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결편 제2장
아이돌 애니메이션은 황혼기를 지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을 점점 체감하게 된다. 버추얼 유튜버의 등장으로 아이돌이라는 정체성의 파이를 더 이상 독식할 수 없게 되었고, 직계 후배일지도 모르는 걸즈 밴드 애니메이션의 약진은 눈부시다. 결국 ‘아이돌 마스터’ 시리즈는 모바일 게임으로 눈을 돌려 <학원 아이돌 마스터>를 흥행시켰지만, ‘러브 라이브!’ 시리즈는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 부닥친 채로 ‘한정된 시간 동안 최대한으로 빛난다’라는 컨셉을 쓸쓸하게 변주하고 있을 뿐이다. 한정된 시간을 강조하는, ‘스쿨 아이돌은 언젠가 끝나버리는 것’이라는 대사는 ‘러브 라이브! 니지가사키 학원 스쿨 아이돌 동호회’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종지부를 넘어 아이돌 애니메이션 그 자체의 종지부를 예감하도록 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 자체로도 달려 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아직 끝나지 않은 이상 계속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영화는 질문과 함께 선언한다. 아이돌 애니메이션의 정점으로부터 전해지는 선언은 참으로 오묘하고도 쓸쓸했다. 그러나 영원할 수는 없으리라. 한정된 시간 동안 최대한으로 빛난다는 사명은 주어졌다. <영화 러브 라이브! 니지가사키 학원 스쿨 아이돌 동호회 완결편 제2장>은 사명을 다하기 위하여 그려졌다.
사실 나의 본진은 예나 지금이나 ‘BanG Dream!’ 프로젝트로, ‘러브 라이브!’ 시리즈는 애니메이션으로만 감상하여 알고 있다. 그런 만큼 애니메이션과 연계되어 이루어지는 여러 이벤트나 라이브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알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느껴지는 황혼의 분위기를 도저히 무시하지는 못하겠다. 4년 전, TV 애니메이션 <러브 라이브! 니지가사키 학원 스쿨 아이돌 동호회 2기>가 방송될 때까지만 해도 ‘러브 라이브!’ 시리즈의 영향력은 건재했다고 생각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인터넷 커뮤니티에 접속하면 매화마다의 다양한 감상들을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 전체적인 인기가 언제부터 쇠락하기 시작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의 경우 TV 애니메이션 <러브 라이브! 슈퍼스타 2기>의 부진으로 인한 중도 하차가 원인이었다. 이 작품 이후로 ‘러브 라이브!’ 애니메이션 시리즈에 대한 애정이 꺾여버렸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지 않았던 것이 바로 ‘러브 라이브! 니지가사키 학원 스쿨 아이돌 동호회’ 애니메이션 시리즈였다. 1기와 2기 모두 훌륭한 작품으로 만들어지며 도달한 완결편 3부작의 발표에서 나는 마지막으로 모든 애정을 쏟아 여전히 감돌고 있는 황혼을 견뎌 보기로 했다. 모두가 그러했으리라고 믿는다.
그렇게 <영화 러브 라이브! 니지가사키 학원 스쿨 아이돌 동호회 완결편 제2장>이 도착했다. 나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전작의 밝은 분위기를 이어가리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시리즈의 황혼기를 인정하고 작품에 반영한다는 제작진의 선택은 파격과 함께 오랫동안 이어져 온 시리즈의 컨셉을 마지막까지 지켜내겠노라는 선언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스쿨 아이돌 그랑프리라는, 가장 아름답게 반짝이는 무대의 앰버서더로 발탁된 미아의 언니 클로이의 대사로 아이돌의 황혼기를 인정한다. 모든 스쿨 아이돌이 모이는 장소에서 발언된 ‘스쿨 아이돌은 언젠가 끝나버리는 것’이라는 대사로부터 우리는 3년이라는 단순한 시간 제한을 넘어 존재하고 있는 위기를 분명하게 읽을 수 있다. 한때 오타쿠들을 지배했으나 이제는 끝없이 흔들리고 있는 스쿨 아이돌의 존재 앞에서 소녀들은 번민한다. 남은 시간은 나의 꿈을 옥죄는 족쇄일까? 이상으로 도망칠 뿐인 진실의 나는 아무것도 아닌 걸까? 달리 말하면, 스쿨 아이돌은 나의 꿈을 옥죄는 족쇄일까? 스쿨 아이돌의 모습으로 도망칠 뿐인 무대 밑의 나는 아무것도 아닌 걸까? 스쿨 아이돌의 존재를 점점 부정하려는 소녀들과 도래하는 황혼 앞에서 정녕 방법은 없는 것일까?
해답은 간단했다. 받아들이며 달려 나가면 된다. 스쿨 아이돌에 3년이라는 시간 제한이 담긴 것은 사실이고, 스쿨 아이돌이란 진실과는 정반대의 이상일지도 모른다. 다만 스쿨 아이돌의 시간과 이상 뒤에는 그만큼 쌓아올린 이야기들이 존재했다. 시간이 흐르며 이야기들은 모이고 모인 끝에 마음의 장벽을 허물었고, 항상 숨어있기만 했던 진실로 하여금 이상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조금씩 가까워질 수 있도록 만들었다. 결국 어떤 역경에도 불구하고 소녀들은 달려 나가고 있었다는 사실은 소녀들 스스로도 부정할 수 없다. 깨달음의 순간 아이돌 애니메이션의, ‘러브 라이브!’ 시리즈의 정체성이 황혼으로부터 되살아나며 빛나기 시작한다. 우정인지 사랑인지 명확하게 단정지을 수 없는, 그러나 후자로 기울어 있다고 믿고 싶은 기류에서의 독대와 함께 얻게 되는 깨달음의 순간으로부터 음악은 울려퍼지기 시작하고, 시리즈를 상징하는 라이브가 시작된다. 모든 것은 언젠가 끝을 맺는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황혼이 지나가면 어두운 밤이 찾아온다. 하지만 어둠이 드리울 때까지 최대한으로 빛나자. 설령 어둠 속이라고 하여도 최대한으로 빛나자. 스쿨 아이돌은 선언한다. 그것은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온 스쿨 아이돌의 사명이니까.
<영화 러브 라이브! 니지가사키 학원 스쿨 아이돌 동호회 완결편 제2장>은 황혼에도 최대한으로 빛나겠노라고 선언하는 기념비적인 작품이었다. 스쿨 아이돌이라는 정체성의 면에서도, 위기를 맞이한 시리즈를 바라보는 시각의 면에서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니지가사키 학원에는 어둠이 드리우고 밤이 찾아올 것이다. 어쩌면 ‘러브 라이브!’ 시리즈 전체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녀들은 한정된 시간을 넘어 언제나 최대한으로 빛나리라. ‘러브 라이브! 니지가사키 학원 스쿨 아이돌 동호회’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최종장을 해마다 감상하는 동안 나를 향하여 끝없이, 아름답게 빛나고 있는 존재들을 조금씩 떠나 보낸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지 조금은 깨닫게 되었다. 동시에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어둠 속으로 침전하는 것은 아름다움에 대한 배신이라는 사실도 함께 깨닫게 되었다. 한정된 시간을 뛰어넘어서라도 최대한으로 빛나겠노라 선언한 소녀들을 뒤로 하고 홀로 침전하는 배신을 저지를 수는 없다. 소녀들은 사명을 다하기로 결심했다. 그렇다면 우리도 사명을 다하여야만 한다. 너와 나, 그리고 모두가 최선을 다하여 아름답게, 최대한으로 빛나면서 노래한 이상 남는 것은 최선을 다하여 아름다운 순간을 목도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