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2024년 8월 1일 목요일
오늘부터는 본격적으로 나 혼자 조교 생활 시작한다. 아직 모르는 것 투성이라 주변에 물어보거나 혹은 전임자에게 틈틈이 연락하며 궁금한 걸 해결하고는 하겠지만 그래도 혼자서 내 업무를 해나가야 된다는 압박감이 밀려와 약간 긴장이 됐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창 전임자를 통해 인수인계받을 때보다는 오히려 긴장되는 마음이 덜했다. 혼자 업무를 시작할 때부터 가장 많이 긴장할 줄 알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는 평정심을 유지하는데 그리 어렵지 않았다.
물론 중순쯤부터는 전임자가 다시 나오기로 하긴 했었다. 내게 아직 인수인계를 덜했다는 이유로 말이다. 그래도 그전까지는 혼자서 일을 해결해야 하고 또 오후에는 교무팀에서 계약서까지 썼기 때문에 앞으로는 내가 조교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일을 해나가야 한다. 더 이상 전임자에게 기대어 일을 해나갈 수는 없었다.
혼자 근무하는 첫날부터 일이 많아지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했었는데 그런 걱정들이 무색할 정도로 간단한 업무 위주로만 해내면 됐다. ‘휴, 그래, 이런 식으로 혼자 일하면서 차분히 해나가면 돼’ 이런 마음을 몇 번이고 되뇌면서. 동시에 그런 생각도 들었다. 옆에서 몰아가는 듯한 느낌으로 가르침을 받는 것보다 차라리 나 혼자서 직접 해보는 게 때로는 더 빠르게 숙지하고 익힐 수 있는 것 같다는 것을 말이다. 설령 잘 모르거나 헷갈리는 부분이 있더라도 주변 다른 조교 선생님들에게 물어보면서 해결하려고 노력하니 대부분은 그 안에서 일처리가 되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전임자가 퇴사한 이후로, 처음으로 다른 학과 조교 선생님들과 같이 점심 식사를 하게 되었다.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다가 A 조교 선생님이 맛집을 잘 안다고 하여 A 조교 선생님이 아는 곳 중 한 군데를 주문했다. 배달 음식이 도착할 때까지 A 조교 선생님과 B 조교 선생님 하고 셋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사실 그전까지 이런 부분에서도 참 많이 고민을 했었다. 전임자가 나간 이후에도 남아있는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전임자에게서 이미 나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만 많이 듣고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그런 고민, 걱정들을 말이다. 하지만 오늘 두 조교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내가 괜한 걱정을 했구나 싶었다. 두 조교 선생님은 그저 전임자 조교 선생님을 맞춰줬을 뿐 사실 그렇게까지 친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해주었다.
그때부터였을까. 어쩌면 이 시간 이후로 뭔가 더 많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도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그게 어떤 이야기들 일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