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할만한 하면 떠나가는 '새해'이야기
드디어 ‘2025’라는 숫자가 입안에서 좀 익숙해졌나 싶었는데, 눈을 떠보니 벌써 2026년입니다. 매년이 다사다난했지만, 지나온 2025년은 개인적으로 유독 유별난 한 해였습니다. 친해질 만하면 떠나가 버리는 ‘새해’라는 녀석이 야속하기도 하네요.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제 마음속에 남은 조각들을 정리해 봅니다.
먼저 성과를 꼽아보자면, 어려운 일을 겪으며 내 곁의 좋은 사람과 고마운 사람들을 다시 발견했다는 것입니다. 덕분에 감사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건강상의 변화도 컸습니다. 몇 년을 노력해도 안 되던 다이어트가 한 달 만에 성공(?)했습니다. 77 사이즈에서 갑자기 55 사이즈로 줄어들었거든요. 사실 아파서 빠진 살이라 더 애틋하고 소중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이 몸을 잘 지키려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글쓰기에서도 큰 진전이 있었습니다. 처음엔 그저 분노에 차서 시작한 글쓰기였는데, 어느덧 웹소설 한 편을 완결했고요. 쓰는 재미를 알게 되어 그림동화도 한 편 완성했습니다. 출판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몇 년 동안 머릿속으로만 굴리던 기획을 두 개나 마무리했다는 게 참 뿌듯합니다. 올해도 기획 중인 소설과 동화가 여러 편이라, 이 에너지를 꾸준히 이어가 보려 합니다.
가족과 함께 베트남 여행을 다녀온 것도 기억에 남네요. 원래 계획했던 ‘퇴사 후 한 달 살기’는 아니었지만, 가족 모두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계획이란 늘 바뀔 수 있는 법이라는 걸 다시금 배웠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진행한 새로운 사업도 결과가 잘 나와주어 보람찬 한 해였습니다.
아쉬운 점은 역시 회사 일입니다. 10년 넘게 다닌 회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겪다니, 정말 배신당한 기분이었습니다.
저를 괴롭히던 세 명 중 두 명은 1월 1일 자로 팀을 옮겼고, 남은 한 명도 곧 발령이 난다고 합니다. 그런데 마음이 그리 상쾌하진 않습니다. 이 문제가 해결된 이유가 그들의 행동이 잘못되어서가 아니라, 제가 일을 ‘더 잘해서’인 것 같거든요.
직장 내 괴롭힘은 개인의 역량 문제가 아닙니다. 제가 일을 잘하든 못하든 타인을 괴롭혀서는 안 되는 법이니까요. 의사 선생님이 가장 권유하지 않았던 방법, 즉 ‘내가 일을 더 많이 해서 능력의 차이를 보여주겠다!’는 오기로 버틴 결과인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씁쓸합니다.
가족과의 관계도 여전한 숙제입니다. 연말 즈음 부모님과 크게 다퉜거든요. 제 성질머리를 저도 어쩌지 못하겠습니다. 남들이 저와 똑 닮았다고 말하는 엄마와 요즘 갈등이 깊은데, 가족이란 참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존재 같습니다.
올해도 저는 다양한 글쓰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 일들이 잘 풀린다면 아예 직업을 바꾸는 과감한 선택도 고려 중이에요. 엄마랑 싸우긴 했지만, 또 다른 가족 여행도 꿈꿔봅니다.
가끔은 세상만사 다 털어버리고 해탈하여 존재의 무(無)로 돌아가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결국 저는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내고 있습니다.
아직은 낯선 숫자 ‘2026’도 올해 말쯤엔 손때 묻은 물건처럼 익숙해지겠지요. 그때까지는 너무 안달복달하지 않고, 조금 더 느긋하게, 그리고 예쁘게 살아보렵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의 새해에 평안이 깃들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