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가 내게 말한다

내면- 감정의 결을 들여다보는 시간

by 나검하랑

14. 기쁨과 기쁨을 깨우는 감각


‘기쁨’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마음속에는 어떤 색이 떠오르나요?
누군가에게는 눈부시게 밝은 노랑빛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봄날의 따스한 코랄빛이나 맑은 하늘의 푸른색일지도 모릅니다. 흥미로운 점은, 기쁨과 설렘을 불러오는 색들은 대부분 빛과 온기를 품고 있다는 것입니다. 빛과 온기, 어쩌면 그것이 자연의 이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마음은 어둠보다 빛 속에서 더 잘 피어나기 때문이지요.

생각해 보면, 기쁨이란 거창한 사건 속에서만 찾아오는 감정은 아닙니다.

햇살이 유난히 고운 아침, 커피잔 위로 피어오르는 김, 혹은 오랜만에 받은 누군가의 짧은 안부 문자 한 줄 속에서도 우리는 작은 행복을 느낍니다. 그때 마음 안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색이 번집니다. 감정은 색으로 기억되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적으로 노란색은 ‘기쁨’과 ‘생명력’을 상징합니다. 태양의 색이기도 한 노랑은 신경계의 긴장을 완화하고, 뇌의 활력을 자극하여 기분을 밝게 만들어 줍니다. 그래서인지 마음이 가라앉을 때 노란 꽃을 바라보면 이유 없이 웃음이 지어지기도 합니다. 그것은 단순히 색을 본 것이 아니라, 빛의 감정을 다시 느낀 것이지요.

반면, 설렘의 색은 조금 다릅니다. 설렘은 아직 다 피어나지 않은 감정의 떨림이기에, 그 색 또한 완전히 강렬하기보다는 ‘가능성’을 품은 빛이라고 생각됩니다. 예를 들어 코랄핑크는 사랑을 주고받을 준비가 된 마음을, 민트그린은 새로운 시작에 대한 호기심을, 라벤더는 감성의 여운과 내면의 균형을 상징합니다. 이 세 가지 색은 모두 설렘의 다른 결을 품고 있습니다. 핑크는 마음을 부드럽게 열어주고, 민트는 생각을 상쾌하게 깨우며, 라벤더는 감정을 따뜻하게 감싸 안습니다.


실제로 색은 우리의 감정뿐 아니라 신체 반응에도 영향을 줍니다. 따뜻한 색조를 볼 때 뇌에서는 도파민 분비가 증가하고, 차가운 색을 볼 때는 안정감과 이완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기에 어떤 공간의 벽지 색, 옷의 색, 혹은 디저트 한 조각의 색감만으로도 우리의 하루 기분은 미묘하게 달라지지요.


상담 장면에서도 자주 이런 순간을 만나 뵙습니다. 우울감이 깊었던 내담자분께서 어느 날 “이젠 좀 밝은 색을 입어보고 싶어요”라고 말씀하실 때, 그것은 단순한 패션의 변화가 아니라 마음의 회복을 알리는 신호로 느껴집니다. 색은 곧 무의식이 말하는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몇 해 전, 컬러테라피 수업을 하는데 나에게 힘을 주는 컬러를 찾아가는 과정을 진행했습니다. 수강생은 평소 좋아하지 않는 컬러가 자신에게 힘을 준다는 것에 의아해하였고 그 컬러를 사용한다는 걸 어색해하였습니다. 한 주가 지나고 한 주 지낸 이야기를 하는데 그러더라고요. 출근할 때 눈 딱 감고 나에게 힘을 주는 컬러의 옷을 입고 갔었는데 의외로 사람들이 잘 어울린다. 밝아 보인다 라는 이야기를 해 주어 놀랐다고.

컬러를 하나 바꿔봤을 뿐인데 사람들의 반응이나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에게 생기는 에너지가 달라짐을 느꼈다고 말이죠


그 변화는 단지 옷의 색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마음이 조금씩 ‘빛’을 허락하기 시작한 순간이었습니다. 색은 그렇게 무의식의 변화를 가장 먼저 드러내곤 하지요. 사람이 스스로를 돌보려는 마음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밝은 색에 시선이 머물게 됩니다. 그건 “이제 괜찮아지고 싶어요”라는 내면의 조용한 표현입니다.
기쁨과 설렘은 그렇게, 아주 작은 색의 움직임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기쁨과 설렘을 불러오는 색을 생활 속에 조금씩 담아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창문 옆에 노란 꽃 한 송이를 두는 일, 커피잔을 코랄빛으로 바꾸는 일, 혹은 오늘의 일정표에 하늘색 포스트잇을 붙이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조금씩 환해집니다. 색은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우리의 정서를 이끌어 줍니다.


삶이 늘 빛나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마음속에 한 줄기 색이 머물러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다운 하루가 됩니다.
기쁨과 설렘은 멀리 있는 감정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시선이 머무는 그곳의 색 속에서 이미 마음은 조금씩 미소 짓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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