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원 10일 만에 ‘사기녀’가 된 어느 신입사원의 비극
제 옷장에는 비밀이 하나 있어요.
똑같은 디자인의 바지가 55사이즈부터 77사이즈까지, 나란히 걸려 있습니다.
쇼핑몰이냐고요?
아니요. 생존을 위한 치열한 ‘위장술’입니다.
저는 갸름과 퉁퉁을 오가는,
소위 말하는 ‘네 고무줄 몸무게’ 인간이거든요.
이 사태의 시작은 아주 오래전, 신입사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졸업하기 전에 취업할 거야!”
이를 악물고 준비했고,
당당한 태도로 ‘턱’ 하니 취뽀에 성공했죠.
문제는 제가 동기 중 막내였다는 사실이었어요.
연수원에 들어가자마자 동기들은 저를 강아지 보듯 예뻐하며
먹을 걸 몰아주기 시작했습니다.
“이것도 먹어봐.”
“막내야, 많이 먹어~”
저는 주는 대로 넙죽넙죽, 쉴 새 없이 먹어치웠고요.
그리고 10일 뒤,
끔찍한 참극이 벌어졌습니다.
단 열흘 만에 몸무게가 5kg 증가.
수료식 날, 저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죠.
연수원 담당자: “창립 이래 이런 증량은 처음이야!”
사장님: “…이건, 이건 사기야!”
그날 이후 제 별명은 ‘뚱뚱이’가 되었고,
제 인생은 날씬–보통–뚱뚱을 무한 반복하는 다이어트 잔혹사로 접어들었습니다.
제 말수가 줄어들면 동료들은 어김없이 수군거립니다.
“OO 씨 왜 저래?”
“쉿, 또 다이어트 중이래. 말 시키면 안 돼.”
결국 저는 나름의 치밀한 해결책을 찾아냈습니다.
‘그래, 똑같은 디자인을 사이즈별로 사버리자.’
바지 사이즈는 슬쩍 바뀌었지만, 겉보기엔 늘 똑같으니 아무도 모르겠지?
꽤 치밀하지 않나요?
저는 그렇게 오늘도 뿌듯하게 작은 사기(?)를 치며 살아갑니다.
데헷.
오늘도 시트콤 같은 인생이지만,
뭐… 그냥 이렇게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