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내 마음이 나를 이끄는 방식
문득 이런 질문을 해봅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 속에서, 나는 어떤 색들을 만났을까요? 우리는 보통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고 물을 때 현재의 모습만 떠올립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순간들이 쌓이고 겹쳐져 오늘의 나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각각의 순간들은 저마다의 색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밝게 웃던 날의 노란색, 혼자 울던 밤의 남색, 용기를 냈던 순간의 빨간색, 포기하고 싶었던 시기의 회색. 이 모든 색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내 안에 남아있습니다. 마치 화가의 팔레트처럼 말입니다. 인생을 물들인 컬러들을 하나씩 꺼내어 보는 것, 그것은 단순한 회상이 아닙니다. 나를 이해하는 가장 솔직한 방법입니다.
되돌아보면, 우리의 인생은 시간에 따라 다른 색으로 물들어왔습니다. 많은 이들에게 어린 시절은 밝고 선명한 색으로 기억됩니다. 햇살처럼 따스한 노란색, 맑은 하늘 같은 파란색, 순수한 기쁨의 빨간색. 세상이 복잡하지 않았고, 감정도 단순했던 시절의 색입니다. 그 색들은 지금 생각해도 마음 한구석을 따뜻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성장하면서 우리의 팔레트에는 다른 색들이 더해지기 시작합니다. 사춘기를 지나며 회색과 어두운 남색이 나타납니다. 혼란스럽고, 불안하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길을 잃었던 시기입니다. 어떤 이에게는 이 시기가 보라색으로 기억되기도 합니다. 고통스러웠지만 그 안에서 내면의 깊이를 발견했던 순간들 말입니다.
청년기에는 강렬한 색들이 등장합니다. 뭔가를 이루고 싶었던 열망의 주황색, 사랑에 빠졌던 분홍색, 도전했던 순간의 선명한 빨간색. 하지만 그 열정은 때로 현실 앞에서 좌절하며 갈색이나 어두운 회갈색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실패를 경험하고, 상처를 받고,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초록색이 찾아옵니다. 상처에서 회복하고, 다시 성장하기 시작하는 색입니다. 봄날의 새싹처럼 조용히 자라나는 치유의 색입니다. 이 모든 색들은 사라지지 않고 우리 안에 층층이 쌓여있습니다. 지금의 나를 만든 색의 히스토리입니다.
왜 우리는 과거의 색들을 되짚어봐야 할까요? 단지 추억에 잠기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그것은 지금의 나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종종 현재의 모습만 보며 "나는 왜 이럴까" 하고 자책하곤 합니다. 왜 이렇게 불안한지, 왜 관계가 어려운지, 왜 특정 상황에서 위축되는지.
그런데 과거의 색들을 펼쳐보면 답이 보입니다.
예를 들어 당신의 팔레트에 회색이 유난히 많다면, 그것은 오랜 시간 불확실함 속에서 살아왔다는 뜻입니다. 그 회색을 인정하지 않고 억지로 밝은 색만 보려 하면, 내면의 불안은 더 커집니다. 하지만 "아, 내 안에는 이런 회색의 시간들이 있었구나"라고 인정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나의 일부가 됩니다. 빨간색이 많은 팔레트를 가진 사람이라면, 그것은 강렬한 감정들을 경험했다는 의미입니다. 때로 그 빨간색이 버거웠을 수도 있지만, 동시에 그것이 당신을 더 열정적인 사람으로 만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색을 기록한다는 것은 과거를 판단하는 것이 아닙니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이 색도 나였고, 저 색도 나였구나." 이렇게 인정할 때, 우리는 비로소 파편화된 자아가 아닌 통합된 자신을 만나게 됩니다.
실제로 강의에서 많은 분들과 함께 '컬러 히스토리' 작업을 해봤습니다. 과거-현재-미래를 색으로 표현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과거와 현재의 색은 모두 달랐다는 것입니다. 누군가의 과거는 짙은 회색과 검은색이었고, 다른 이의 과거는 혼란스러운 빨강과 주황의 조합이었습니다. 현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차분한 파랑을 선택한 사람도 있었고, 여전히 불안한 회색을 고른 사람도 있었습니다. 각자의 삶이 서로 다른 색으로 펼쳐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미래의 색을 고를 때였습니다. 과거가 아무리 어두웠어도, 현재가 여전히 힘들어도, 사람들이 선택한 미래의 색에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밝은 노란색, 따뜻한 주황색, 평화로운 연두색, 맑은 하늘색. 희망을 담은 색들이었습니다.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과거의 색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어두웠던 색들을 외면하지 않고 마주할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희망의 색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나만의 팔레트를 그려볼 수 있을까요?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조용한 시간을 내어 종이와 색연필, 또는 크레용을 준비하세요. 그리고 눈을 감고 천천히 과거를 떠올려봅니다. 유년기는 어떤 색이었나요? 중학교 때는? 첫사랑을 했을 때는?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어떤 색으로 기억되나요?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요?
각 시기를 떠올리며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색을 종이 위에 칠해보세요. 완벽한 그림일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느껴지는 대로, 직관적으로 색을 더해가면 됩니다. 어떤 색은 크게, 어떤 색은 작게. 어떤 색은 선명하게, 어떤 색은 흐릿하게. 그렇게 완성된 팔레트를 바라보세요. 그것이 바로 당신이 살아온 시간의 기록입니다.
이 팔레트는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색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색들을 제대로 볼 때, 비로소 지금 어떤 색이 필요한지도 알 수 있게 됩니다. 회색이 너무 많았다면 이제 밝은 색을 더할 시간일 수 있고, 강렬한 색만 가득했다면 부드러운 톤으로 균형을 잡을 때일 수 있습니다.
인생을 물들인 모든 컬러가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습니다. 그 색들을 부끄러워할 필요도, 숨길 필요도 없습니다. 당신의 팔레트에는 어떤 색들이 담겨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