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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모 Oct 13. 2021

문보영 <불안해서 오늘도 버렸습니다>

저자: 문보영 / 출판: 웨일북 / 발매: 2020.07.20

문 보영 시인의 에세이. 

시인의 시를 읽을 자신이 없어 에세이를 먼저 골랐다.

시는 어렵고 위대한 것. 

말이 많은 내게 짧은 말로 전달하는 힘은 늘 미지의 대상이다. 

그러니 시를 들 수는 없었다. 


버린다는 주제로 이렇게 편하게 글을 이어나갈 수 있구나.

내가 아는 아무개에게 '이번에 문보영 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어.'라고 말한다면, 

그녀는 이미 오래 전에 등단을 한 시인이며, 

시로 시작해서 일기를 쓰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고

유튜브 브이로그도 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줄 것이다.

그걸 듣고 나는 그녀의 유튜브며 인스타그램에 작게 나마 '구독'을 눌러놓을 것이고

댓글들을 살펴보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사랑 받고 있는 사람을 

늦깍이로 알게 된 죄로 인한 부끄러움을 숨기지 못하겠지.

그래서 나는 아무개에게 이 작가를 알게 된 사실을 애써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위에 열거한 사실을 알기 전에 읽은 에세이만으로도 

자기 멋대로의 글자들 속에서 할 말을 또박 또박 해내는 작가 같아서,

그런 글을 나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마음껏 해버린 그런 글들이었다.

작가는 무언가가 불안했고, 그 불안을 담아서 무언가를 버렸는데

나는 혹시 콩고물이라도 있을까 하며 그가 버린 무언가들을 슬며시 들춰보았다.

에세이를 읽으면서 글을 쓰고 싶었던 이유를 정리해보았는데 아래와 같다.


1. 희망이 있었다. 재기가 발랄하다는 표현은 옳지 않다. 그저 주제와 삶이 그랬던 것 같다. 요즘들어 갈구했던 것 중에 재치넘치고 유쾌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그 생각의 한켠을 슬며시 밀어준 것 같았다.


2. 쉬웠다. 글의 흐름이 제멋대로이면서도 눈 앞에 그려지듯이 써내려가는 걸 보면서 시인(시인이라는 건 알고 있었기에)은 원래 이렇게 제멋대로인데도 남한테 그림을 그려서 떠먹여주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갑자기 그림을 그리는 내 친구(친구 중에 유일한 화가이기에 더 그랬을 수 있다.)가 보고 싶었다.


3. 주제가 일맥상통해서 좋았다. 글을 읽으면서 어쩌면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는 것으로 매일 한 편씩 글을 써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했다. 작가로서는 아니지만 직장인으로서 쓸 수 있는 최대가 출퇴근이 아닐까 싶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작가의 에세이가 주는 주제는 방향이 명확했다.


버린다는 글을 읽고 쓰고 싶어졌다. 쥽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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