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2024년 7월 31일 수요일
저는 나검씨가 계속 실수하고 잘 모르고 하니까
나중에 잘못해서 사유서 쓰거나 혹은 잘릴까 봐
정말 걱정이 돼요!
내가 계속해서 실수하고 잘 모른다 싶으니까 전임자가 했던 말이다. 처음에는 기분이 나쁘다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직 한 달도 안 됐고 일수로 치면 겨우 8일째 근무인데 왜 자꾸 실수하거나 모르는 걸로 다그치는 걸까? 게다가 아직 제대로 해본 적도 없고 아직 연습 단계인데 왜 벌써부터 내가 사유서 쓰거나 잘릴 걱정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걱정하는 거지? 게다가 잘못돼서 욕먹거나 설령 잘리는 한이 있더라도 결국 그걸 경험하고 감당해야 하는 건 나 자신인데 왜 타인이 앞서서 걱정하는 걸까? 이게 과연 나를 위한 걱정인 걸까?
전임자는 나의 자신감과 자존감을 자꾸만 건드렸다. 잘 몰라도, 처음이라 할지라도 잘 배워서 잘 해내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을 했는데 가면 갈수록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아직 배워야 할 것도 많은데...
여러분, 인사하세요.
이번에 새로 근무하시게 된
김나검 조교 선생님입니다.
여러분에게 대선배님이시고
14학번이에요.
앞으로 같이 서로 도우면서 하시라고
이렇게 잠시 자리를 마련하게 됐어요.
점심시간 이후, 전임자는 총학생회의실에서 학생들에게 나를 이렇게 소개했다. 그리고 학회장과 부학회장이 누구누구 인지도 소개해주었다.
기분이 이상했다. 나를 ‘대선배’라고 소개하는 것도 처음이었다. 그 말 한마디에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해야 될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그냥 선배도 아니고 대선배라니.
그 누구보다도 부족한 게 많은 나인데, 다른 누군가에게는 내가 대선배가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딱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냥 선배도 아니고 대선배 말이다.
나는 나대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최선을 다하면 되겠지만 어째서인지 묘한 무게감도 느껴졌다. 내가 우리 학과 후배들이 무사히 졸업할 수 있도록 곁에서 잘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무게감을 느끼는 것조차 처음 겪는 일이지만, 그리고 비록 선생님처럼 수업을 가르치며 학생들을 양성하는 건 아니지만, 조교라는 신분으로 학생들의 곁에서 조금은 편한 상대로 지내면서 열심히 도와주고 싶다. 또한 대선배라는 이름으로 인생을 살아가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조언해 줄 수 있는, 그런 조교 선생님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