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각선으로 걸읍시다(1)

우리 삶의 결과를 타인에게 맡길 수는 없다는 직장인의 이야기

by 후안맛탕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 돈의 흐름이 바뀌었습니다.


'시대가 바뀌었다.' 라는 고루한 말로 우리의 삶의 모습과 양식이 빠르게 바뀌어가는 것을 다 설명 할 수 있을까? 사실 그렇지 않다.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바뀌는것은 시간의 흐름만으로 설명 할 수는 없다. 다만 시간의 흐름을 통해 돈의 가치가 변화하고 흐름이 변하면서 우리의 삶의 모습이 실제적으로 바뀌는게 더 맞다고 할 수있다.

즉, 시대가 변하고 삶의 모습이 변하는것은 그냥 단지 시간의 흐름의 문제라기보단 모두가 '돈 얘기'를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얘기라는것이다.


어떤 돈얘기가 과연 우리의 삶의 모습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일까?




8,90년대 초반 우리는 확장적 경기의 속에 있었다. 확장적 경기라함은 경제가 전반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경제의 전반적인 성장은 일자리의 지속적인 창출을 의미하고 어디에서나 돈이 필요하여 돈의 가격이 높고(이자율이 높고), 경제의 파이가 커진다는것을 의미한다.


이때의 사람들은 마음만 먹으면 회사에서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고, 그게 어떤 자리든 '평생직장'의 개념을 가지고 갈 수 있는 시대였다. 어차피 사람은 필요했고, 자리는 늘어날 가능성이 더 많았다. 때문에 아무도 손쉽게 사람을 자르지 않았고, 그럴수도 없었다.





IMF를 기점으로 우리 사회의 고용 유연성이라는것이 생기면서, 취약계층이라는 개념이 생기기 시작했고 경제적 과실의 분배가 이전의 사회에 비해 고르지 못하게 나눠지기 시작했다. 즉, 파이가 커지는 속도가 줄기 시작한 것 때문에 위기감을 느낀 사람들이 자신의 것을 챙기는것에 더 몰두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는 여전히 확장적인 경기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좁은 땅덩이에서의 파이를 벗어나 수출업 중심의 경제를 만들어 글로벌 경제의 파이를 공유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름 승승장구하던 그때에 우리가 만나게되었던것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부터 시작된 유동성공급의 위기가 미국 경제에 큰 타격을 주자 미국의 금융공학자들은 굉장히 획기적인 답안을 내놓는데 그것이 바로 QE. 양적완화이다.


헬리콥터 버냉키라는 별명의 한 유대인 연준의장은 별명처럼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듯이 돈을 풀기시작했다. 2022년인 지금 생각하기엔 사실 그렇게 많은 수준의 돈을 푼건 아니었지만 그때만해도 엄청나게 획기적인 시도였고 많은 사람들이 '이것이 New normal이다.'라는 말을했다.


새로운 '정상', 그것은 저금리 시대의 개막이었다.




저금리 시대의 개막은 더 이상 성장이 어려워 유동성으로 경제를 키워나가는 것이었고, 그것은 기업의 양극화도 심화시켰다.


파괴적 혁신을 통해 경기의 흐름과 무관하게 성장하는 기업의 경우 많은 성장을 해 나갈 수 있었지만, 보통의 기업의 경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다반사였다.

90년대 초반 아니 2000년대 중 후반까지의 한국 경제도 한 곳에서 '존버'를하면 좋은 자리 하나 꿰찰 기회가 높은, 그런 사회구조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점점 그런 기조가 줄어들고, 경쟁이 심해지고 연줄이 아니고서는 취업조차 힘들어지는 상황이 도래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평생직장이란 말은 머나먼 이야기가 되었고, 우리팀의 팀장 자리에 내가 갈 수 있을거라는, 회사의 이사 자리에 내가 갈 수 있을거라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는게 높은 확률로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는 상황이 왔다.


이런 상황아래에서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몇 가지 길 중 가장 안전한것이 바로 이직이다. 상황이 지금처럼 심화되기 바로 직전 시대의 흐름에는 이직을 항상 염두에 두는 세대가 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런 생각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


다만 이직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좋은 이직이 가능한 업종' 이어야 한다는것이다.

여기서 지금 이야기하는 '좋은 이직이 가능한 업종'이란, 이직을 하였을 때 지금 벌고있는 수준의 급여보다 높은 수준의 급여가 기대되는, 또는 더 나은 환경안에서 일하게될 수 있는 업종을 의미한다.

물론 이런 이직을 할 수 있는 업종의 숫자는 예전에 비해 더 급격하게 줄었으며(물론 여전히 존재하긴한다), 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회사를 믿고 갈 수 있는가? 당신의 연봉이 현재 얼마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왜냐면 지금 당신의 연봉이 미래 당신의 연봉을 얘기해주지 못하는 사회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당신은 이런 사회에서 회사를 신뢰 할 수 있는가? 회사에 내 모든것을 던져 넣을 수 있는가?


아니 이젠 회사도 아니다. 당신은 당신의 직업에 당신의 모든것을 던져 넣을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