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설계하는 심리루틴

1부. 성장의 기초-감정은 다뤄질 수 있다.

by 나검하랑

02. 불편한 감정을 회피하면 더 오래 남는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엄마, 오늘 수학시험 망쳤어"라고 말합니다.

엄마는 빠르게 대답합니다.

"괜찮아, 다음엔 잘하면 되지! 저녁 뭐 먹고 싶어?"

아이의 표정이 어두워지지만, 당신은 밝은 목소리로 상황을 바꾸려고 합니다.

'아이가 속상해하지 않게 하는 게 좋은 부모 아닌가?'


많은 부모님들이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이의 불편한 감정을 빨리 해소해 주는 것이 사랑이 아닐까 하고 말이죠.

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사이, 아이는 중요한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실망은 느껴서는 안 되는 감정이구나.'

'슬플 땐 빨리 다른 생각을 해야 하는구나.'

아이들은 부모를 보며 감정 다루는 법을 배웁니다.


초등학교 3학년 A군의 엄마는 상담실에서 고민을 털어놨습니다.

"아이가 조금만 힘든 일이 있으면 게임에만 매달려요. 숙제는 미루고, 친구들과도 안 놀려고 해요."

대화를 나누다 보니, A군은 어려서부터 속상할 때마다

"괜찮아, 이거 먹어" "TV 볼까?" 같은 방식으로 위로받아 왔습니다.

불편한 감정이 올 때 회피하는 방법만 학습한 것이죠.


중학교 1학년 B양의 아빠는 딸의 변화가 걱정됐습니다.

"친구들과 다툰 뒤로 방에만 틀어박혀 있어요. 밥도 안 먹고 계속 유튜브만 봐요."

B양은 어릴 적부터

"울지 마, 씩씩한 우리 딸"

"네가 참으면 돼"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습니다.

감정을 표현하면 안 된다고 배운 아이는, 이제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 회피만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C군의 엄마는 더 심각한 상황을 마주했습니다.

성적이 떨어진 후 C군은 "아무것도 하기 싫어요. 그냥 사라지고 싶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감정을 다루는 법을 모르는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때로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아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세요.

"시험 망쳐서 속상하구나"

"정말 실망스러웠겠다"

해결책을 바로 제시하지 말고, 그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세요.

감정을 인정받은 아이는 '이 감정을 느껴도 괜찮구나'를 배웁니다.


둘째, 부모 자신의 감정도 솔직하게 표현하세요.

"엄마도 오늘 회사에서 실수해서 속상했어. 한참 우울했는데, 산책하고 나니까 좀 나아지더라."

감정을 느끼고, 견디고, 지나가게 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셋째, 작은 불편함을 견디는 연습을 함께 하세요.

아이가 심심하다고 할 때 바로 스마트폰을 주지 말고,

"10분만 심심함이랑 같이 있어볼까? 어떤 느낌인지 엄마한테 말해줄래?"

불편한 감정이 괴물이 아니라 구름처럼 지나가는 것임을 경험하게 해 주세요.



우리 아이들은 앞으로 수많은 좌절과 실패를 경험할 것입니다.

입시, 취업, 인간관계 등

부모가 평생 옆에서 감정을 대신 해결해 줄 수는 없습니다.

진짜 사랑은 아이가 힘들어할 때 그 감정을 없애주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을 견디고 통과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입니다.

오늘부터 아이의 "속상해요" 앞에서 5초만 멈춰보시겠어요?

그 5초가 아이의 정서적 근육을 키우는 시작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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