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ve more Jan 30. 2019

나에게도 동기가 있다.

오랜만에 첫 회사의 입사동기를 만났다. 입사동기를 넘어 절친이다시피 한 우리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성격도, 취향도 성향도 뭐 하나 겹치는 것이 없다. 하다못해 같은 일을 하는 회사에서도 우리는 각 각 이렇게 평가받았다.


A는 발표를 잘해

B는 수식을 잘 다뤄


여기서 A가 나였고, B는 나의 동기다.

내 동기는 차분하고, 조용했고 숫자에 강해서인지 금융 광고주가 있는 팀으로, 난 좀 더 대외적으로 다방향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팀으로 배정되었었다.


우리는 업무적으로도 서로 상호 보완해가며 돈독해졌다.


취향에서는 우리의 불협화음은 어마어마하다. 검은색 코트가 하나도 없다는 이 친구와 달리 난 무채색의 옷을 즐겨 입는다. 쇼핑을 같이 하는 날이면 서로 집어 든 옷에 서로 난색을 표하기 바쁘지만, 동기는 매일 입을 수 있는 슬랙스 바지와 청바지를 사야겠는 날은 날 찾는다. 핑크색 트렌치코트는 내몰래 사면서.


여행을 가면 더 극명히 드러난다.

동기의 캐리어는 백인백, 지퍼백으로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다.

화장품 파우치 채로 내가 화장대에 툭 올려두면 동기는 하나씩 빼서 정리를 한다.

준비시간도 다르다. 머리까지 완벽히 세팅하고 화장을 곱게 하는 동기에 비해 나의 준비시간은 매우 심하게 짧은데, 이런 기분이 들 때도 있다. 나가자 나가자 재촉하는 남편이 된 느낌.


화장품에 관심이 1도 없는 나에게 동기는 1+1 틴트를 챙겨주기도 하고, 라메르 크림과 성분이 같다는 독일 니베아 크림 직구에, 내 것까지 수고를 더해 챙겨준다.

반면 옷이나 신발 정보에 있어서는 내가 그 반대의 역할을 한다.


우리가 절친정도까지 친해질 수 있었던 이유는 서로 다른 면을 좋아해서이기도 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 우리는 서로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격려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함께 하다가, 현재는 다른 곳에서 또 열심히 각자의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가끔은 정말 남에게 묻기 창피한 질문-이를테면 당연히 알아야 할 기본적인 개념같은 것들-을 하기도 하고, 일에 있어 확신이 필요할 때 누군가 던지는 질문에는 같이 고민하면서 답을 찾는다.


동기들과 도란도란, 으쌰으쌰 일하는 팀원들을 보면 문뜩 부럽다는 생각이 들곤 하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전처럼 아침에 커피를 사러 가고, 퇴근을 함께하진 못하지만 제법 먹은 연차만큼 성장해서 각기 다른 곳에서 나란히 걷고 있다는 동기가 있음을.

덕분에 일하면서 외롭지 않아 얼마나 다행인지.

퇴사는 없다 HJ씨 !




























매거진의 이전글 위워크 입주 한 달, 공유오피스가 가져온 변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