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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가레보시 Feb 07. 2024

신차원! 짱구는 못말려 더 무비 초능력 대결전

영원한 친구, 영원한 모험


최근 10년 동안 공개된 일본의 3D 애니메이션은 새로움을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 본래 일본에서 3D CG는 셀 애니메이션을 보조하던 도구였던 만큼, 전통적인 셀 대신 3D CG로 만들어지는 애니메이션은 새롭다고도 볼 수 있을 테니까. 그러한 생각을 반영하고 있는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야마자키 타카시 감독과 야기 류이치 감독의 영화 <도라에몽: 스탠바이미>, 이노우에 타케히코 감독의 <더 퍼스트 슬램덩크> 등이 존재한다. 물론 미즈시마 세이지 감독의 영화 <낙원추방>이나 산지겐의 <BanG Dream!> 시리즈처럼 새로움이라는 타이틀에 구애받지 않고 순수하게 3D 그 자체를 추구하는 작품들도 존재했지만, 이들과 같은 작품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3D CG는 새로움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고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시리즈의 31번째 작품인 영화 <신차원! 짱구는 못말려 더 무비 초능력 대결전 ~날아라 수제김밥~> 역시 그러하다. 이번 극장판은 새롭다. 하지만, 동시에 지난 추억을 쿡쿡 찔러대기도 한다.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에 앞서, 역시 3D CG의 이야기를 더 이어나가고 싶다. 이번 극장판의 3D CG는 뛰어났다. 제작사 신에이 동화는 시로구미와 함께 <도라에몽: 스탠바이미> 시리즈를 제작한 경험이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짱구라는 캐릭터를 3D CG로 그려낸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옆으로 입을 벌리며 웃는 특유의 행동과, 자유분방하고 역동적인 움직임 같은 짱구의 특징들을 유지할 수 있을지 불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7년의 시간 끝에 두 제작사는 짱구의 존재를 화면 속에 새롭게 그려내는 데에 성공했다. 그것도 완벽하게. 신에이 동화와 시로구미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들의 기술력을 마음껏 뽐낸다. 엄마와 짱구의 추격전으로 시작되어, 칸탐로봇 전투씬이라는 전율의 클라이맥스를 지나, 화면 너머의 우리에게 전하는 감동의 엔딩을 3D CG로 그려진 짱구는 언제나의 짱구처럼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 언제나의 짱구다. 이번 극장판의 메인인 3D CG는 분명 새롭지만, 동시에 언제나의 보편성 역시 간직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주제이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더라도 변하지 않는, 영원한 다섯 살 신짱구라는 존재 자체가 이번 극장판의 주제이다. 영화를 관람하신 분들이라면 이에 의아해하며 질문하실지도 모른다. '이번 영화의 주제는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시리즈 최고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어른제국의 역습>처럼 지나간 황금빛 과거와 시궁창 현재의 대비 속에서 괴로워하는 이들에게 바치는 헌사, 혹은 응원이 아닌가?' 물론, 그런 느낌이 없지 않아 있기는 하다. 갈수록 침체하는 사회 속에서 소외되는 청년들에 대한 응원은 분명 플롯에 반영되어 있으니까. 하지만, 그것은 진짜 주제에 부수적으로 딸려오는 것이다. 나는 지금부터 그것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영화의 후반, 자신의 심상 세계에서 음지남은 시간이 지날수록 변화한다.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 짱구는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지남과 짱구, 두 사람은 친구를 넘어선 깐부로서 괴롭힘에 맞서 함께 싸운다. 그것은 화면 밖의 우리에게도 통용되는 것이다. 우리도 짱구의 깐부다.

 

내가 짱구와 만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제대로 기억나지는 않지만, 15년 전 정도였을 것이다. 사실상 인생의 3분의 2를 짱구와 함께했던 셈이다. 그런 15년의 세월 동안, 나는 많이도 변했다. 키가 자랐고, 목소리가 낮아졌으며, 나름대로의 걱정도 달고 산다. 하지만, 짱구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내가 어른이 되어서도 짱구는 여전히 다섯 살의 그 모습 그대로 나를 맞아준다. 그러한 경험은 비단 나만이 갖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짱구와 만났던 많은 사람들이 그러했으리라. 음지남과 짱구의 관계는 그 경험을 시리즈 속에 녹여낸 결과물이다. 음지남의 어린 시절에 짱구가 있었던 것처럼, 우리의 어린 시절에도 짱구가 있었다. 그 사실을 상기시키기 위해 제작진은 이전의 극장판 시리즈를 상당히 오마주 했다. 내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던 것은 <태풍을 부르는 영광의 불고기 로드>와 <온천 부글부글 대작전>, 그리고 <어른제국의 역습>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헌사와 응원'은 이번 극장판 속 주제의 하위에서 기능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 한번 이야기해 보자. '지나간 황금빛 과거와 시궁창 현재의 대비 속에서 괴로워하는 이들에게 바치는 헌사와 응원'. 그것은 작품의 주제가 아닌 <어른제국의 역습>의 오마주로, 우리의 어린 시절, 추억에는 짱구가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기 위한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힘을 내라고, 할 수 있다고 외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에서 헌사와 응원을 발견하고, 진정한 주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영화의 최후반부, 음지남과 짱구는 모두의 응원과 자기 자신의 의지로 상대에 맞서 싸운 끝에 평화를 지켜내는 데에 성공하고, 서로 주먹을 맞댄다. 이 장면이 바로 작품의 주제를 완전하게 대변한다. 아무리 시간이 지났더라도, 나 홀로 시간이 지나 완전히 변해버렸더라도, 영원한 다섯 살 짱구는 나의 친구라는, 언제나 나의 등 뒤에 서서 돌아보기만 하면 나를 향해 주먹을 맞대어 줄 것이라는 것이라는 사실, 그러니 끝없이 변해나가라는 응원. 이것이 바로 이번 극장판의 주제이다. 그리하여, 3D CG라는 새로움은 지나간 시간 속에 안긴 채 추억을 그려낸다.

 

총평

이번 극장판의 주제는 좌절한 청년들에 대한 응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나는 이 영화가 사회비판적인 작품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 <신차원! 짱구는 못말려 더 무비 초능력 대결전 ~날아라 수제김밥~>의 주제는, 잃어버린 것이 아닌, 잊어버린 시절의 기억을 영원한 5살 신짱구와 가족들이 되찾아주는 것에 가깝다. 좌절에 대한 응원은 부수적인 것이다. 우리는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변하지만, 추억 속의 짱구는 영원히 변하지 않은 채 우리의 등 뒤에 서 있다. 이번 극장판은 그 사실을 상기시켜 주며, 넘어지더라도 때때로 뒤돌아보며 일어나 보자고 말한다. 그러한 주제들을 담은 새로운(しん) 3D CG는, 모두의 추억에 기꺼이 파묻히며 영원한 우리의 친구 짱구와 떠나는 영원한 모험을 끝내 그려낸다. 혹자는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번 모험을 구성하는 소재들은 7년의 제작 기간 동안 낡아버린, 설교 같지 않나?' 이에 나는 답하겠다. 그렇기는 하다. 하지만, 사실 짱구는 그런 것을 따지는, 나이 든 우리보다도, 어린이의 편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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