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설계하는 심리루틴

1부- 성장의 기초-감정은 다뤄질 수 있다.

by 나검하랑

01. 화가나도 괜찮다. 중요한 건 그 다음이니까


"요즘 아이한테 자꾸 소리를 지르게 돼요.

예전엔 이런 엄마가 아니었는데, 제가 이상해진 건가요?"


상담실에서 만난 초등 3학년 자녀를 둔 A 씨의 말입니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없는데,

숙제를 안 하고 있거나 방을 어질러놓은 모습만 봐도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했어요.

화가 나고, 불안하고, 때론 우울하기까지 하다고요.


많은 분들이 A 씨처럼 '성장한 어른'은 감정을 잘 다스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것,

차분하고 이성적인 것이 성숙함의 증거라고요.


그래서 우리는 자꾸 감정을 없애려고 합니다.

감정이 생기면

'또 이러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상담사로서 수년간 많은 분들을 만나며 깨달은 건,

진짜 성장은 감정을 없애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감정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이해하고,

현명하게 다루는 것.

그것이 진짜 성장입니다.


중학생 자녀를 둔 B 씨는 아이가 시험을 망쳤다는 말을 들었을 때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참았다고 합니다.

'좋은 부모는 화내면 안 되잖아요'라고 말하면서요.

그런데 저녁에 배우자가

"오늘 힘들었어?"라고 물었을 때 갑자기 폭발해 버렸습니다.

"당신은 아이들 케어에 관심이나 있어?"라며 화를 냈고,

나중엔 자신이 왜 그렇게까지 화를 냈는지도 모르겠다고 했어요.


우리는 '좋은 부모'는 감정을 잘 다스려야 한다고 배워왔습니다.

특히 화, 슬픔, 두려움 같은 감정은

남에게 보여서도,

자신이 느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감정을 억누르고, 무시하고, 밀어냅니다.


하지만 감정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눌러진 감정은 다른 곳에서, 다른 방식으로 튀어나오죠.


B 씨처럼 엉뚱한 사람에게 화를 내거나,

몸이 아프거나,

술이나 쇼핑으로 해소하려고 하거나.

결국 감정을 없애려는 시도는 문제를 더 키우기만 합니다.

감정은 없애는 것이 아닌 다루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소개해 드릴게요.


1.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세요

가장 먼저 할 일은 지금 내가 무엇을 느끼는지 알아차리는 거예요.

'뭔가 불편하다'가 아니라

'지금 나는 화가 났다',

'나는 불안하다'처럼 구체적으로 이름을 붙여보세요.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만으로도 뇌의 편도체(감정 중추)가 진정되고 전두엽(이성적 사고)이 활성화된다고 해요. 마치 어두운 방에서 전등을 켜는 것처럼,

감정이 무엇인지 알아차리는 순간 우리는 그것을 다룰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하루에 한 번,

타이머를 맞춰두고 '지금 나는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지?'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화, 슬픔, 기쁨, 불안, 외로움 등 무엇이든 좋습니다.

그저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2. 감정이 전하는 메시지를 들어주세요

감정은 그냥 생기는 게 아니에요.

모든 감정에는 이유가 있고, 우리에게 뭔가를 알려주려고 합니다.

화는 '내 경계가 침범당했어'라고 말하고,

슬픔은 '소중한 걸 잃었어'라고 말하고,

불안은 '준비가 필요해'라고 말합니다.


감정은 우리 내면의 신호등 같은 거예요.

빨간불이 켜졌다고 신호등을 부수지 않듯이,

감정이 생겼다고 그것을 없애려 하지 말고 그 신호가 뭘 의미하는지 들어보세요.


C 씨는 아이의 학교 문제로 상담실을 찾았어요.

담임선생님이 아이를 자꾸 다른 아이와 비교하는 것 같아 너무 화가 난다고 했죠.

상담을 진행하면서 C 씨는 화 뒤에 숨어 있던 다른 감정을 발견했어요.

'우리 아이가 인정받았으면 좋겠구나',

'나도 좋은 부모로 인정받고 싶었구나'.


화는 그저 표면이었고,

진짜 메시지는 '아이와 나 자신에 대한 인정 욕구'였던 거죠.


강한 감정이 들 때,

'이 감정이 나에게 뭘 말하려는 걸까?'라고 물어보세요.

그리고 조용히 귀 기울여보세요.

답은 금방 오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냥 궁금해하는 마음으로 기다려주세요.


3. 감정과 행동 사이에 공간을 만드세요

감정을 느끼는 것과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다릅니다.

화가 난다고 해서 꼭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던져야 하는 건 아니에요.

감정은 느껴도 되지만,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지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빅터 프랭클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 우리의 선택이 있고, 그 선택에 우리의 성장이 있다."

감정이라는 자극이 왔을 때,

바로 반응하지 말고 잠깐 멈춰보세요.


D 씨는 평소 배우자와 갈등이 생기면 바로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를 하는 습관이 있었어요.

"당신은 항상 그래",

"당신 때문에 아이가 이렇게 됐어" 같은 말을 쏟아내고 나면 후회하는 일이 많았죠.


'24시간 규칙'이라는 연습이 있습니다.

강한 감정이 들 때는 최소 하루를 기다린 후에 대화하기로 하는 것입니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점점 그 공간에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고,

배우자와 더 건설적인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강한 감정이 들 때,

3번 깊게 숨을 쉬어보세요.

그것만으로도 자극과 반응 사이에 작은 공간이 생깁니다.

리고 그 공간에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선택은 뭘까?'라고 물어보세요.



감정은 적이 아닙니다

우리는 종종 감정을 적으로 여깁니다.

통제해야 할 대상, 없애야 할 문제로요.

하지만 감정은 우리의 일부예요.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이고,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입니다.


성장한다는 것은 감정이 없어지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더 많은 감정을 느끼고,

더 깊이 이해하고,

더 지혜롭게 다루게 되는 거지요.

화를 느끼되 파괴적이지 않게,

슬픔을 느끼되 그 안에 갇히지 않게,

기쁨을 느끼되 그것에 집착하지 않게.


오늘 하루, 자신의 감정을 없애려 하지 마세요.

대신 이렇게 말해보세요.

"지금 이 감정, 느껴도 괜찮아. 나는 이것을 다룰 수 있어."


그것이 진짜 성장입니다.

감정과 함께 걷는 법을 배우는 것,

감정을 친구로 삼는 것.

완벽하게 할 필요는 없어요.


하루에 한 번씩,

조금씩 연습하다 보면,

어느새 당신은 감정을 다루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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