 시와 같은 소설을 읽고, 음악과 같은 리듬이 흐른다는 감각이 있을 뿐이었다. 감각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