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동 시즌이면 사람들은 좀 들뜬다. 놀이동산에 방문하는 그것과 비슷한 것 같다. 비눗방울이 둥둥 떠나니고, 사람들은 진짜 방울을 찾기 위해 하나씩 터뜨려본다. 후 불기도 하고, 공기방울 만으로도 약간 심취하기도 한다.
정작 방울을 만드는 사람들은 애시 당초 아주 높이에 있다. 놀이동산에서 퍼레이드의 주인공을 관객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실제로 그 퍼레이드에 참가해서 공기방울을 부는 존재를 부러워한다. 오죽하면 퍼레이드에 함께 참여하는 것도 상품으로 있을까.
일반 직원들은 그런 기분을 낼 뿐 실제로는 퍼레이드를 구경만 할 뿐이다. 커뮤니티에서 떠들고, 신나게 공기방울을 터뜨려도, 실제로 방울을 가진 사람들이나 방울을 만드는 사람들은 저 위에 있다. 그 중에 몇이 손이 이끌려 올라간다고 해서 구경꾼인 내가 주인공은 아니다. 철저하게 주인공인 것 같은 기분을 내주는 인사시즌일 뿐이다.
그래서인지, 회사에 들어온지 오래된 친구들과는 오히려 인사이동 시즌에 말을 삼간다. 결과는 늘 예측과 다르고, 기대한다고 해서 실망했을 때 오는 의무가 있지도 않다. 중요한 건 결과이지 과정이 아닌 것이 인사 시즌이다.
그렇게 인사시즌 한해를 보낸다. 크게 다르지 않은 이 결정이 장기적으로는 어떻게 될지 지켜보는 정도다. 내가 스스로 저 품에 들어가지 못해 아쉽다거나, 한창 주인공인 것 같은 기분을 느끼지도 않는다.
그냥 이렇게 지나가고, 나는 내 자리에서 내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벅참을 아는 연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직장생활은 그냥 그렇게 정리하고 있는 나 때문이다. 그래도 아쉬움을 좀 쓰자면, 인사이동에 대한 기쁨과 슬픔이라는 감정의 고조가 그만큼 적어진 것이 꼭 내 연차 때문은 아닐거라는 것, 그리고 연차와 상관 없이 내 주변에 그런 감정을 멀리하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 회사에서는 꼭 좋진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