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남궁인 / 출판: 문학동네 / 발매: 2020.03.05.
“당신에게 건네는 60편의 사랑이야기”
무슨 생각으로 60편을 사랑 이야기라고 묶었을까. 같은 논리라면 파브르 곤충기 설명에도 이렇게 적었어야 한다. “당신에게 건네는 60편의 사랑 이야기” 나는 이 책이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연애도 좀 하고 감성적인 에세이와 소설의 그 어디메쯤인 줄 알고 들었는데, 혼자서 방에서 훌쩍 하는 꼴이었다. 어머니의 사랑도 사랑이지. 누군가의 사랑 이야기를 보고 쓴 글도 사랑 이야기지. 그렇지만 누군가의 사랑을 목도하고 그 죽음과 사랑 앞에서 어머니에게 연락하는 걸 사랑 이야기라고 묶어버리면, 그걸 읽다가 터져버린 독자에게 “거 봐요 이건 사랑이야기라니까. 사랑은 눈물과 뗄 수 없는 걸요”라고 말할 건지. 책장을 덮고 잠시 쉬어갈 때마다 이 책의 표지를 노려보았다.
간간히 연애 에세이가 있다. 사실인지 소설인지 에세이인지를 따져서 뭐하겠는가 싶은 글들이었다. 현실체의 텍스트로 건네는 연애 에세이가 기대되었던 내게는 작가의 현실 가득한 삶의 텍스트가 그런 ‘연애’스러움은 아니었기에 아쉬웠다. 달달한 거 읽고 싶으면 그런 사랑 이야기를 찾아 읽으면 된다며 나를 남 탓하는 사람처럼 여길 수 있겠지만 책 앞에 분명히 60편의 ‘사랑이야기’라고 적혀있었으니 내가 오해하기에 충분했다는 걸, 나의 억울함을 내보이고 싶었다.
간간히 그가 전하는 연애 에세이가 있었지만 그런 연애 에세이보다는 어머니에게 통화하는 그 몇 마디 말들과 상황에 더 이입이 되었다. 누군가 살아내면서 전하는 메시지와 그걸 치료의 목적과 인간의 눈빛으로 항시 목도를 하고 있는 작가. 그리고 TV에 나오는 의사처럼 냉정하고 싸가지도 좀 없는 것 같고 현실만 생각하는 그런 의사가 아닌 따스하고 인간적인, 피 묻은 환자를 온 가슴으로 안아줄 수 있는 그런 의사를 아들로 둔 어머니의 통화 내용. 그런 것들이 더 와닿고 마음을 저리게 한 글들이었다.
작가의 글들을 더 읽어봐야겠지만 나중에 남궁인 작가는 소설도 엄청 잘 쓸 것 같다. 사실 그의 글을 읽으면 이게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헷갈린다. 평소에도 a인지 b인지를 먼저 찾는 나 같은 사람들은 계속해서 혼란스러울 수 있는 글들. 하지만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현실 앞에서 그가 남기는 글들은 삶에 대한 애착과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하다. 이런 사람이 쓰는 소설은 현실보다 더 현실 같지만 소설 속에서 한계 없는 애착과 사랑을 건네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읽을수록 재미있는 남궁인 작가의 글. 그러나 이 책의 표지에 있는 ‘사랑이야기’라는 설명은 적어도 내게 만큼은 무효로 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