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가 내게 말한다

일상- 선택에는 언제나 마음이 있다.

by 나검하랑

06. 작은 소품에 담긴 나만의 취향과 정서


책상 위에 놓인 텀블러, 가방 속에 늘 들고 다니는 다이어리와 필기구, 혹은 휴대폰 케이스. 우리는 매일 크고 작은 소품들과 함께 살아갑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소품들의 색이 놀라울 만큼 일정하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어떤 사람은 늘 화사한 옐로 계열의 아이템을 들고 다니고, 또 어떤 사람은 언제나 차분한 블랙이나 네이비를 고집합니다. 혹시 여러분도 그런 경험이 있지 않나요?


저는 오랫동안 블루와 연핑크 톤의 소품을 즐겨 사용했습니다. 다이어리, 펜, 휴대폰 케이스까지도 그 두 색을 자연스럽게 번갈아 들고 다니곤 했지요. 블루를 보면 마음이 가라앉고 차분해지는 느낌이 있었고, 연핑크는 늘 제 곁에 따뜻한 온기를 남겨주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것은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늘 안정과 따스함을 동시에 필요로 했던 제 마음의 성향을 보여주는 작은 단서였던 것 같습니다.

블루는 언제나 중심을 잡아주고 싶어 하는 제 마음의 단단한 축 같았습니다. 상담실에서 집중이 필요할 때, 혹은 제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 늘 곁에 있었던 색이지요. 반대로 연핑크는 부드럽고 다정한 관계를 갈망하는 제 또 다른 얼굴을 드러냈습니다. 누군가에게 따뜻하게 다가가고 싶을 때, 혹은 제 자신에게조차 온기를 건네고 싶을 때 손이 갔던 색이었습니다.


제 친구는 흰색과 베이지 톤의 소품을 즐겨 사용했습니다. 노트북 파우치도, 작은 메모장도, 심지어 지갑마저도 비슷한 계열의 색이었지요. 그때는 단순히 ‘깔끔해서 좋다’고 생각했지만, 제가 그 컬러를 봤을 때 느꼈던 감정은 정리와 여백을 필요로 했다는 신호였던 것 같습니다. 흰색은 비워냄의 상징이고, 베이지는 포근한 안정을 전해줍니다. 어쩌면 저는 늘 바쁘고 복잡한 일상 속에서, 그 소품들을 보며 나 자신에게 조용한 쉼을 주라고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던 것이겠지요.

또 어떤 친구는 늘 강렬한 레드 톤의 소품을 들고 다녔습니다. 휴대폰 케이스, 카드 지갑, 심지어 이어폰까지 모두 레드였죠. “왜 이렇게 빨간색만 쓰냐”라고 물었더니, 그 친구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뭔가 힘이 나는 것 같아. 내가 주저앉을 것 같은 순간에도 빨간색을 보면 다시 살아나는 기분이거든.” 그 말을 들으며, 우리는 소품의 색을 통해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무의식이 작은 선택 속에 드러난다고 합니다. 꼭 거창한 사건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무심코 고른 색에는 지금의 마음과 성향이 스며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이는 소품을 통해 자신을 더 단단히 지키고 싶어 하고, 또 어떤 이는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를 표현하기도 하지요.

색의 의미는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블랙이 어떤 사람에게는 권위와 힘을 주지만, 다른 이에게는 답답함과 거리감을 줄 수도 있습니다. 옐로가 밝음과 창의성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불안한 마음을 감추는 가면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색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보다는 ‘내가 왜 이 색에 끌렸는가’를 묻는 것이겠지요.


작은 소품의 색은 그저 취향을 넘어서, 나의 성향과 현재의 마음을 은근히 말해줍니다. 책상 위에 놓인 컵이 밝은 민트색이라면, 어쩌면 지금의 나는 상쾌함과 자유를 갈망하는지도 모릅니다. 늘 손에 쥐는 펜이 묵직한 블루라면, 안정과 집중을 향한 무의식의 선택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갑이나 다이어리의 색이 부드러운 파스텔 톤이라면, 관계 속에서 따뜻함을 나누고 싶은 내 성향이 은근히 드러난 건 아닐까요?


저는 요즘 휴대폰 케이스를 라벤더 퍼플로 바꿨습니다. 처음엔 단순히 ‘예쁘다’는 이유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색이 제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걸 느낍니다. 라벤더 퍼플은 차분함과 동시에 은근한 자신감을 전해줍니다. 돌아보면, 아마도 저는 지금 제 삶에서 그런 균형을 원하고 있는 것 같아요. 조용히 나를 감싸주되, 동시에 한 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주는 색.


우리는 흔히 ‘큰 선택’에서만 나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작은 소품 하나, 그 색을 고르는 순간에도 내 마음은 이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그 순간들이 사실은 나의 성향을 보여주는 거울이었던 거죠.


내일 아침 가방 속 소품을 꺼내 보세요. 그 색이 지금의 나를 어떻게 말해주고 있는지, 조용히 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작은 색 하나에도 나를 이해할 힌트가 숨어 있습니다. 그 깨달음이 일상을 조금 더 단단하고, 또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어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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