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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은진 Apr 19. 2023

꿈을 꾸게 된 초심으로 돌아가면

나의 첫 번째 꿈은 작가였고, 두 번째 꿈은 청소년 사회복지사였다





[2023 VSM 취창업 응원 장학생 지원글] 
 꿈을 꾸게 된 초심으로 돌아가면




2023. 04. 19 작성





<우울과 5년째 동거 중입니다>. 나의 우울장애를 소재로 한 책을 출판한 지도 어느새 반 년이 지났다. 작가로서의 이름도 조금씩 흐려지고 제대로 된 원고 집필조차 해내지 못하는 요즘, 나를 소개하는 이름은 작가보다는 '한 명의 대학생'에 가까워졌다. 작가의 꿈을 포기했다는 건 아니다. 단지 나의 두 번째 꿈을 위해 첫 번째 꿈을 잠시 미뤄두었을 뿐. 청소년 사회복지라는 꿈을 갖고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한 지 어느덧 4년, 졸업반이 된 나는 동기들과 매일 치열하게 스터디를 하고 학과 수업을 들으며 자격증 취득과 졸업이라는 목적을 가진 채 열심히 달리고 있다.




이전에는 멀어보였던 '취업'이라는 단어는 눈 깜빡할 사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학우들에게 취업이라 물으면 당연히 희망하는 취업처는 '복지관', '아동센터', 'NGO 재단'이나 공기업, 공무원 등등……. 전공에 걸맞은 취업처를 희망한다. 이는 타 전공 학생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청소년 사회복지사라는 희망 직종에 맞춰 시간이 될 때 각종 청소년 센터의 홈페이지 공고를 찾아보고 있으니까.




원하는 꿈에 다다를수록 오히려 더 멀어지는 기분도 든다. 사회복지사 자격증, 청소년지도사 자격증, 청소년상담사 자격증 등등 끊임없이 나 자신을 인증해야 하는 현대 사회에서 허우적거리다 보면 나의 초심은 무엇이었는지 의문도 든다. 




내가 청소년 사회복지사를 꿈꾸게 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17살 자퇴를 선택하고 나서였다. 극심한 경쟁과 대입을 요구하는 학교에서 벗어나면 해방감을 느낄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집 안에 머물러 있는 나는 모든 것과 단절된 것처럼 웅크려 하루하루를 허투루 보냈다. 기나긴 우울감과 절망감이 내 안을 뒤덮었다. 이를 깨고 나오기 위해 꿈드림 센터를 찾았다. 학교 밖 청소년이 당당하게 자립하면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리고 센터 안에서 다양한 청소년지도사 선생님들을 만났다. 나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상담을 받고, 검정고시를 비롯한 교육을 진행해주는 것은 물론 물질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내가 어려울 때마다 대가 없이 도움을 주는 어른들.




당시의 나에게는 그것들이 너무나 절실했다. 가족도 친구도 충족시켜주지 못했던 상처가 조금씩 아물고 치료되기 시작했다. 선생님들은 종일 바빠보였지만, 내가 사무실에 들어와 인사를 할 때마다 항상 밝은 얼굴로 나를 반겨주셨다.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말을 걸어주시고 보다 더 열심히 임하는 그 모습들이 내게는 참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사회복지라는 전공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받은 도움처럼, 나처럼 어려움에 처해있을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 나의 경험이 그들에게는 또 하나의 위로로 다가올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에.




이처럼 내가 사회복지사의 꿈을 꾸게 된 처음으로 돌아가면, 미화된 건지 모를 지난 과거의 일임에도 모든 일이 생생하게 다가와 울컥하게 된다. 직업을 택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흥미', 즉 내가 하고 싶은 일의 여부다. 어릴 적 단순히 글쓰는 게 좋고 내 글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 작가라는 꿈을 꾸었던 것처럼, 나의 두 번째 꿈은 청소년 사회복지사가 되었다. 이제 막 출발선에 가까워지고 있는데, 시작도 전에 지레 겁 먹고 발을 빼기에는 너무나 큰 신념을 갖고 있었기에 그만 둘 수가 없었다.




대학교 4학년, 내가 꿈을 위해 하고 있는 일들.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 취득을 위해 매주 동기들과 스터디를 하며 과목 공부를 하고, 전공 수업과 별개로 청소년지도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 타 전공의 수업을 이수하며 자격 요건을 충족하려 하고 있다. 2023년 상반기에 청소년지도사 자격 과목을 전부 이수한 후, 하반기에는 청소년상담사 자격증 취득을 위한 시험공부를 진행할 예정이다. 사회복지하면 빠질 수 없는 운전면허와 현장실습 역시 2월 겨울방학 동안 다 끝내놓은 상태다.




조금 더 직접적으로 청소년들을 만나고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일은 없을지 고민하다가 멘토링을 신청했다. 대학 후배들을 만나 나의 경험을 전수해주는 것은 물론 보다 더 어린 초기 청소년들과 학습 멘토링을 진행하며 친교활동을 나누는 등의 봉사활동으로 내면의 에너지를 쌓아올리고 싶다. 생계를 위해 돈 버는 데 집중했던 지난날들과 달리, 올해는 나를 위해 투자하는 삶을 살기로 했다. 과감하게 국가근로를 그만두었다. 나부터 살아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매일매일 운동을 시작했다. 이제 두 달이 되어가 큰 변화는 없지만, 꾸준함이 반드시 성과를 가져다주리라 믿는다.




지금은 바쁜 일정 탓에 새 작품을 준비할 여력이 없지만, 글은 여전히 쓰고 있다. 감사하게도 작년에 지원했던 청소년인턴 자리를 또 추천 받게 되어 인권기자단으로 활동하며 매 달 칼럼을 작성하고 있다. 특히 내가 관심 있고 내가 잘 아는 분야인 청소년에 대한 칼럼을 작성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한 각종 기사를 찾아보면서 청소년 전문가가 되어가는 나 자신을 느낀다. 이 경험들이 밑바탕이 되어 추후 본격적으로 사회에 나왔을 때, 사회인 나은진을 알리고 인정해주는 계기가 되리라 확신한다.




사회복지와 취업이라는 단어는 어쩐지 괴리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사회복지라는 단어 자체가 비영리성을 추구하고 봉사정신에 가까운 단어로 느껴져서다. 그러나 전공과 현장에서는 사회복지를 사회사업이라고 말하는 등, 비영리적일 뿐 결국 사회복지 역시 하나의 사업으로 추구한다. 복지 정책 및 복지를 제공받는 당사자 역시 경쟁해야 하는 이 사회에서 더 좋은 것을, 더 효율적으로, 더 효과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는 한 명의 사회사업가가 되고 싶다.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고 물품을 제공하는 사회복지가 아닌 청소년 당사자와 함께 성장하고 그를 또 하나의 사회사업가로 성장시키는 내가 될 것이다.




잊지 말자. 힘들 때, 포기하고 싶을 때, 부정적으로 느껴질 때 내가 꿈을 꾸게 된 그때의 초심을 생각하자고. 초심으로 돌아가면 왜 내가 이 길을 택했었는지 그 이유를 깨닫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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