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현장 작업 내용은 기초작업이다. '기초'라는 것은 구조물 아래 놓여 상부에 가해지는 모든 힘을 안전하게 땅에 전달하는 것을 총칭하지만 이것을 왜 만들게 되었는지 언제부터인지는 명확한 답은 없다. 다만, 자연환경과 짐승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방법으로 벽과 지붕을 만들면서 오랜 시간 버틸 수 있도록 바닥을 다져 집의 한 형태로 만들어졌다는 것뿐...
나무를 재료로 하는 한옥은 비와 습기에 약한 건축물이어서 물의 접촉을 되도록 피하고 건조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방법들로 지붕의 처마를 길게 내밀거나 기둥 아래 돌을 놓는 방법들로 집의 수명을 늘려 갔다. 오래전 움집에서부터 시작된 집의 구조는 반지하의 형태로 원형이나 반원의 구덩이를 파고 나무 기둥을 땅에 묻어 지붕을 받치는 형태였으나 이는 쉽게 부식되어 잘 썩는 단점이 있었다. 초기에는 불에 그을려 사용하기도 하였는데 이런 방법들은 근시안적 방법으로 기둥 밑부분에 돌을 놓게 되고 땅에 묻혀 있던 것이 지상으로 올라오게 되면서 지금과 같은 형태가 되었다.
기초는 왜 생겼을까?
우리 눈에는 그냥 땅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비가 오면 발을 내딛는 곳에 따라 강도가 다른 것을 느낀다. 이런 땅의 무르고 단단함의 차이는 토질에 따라 달라 연약한 부분을 보강해 줘야 하는데 우리는 돌이나 마사토를 다져 주춧돌을 얻는 방식의 '잡석지정'을 많이 사용한 반면 중국에서는 돌 대신 진흙을 다져 만든 '판축 지정'을 사용하였다. 이 둘의 차이는 지역에서 많이 생기는 재료를 활용한 것으로 돌을 사용한 우리는 물 빠짐을 좋게 하는 방식이고 중국은 진흙의 공극(공기층)을 줄여 물의 침투를 덜하게 하는 방식으로 생각하면 좋을 듯하다. 기초를 하는 이유는 무른 땅으로 인해 집이 한 쪽으로 기울거나 내려앉아 집이 붕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고안된 방법으로 여기에는 두 가지 형태로 구분되어야 한다. 한옥을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기초는 구조물을 이루는 기초판(주춧돌)과 기초판을 받쳐주는 '지정'이라는 것이 있다. 이 지정은 땅을 단단하게 만들어 기초판을 보강하는 역할로 어떻게 보면 기초판보다 더 중요한 설치물 일 수 있다.
우리는 현대에 들어서도 같은 방식으로 기초판 아래 잡석지정을 하고 콘크리트 타설로 주춧돌 격인 기초판을 만든다.
왜 '터 파기'란 땅을 파내는 작업을 하는 걸까?
땅의 두께가 1cm가 되려면 200년의 세월이 걸린다. 세월의 무게만큼 압력이 가해져 단단한 땅을 만나려면 그만큼 깊이 파내야 하는데 현대 건축에서는 표토층(식물이 자라기 좋은 성질의 흙층)을 걷어내고 단단한 지반이 나올 때까지 파는 정도를 400~500mm를 잡는다. 여기에는 동결심도(겨울철 땅이 얼어붙는 선)나 기초의 종류에 따라 그 깊이를 달리한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단단한 지반을 찾는 이유는 집의 무게가 한 쪽으로 기울어 크렉으로 인한 붕괴를 막고자 하는 것이다. 몇십 년 전까지 지구는 식량난으로 굶어 죽는 이가 많았다. 잘 생각해 보면 유명한 관광지는 항상 언덕에 있거나 절벽... 등에 위치한다. 식물이 잘 자라는 땅에는 집을 지을 수도 없었지만 땅이 물러 단단한 지반을 만나려면 좀 깊게 파내야 한다. 추운 집역에서는 겨울에 배관이 얼지 않도록 동결심도를 지키다 보니 땅을 깊게 파지만 오래전에는 배관이 없어 동결심도도 없었을 터이고 난방(구들이나 바람막이용)을 위한 목적이 컸을 것이다.
어느 공사 현장이나 마찬가지이지만 기초공사는 비용과 투자되는 시간 면에서 적지 않은 부분에 속한다. 생활에 필요한 전기 배선, 상하수도 배관 등과 같이 생활에 필요한 부분들 기초공사 시 같이 매립되어 진행된다.
자연환경과 짐승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주는 벽과 지붕이란 구조물이 생기면서 종종 벽이 갈라지거나 지붕이 무너져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그 이유를 찾다 보니 땅을 다지고 그 위에 건물을 세워야 한다는 것을 알았을지 모른다. 지금이야 캠핑장이 있어 편하게 즐기고 오지만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텐트를 치려면 텐트가 놓일 공간을 다지고 비가 올 경우를 생각해 주변에 도랑을 파는 일은 경험에 의한 흔한 일이었다. 하물며 집이야... 집 수많은 세월 동안 변화하고 발전해 왔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 속에서 대를 이어 전해진 경험들은 다시 수정되고 새롭게 만들어져 지금 우리의 안식처가 되어주고 있다. 집을 짓는 첫 과정은 땅을 파내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