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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원썸 Aug 11. 2024

"개짖는 소리 좀 안나게 해라"

사람소리 VS 개소리

내가 이 동네로 이사왔을 때 내 아이들은 여섯살, 두살이었다.

한 놈은 쿵쿵거리며 뛰고

또 한 놈은 콩콩거리며 걷던 시기였다.

이전에 살던 아파트에서는 눕고 뒤집고 기던 때였고 큰 아이도 집보다 놀이터에 있는 

시간이 훨씬 더 많은 때라 층간소음에 대한 불협화음은 전혀 없었다.

아파트 건설사가 다른 것도 이유중의 하나였겠다.


이사온 지 얼마나 되었을까. 인터폰이 울렸다.

" 여기..아래층인데요. 좀 조용해주시겠어요"

" 네. 죄송합니다."

나는 큰 소리로 전달사항을 전했지만 아이들은 그 때뿐이다.

며칠 뒤 또 인터폰이 울렸다. 인터폰이 울릴 때마다 가슴이 철렁거렸다.

처음은 미안했지만 인터폰 횟수가 반복되면서 슬슬 화가나기시작했다.

처음엔 " 좀 조용해주시겠어요" 라고 플리즈했던 아래층은 횟수가 늘어나면서

" 못살겠어요 이렇게는 못살아요" 절규로 변하기시작했다.

안그래도 방음매트 깔아놓았지만 소음이 완전 차단될리는 없을 것 같다. 아이들 뛸 때마다 나도 벼락처럼 화를 내었다.

" 뛰지마. 뛰지마라고 했다. 뛰지말라니깐"

형아가 뭘 가져가면 동생은 으앙하며 발을 동동구르고 제 마음에 안드니 펄쩍펄쩍 뛴다.

두 살이지만 그 동동구름, 펄쩍소리가 만만치않다. 두 살도 그런데  여섯살의 소리는 오죽했을까

아이들이 움직였을뿐인데 또 다시 울리는 인터폰. 그 때는 좀 억울했다.

아니, 아이들이 걷는 것도 못하게함 어떡해. 아래층만 못사냐. 나도 못살겠다하고 내려갔다.

" 윗층인데요. 조금 전에는 아이가 걸었던 건데 그 소리도 큰가요?"

" 너무 뛰어요 진짜"

나보다 10년은 위의 연배로 보이는 아주머니의 체형은 엄청 말랐다. 한 마디로 예민해보였다.

" 아니, 저도 아이들에게 뛰지마라 늘 잔소리하고 방음매트도 다 깔아놓았는데..."

그 순간 위에서 우리 아이들이 으다다다다 뛰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지않는 것을 보아 싸우는 건 아니다만 생각보다 그 으다다다다소리는 

천둥처럼 크게 들렸다. 조금 전 따질 생각으로 내려간 내 얼굴은 흙빛이 되었고 이후 

방음매트를 추가하고 과일이며 빵이며 나름 보상이 될 만한 것을 드렸다.

정말 그렇게 큰 소음을 내리라고는 상상치못했다. 소음이 아니라 지진의 전조라고할까

그 아래층이 이사가고 어르신부부가 이사오셨다.

한 날 어르신이 예고도 없이 올라오셔서 내 아이들을 보시더니

" 이 녀석이구나. 아휴, 음. 하나가 더 있네 둘이로구나. "

하도 뛰는 소리가 나서 어떤 애인가보러왔다며 아이들은 뛰어야지라고 역설적으로 말씀하셨다.

공동주택에서 어린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는 무조건 을이다. 인사도 열심히 조공도 열심히다.

그 어르신이 이사가고 어린 아이를 키우는 그것도 맞벌이부부가 이사왔을 때 나는 진심 웃음이 나왔다.

아래층이 귀가할 쯤이면 우리 아이들은 숙제를 하거나 저녁을 먹거나 말을 걸어도 대답할 에너지가 거의 없어질 타이밍이다.  

그렇게 어린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층간소음은 서서히 남의 집 이야기가 될 무렵 나는 반려견 가족이 되었고 

근처로 이사를 했다.


우리집과 가까운 위아래 몇 가구에 이사떡을 돌리면서 인사를 나눴다.

" 이사 오셨나봐요"

" 네. 잘 부탁드립니다."

윗 층은 어르신부부였고 두 분만 사신다고 했다.

한 날 엘리베이터에서 남편에게 말을 거는 윗층 어르신

" 우리 손주가 가끔 와요"

" 네 "

" 아이들이 어려서 좀 뛰는데"

" 네. 아이들이 그렇죠"

" 다행이에요. 먼젓번 사시던 분은 애가 고3이라고 뭐라고 했었는데..."

나도 남편도 입을 다물었다.

'우리아이도 곧 입시생인데'

"먼젓번 사시던 그 분이 왜! 뭐라고 했었는지" 내용을 알게 된 건 그리 오래지나지않았다.

소파에서 뛰는 소리다

으다다다

마루에서 부엌까지 뛰는 소리다

다시 소파로 올라갔다내려왔네

끄으으윽

식탁의자를 끄는 소리다

털썩

이건 뭐지 식탁의자에서 바닥으로 내려온건가

제일 확실한 건 남자아이고 최소한 대엿살정도의 무게감이었다.

어떤 것은 확실하고 어떤 것은 불확실한 소음과 여진은 그 분 말대로 종종이었다.

아마도 독립한 아들내외가 주말이 되면 오는 듯했다.

중고등학생인 우리 아이들이니 아무래도 학원에 있거나 집에 있어도 자기방에 있는 시간이 많지만 마루와 부엌은 집의 메인이다. 소음과 여진은 서서히 부담스러웠다.

얼마 후 엘리베이터에서 윗층어르신과 마주쳤다.

말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내심 고민하고있는데 이런, 제대로 한 방맞았다.

우리집에서 나는 개소리가 크다며 태클을 걸으신거다.

" 개소리가 아주 많이 나던데 몇 마리 키우는거예요?"

" 한 마리요! "

손주들도 만만치않아요 맞받아칠뻔했지만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닫히면서 타이밍을 놓쳤다.

윗층의 손주들이 늘었는지 10년이 되어감에도 여전히 할머니네집을 찾고 쿵소리를 낸다.

우리집 반려견도 여전히 건강하고 여전히 짖어댄다.

윗층도 개소리에 별 말이 없고 나도 그들의 방문에 말하지않지만 솔직히 이 모든 원인이 공동주택에 있다는 것을 안다. 


사람이 내는 층간소음 vs 개소리


‘우당탕탕 할머니의 귀가 커졌어요’란 동화책이 있다. 윗층 아이들이 내는 소음에 아래층에 사시는 할머니가 어찌나 야단하시던지 아이들은 발끝을 들고 다녀야했다. 이제 아이들은 더 이상 소음을 만들지않았다. 좋아했어야 할 할머니는 천장에 귀를 대기시작한다. 이상하다. 어째 아이들 소리가 들리지않는다. 

-내 귀가 잘못된걸까  할머니는 소리를 듣기위해 천장에 더 바짝 귀를 기울이고 그 귀가 점점 커진다.

층간소음을 시달리던 할머니가 더 이상 소음을 듣지못하자 오히려 자신의 건강을 걱정한다.

괴롭던 층간소음은 곧 자신이 건강함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실컫 뛰라고 주문하며 동화는 끝난다.


반려견을 키우지만 개짖는 소리,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나도 듣기싫다.

외부인이 올 때, 도어락이 열릴 때 열심히 제 할일한다고 짖는 녀석에게 쉿!도 해보고 간식도 줘보고 훈련도 해보지만 녀석은 더 신나서 짖는다. 방송에 내보내서 교정을 받아야하나싶을 때도 있다.

" 아파트에서 개짖는 소리 좀 안나게 하라" 라는 재밌는 동영상이 있다.

여기저기서 개짖는 소리에 창문열고 크게 소리지는 아저씨, 그 소리에 개들은 더 소리를 지른다.

오죽하면 개짖는 소리가 싫어서 성대수술을 한다고할까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을이었다가 그 자녀들이 성장하면 갑이 된다.

손주의 방문은 반갑지만 아래층에게는 미안한 일이다.

공동주택의 1층은 공시지가에서는 낮을 수 있지만  요즘 어린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서는 가장 먼저 찾는 물권이라고 한다. 

개키우는 것도 저좋다고 키우지만 배설물을 잘 치우지않거나 시도 때도 없이 개짖는 소리, 비반려가족에게는 분명히괴로운 일이다.


출산율이 역대 최저란다. 결혼도 덜하고 늦어졌지만 결혼후 자녀에 대해 관심이 전혀 없는 부부, 일면 딩크족도 많아졌단다. 그에 비해 딩펫족이라고 불리우는 반려견, 반려묘를 키우는 가구는 천만을 넘어섰다.

" 아이 키우는 거 너무 힘들어요" 라며 딩크를 선언한 조카부부도 반려견을 두 마리나 키우는 딩펫족이 되었다.

우당탕탕 할머니 귀가 커졌어요란 동화책처럼 아이들의 소리를 듣기위해 천장에 혹은 옆집문에 귀를 기울이게 될 지도 모른다.

개소리 좀 안나게해라라고 외쳤던 아저씨의 자녀들도 어쩌면 개를 키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소음을 원천봉쇄할 수 없다란 치명적인 약점을 가진 공동주택임에도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 아파트란 공간을 선호하고 살고힜다.

조카가 딩크족인것은 걱정되는데 윗층의 아이들이 뛰는 것은 참기어려운 아이러니

방송에서 나오는 뱐려견은 너무 예뻐 시선고정인데 그들의 하울링은 참기어려운 아이러니


그러나 어쩔 것인가

우리는 모두 가질 수 없다는 것도 우리는 무엇을 꼭 가져야하는지도 잘 알고 있는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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