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일 차 - 나를 먹여 살릴 방법을 고민하다

다시 서울로 가야 할까요?

by 강호연정

오늘의 증상 : 불면증 지속, 간헐적 이명 현상과 어지럼증도 지속 중.


예전에 회사에서 외근을 나올 때면

한낮에 산책하거나 쇼핑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종종 놀랐습니다.

"나이도 많지 않아 보이는데… 무슨 일을 하길래 이 시간에 이렇게 여유롭지?"


회사의 노예였던 저는, 그들의 자유로움이 부러우면서도 믿기지 않았지요.

그땐 단순히, 돈과 시간이 많은 사람들일 거라고만 생각했습니다.


병가를 내고, 저도 어느새 ‘낮에 걷는 사람’이 되고 나서야

그게 꼭 부유함의 상징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직장이라는 작은 우물 안에서 생존하며

저는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며

때론 야근까지 해내는 삶이 '정상'이라고 믿어왔습니다.

그 외의 삶은 막연하고, 비정상처럼 느껴졌죠.


하지만 지금처럼 낮에 걷고, 햇살을 맞으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이 사람들 중에도 저처럼 잠시 회사를 쉬는 사람,

자유로운 프리랜서, 아니면 밤에 일하는 사람도 있겠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요즘 인터넷을 보면,

알바를 병행하며 시간과 자유를 조율하는 사람들도 많더라고요.

예전엔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이렇게 욕먹으며 얽매여 일하느니,

조금 덜 벌더라도 자유로운 삶이 나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듭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회사로 돌아갈 생각만 하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저는 일을 못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래서인지 더 억울하고, 더 무기력하죠.


게다가 지금처럼 경기가 어려운 시기에,

40대 중반, 직장 경력 20년인 저를 받아줄 곳이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있다고 해도, 제대로 된 대우를 기대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고요.


프리랜서로 전환하고 싶다는 마음도 간절합니다.

하지만 AI의 발달로 중국어 번역 일감은 갈수록 줄고,

부산에서 에디터로 일할 수 있는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까워요.


그렇다 보니 다시 서울을 생각하게 됩니다.

집값은 높고, 날씨는 덥고, 경쟁도 치열하지만

그래도 그곳엔 아직 기회가 있는 것 같거든요.


젊은 사람들이 안락한 집을 떠나 서울로 향하는 것도

이런 이유겠지요.


물론 저에게 서울은 좋은 기억만 있는 곳은 아닙니다.

전세사기로 큰돈을 잃고

‘눈 뜨고 코 베이는 도시’라는 인식도 지워지지 않아요.


그런데도, 먹고살기 위해선 결국 그곳으로 가야 하는 걸까요?

나는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까요?

그리고 무엇을 기준으로 결정해야 할까요?


오늘도 머리가 아픈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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