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생존 중입니다

상처 위를 건너 오늘에 도착한 기록 feat 닭다리의 위로

by 강호연정

2026년의 1월도 어느덧 절반이 지났습니다.

저는 아직 생존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어떤 다큐멘터리에서 성추행 피해자들을 ‘피해자’가 아닌 ‘생존자’라고 부르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표현이 오래 마음에 남았는데요. 직장 내 괴롭힘을 겪은 사람들 역시 ‘생존자’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은, 제게는 ‘영혼의 살인’과도 같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미워하는 일은, 미움을 받는 것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가능한 한 좋은 사람들에게 마음을 더 전하고, 즐거운 일에 집중하려 애쓰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욱’ 하고 분노가 솟구칠 때가 있습니다.

저를 괴롭혔던 무리 중 한 명이 이번에 승진 대상자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가 그랬습니다. 제 핏자국을 밟고, 상처 위에 대롱대롱 매달려 아무리 떼어내려 해도 거머리처럼 붙어 있던 사람이라, 그 소식을 듣는 순간 욕지기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마침 오늘은 여러 병원 진료가 있던 날이었습니다. 한 시간 조퇴를 하고, 따뜻한 겨울 햇살을 받으며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건강검진 결과는 다행히 별다른 문제가 없었고, 이어 정기적인 신경정신과 상담이 있었습니다.

주치의 선생님은 ‘내 피를 밟고 승진한 것 같다’는 제 하소연에, 언제나처럼 촌철살인을 날리셨습니다.


선생님 : “뭐, 당연한 것 아닌가요? 우리나라에서는 나이가 들면 웬만하면 승진시켜 주잖아요.”

나 : “일도 제대로 안 하면서 승진하는 건 문제 있는 것 아닌가요?”

선생님 : “아직 우리나라를 잘 모르시나요.”

나 : “그래도….”


이렇게 저는 오늘도 의문의 1패를 당한 채, 터덜터덜 병원 문을 나섰습니다.

허탈한 마음에 무작정 공원을 한참 걷다가, 치킨 한 마리를 거의 혼자 해치운 뒤에야 겨우 마음이 가라앉았습니다.


정상적으로,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이 바보 취급받지 않고 존중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뒷말과 모략질을 일삼는 사람이 ‘똑똑한 사람’으로 여겨지는 세상은 싫습니다.


우리 회사에서는 아직 요원한 이야기 같지만요.


금요일 저녁, 괜히 조금 센티멘탈해진 직장인의 넋두리였습니다. 내일은 치킨의 힘으로, 오늘보다는 조금 더 씩씩한 직장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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