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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수 Oct 11. 2022

반도체 팔아 농산물 사 먹는다?

얼마  유명 경제 유튜브 채널인 ‘삼프로TV’ 농업과 관련된 흥미로운 주제가 등장했다.  시간 분량의 영상에서 가장 눈길을  부분은 “국내 환경 특성상 100% 식량자급은 어려우니 국외에서 식량을 사다 먹는  경제적으로 옳은 판단이지 않냐 기자의 질문이었다. 토론자로 나온 농업 분야 전문가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수십 년간 농업을 연구해  지식을 토대로 침착하게 농업의 공익적 기능에 대해 설명했지만 질문자의 물음에 명쾌한 답을 내놓진 못했다.


10년째 농업 분야에서 사업을 하는 필자도 그랬다. 처음엔 황당한 질문이라 여겼지만 곰곰이 다시 생각해보니 어쩌면 그의 질문이 국민의 일반적인 인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료가 답을 했다. 지난해 농촌진흥청 조사에 따르면 농업의 다원적 기능에 대한 도시민의 인식은 ‘가치가 많다’라는 답변이 64.2%였는데, 이는 2017년 70%보다 5.8% 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만약 삼프로TV 사회자의 질문처럼 ‘농산물 수입’이라는 대안을 제시하는 직설적 질문이었다면 어땠을까? 과연 우리 국민의 과반 이상이 ‘가치가 있다’고 답을 할지는 미지수다.


숫자를 더 들여다보자.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 규모는 연간 110조 원을 웃돌고 자동차는 60조 원을 넘어선다. 지난해 반도체와 석유화학 등 주력산업과 바이오 헬스 등 신산업이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수출액과 무역액이 사상 최고를 기록해 약 870조 원을 경신했다. 무역수지는 13년 연속 흑자로, 세계 무역 순위 8위로 올라섰다. 물론 자랑스러운 실적이다. 숫자만 놓고 보면 ‘반도체 팔아 번 돈으로 먹거리는 다른 나라에서 사 와도 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논리적인 주장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주장엔 빠진 게 있다. 농업의 본질적 가치와 공익적 기능이다. 농업의 부가가치액은 31조9490억원(농림축산식품부 2020년 기준), 농업의 공익적 가치는 27조8993억원(농촌진흥청 2018년 기준)이다. 농촌은 단지 먹거리 생산지로써의 기능이 다가 아니다. 환경생태계 및 문화와 전통을 보전하고, 지역사회 공동체를 형성한다. 식품의 안전성과 생존권 보장, 도시민의 휴양공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한국의 수도권 과밀 인구를 분산하는 등의 효과를 가져온다.


일반 제조업과 농업이 다른 지점은 또 있다. 농업은 공급 부족일 땐 당장 공장을 세워 풀가동하고, 공급 과잉일 때 기계를 멈춰 생산을 중단하는 등의 단기적 전략이 적용되기 어려운 산업이다. 농업을 유지하는 덴 긴 시간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한번 사라지면 다시 시작하기 어렵다. 게다가 전 세계가 현재 기후위기와 그에 따른 극심한 농업 환경 변화에 직면해 생산비용이 치솟는 실정이다.


추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당장 코로나19를 겪으며 우리는 실감했다. 수입에 의존해 온 주요 농산물 가격 폭등으로 올 들어 식품 물가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다. 가공식품 등 먹거리 가격도 줄줄이 오르고 있다. 이런 일들이 시사하는 바는 하나다. 우리는 지금 지구 반대편 나라에서 일어난 아주 작은 사건 하나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평평한 지구’에 살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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