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설계하는 심리루틴

3부. 관계 속 성장- 나를 잃지 않는 법

by 나검하랑

14. 같은 관계에서 반복되는 갈등의 구조


"또 똑같은 일로 싸웠어요."

상담실에서 자주 듣는 말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들어보면 이상합니다. 지난주엔 숙제 문제로, 이번 주엔 게임 시간으로, 그전엔 학원 가기 싫다는 것으로 싸웠다고 하거든요.

"그럼 매번 다른 일로 싸우신 거 아닌가요?"라고 물으면, 어머니는 고개를 젓습니다.

"아니요, 느낌은 똑같아요. 매번 그 패턴이에요."

맞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주제는 다르지만, 그 안의 구조는 똑같습니다.


반복되는 건 내용이 아니라 구조인 것 같습니다.

중학생 딸을 둔 한 어머니의 이야기입니다.

월요일엔 "숙제 왜 안 해?"로 싸웠습니다. 화요일엔 "그 옷 입고 학교 가게?"로 다퉜어요. 수요일엔 "폰 그만 봐"로 충돌했죠.

어머니는 말합니다.

"매일 다른 문제로 싸우는데, 왜 이렇게 힘들까요?"

하지만 자세히 보면, 이건 다른 문제가 아닙니다.

모든 갈등의 구조는 똑같아요.


엄마는 자녀에게 "넌 내 말을 안 들어"라는 말을 통해 통제를 하려 하고 딸은 "엄마는 맨날 간섭해"라고 하며 자율성을 지키기 위한 저항을 합니다. 숙제든, 옷차림이든, 폰 사용이든 상관없습니다. 핵심은 '통제 vs 자율성'이라는 구조 안에서 계속 부딪히는 거예요.

"숙제를 시키지 말아야겠다" "옷차림에 대해 말하지 말아야겠다"라고 어머니가 결심한다고 해서 갈등이 사라질까요?

아닙니다.

다른 주제로 또 같은 패턴의 갈등이 반복될 뿐입니다.


한 부부는 매주 다른 일로 다툽니다.

이번 주엔 "설거지를 왜 안 해?"로 싸웠어요. 지난주엔 "애 학원 보내는 거 왜 나만 챙겨?"였죠. 그전 주엔 "주말에 뭐 할지 왜 혼자 정해?"였습니다. 남편 A 씨는 답답해합니다. "우린 맨날 다른 일로 싸워요.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구조를 보면 명확합니다. 아내는 자신의 노력을 알아달라는 요구로 "나는 인정받고 싶어"라고 이야기하고 남편은 "나도 하고 있잖아" 라며 당연하게 여기는 태도를 보입니다. 설거지, 육아분담, 주말계획 등 주제는 다르지만, 구조는 똑같습니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 vs 당연하게 여기는 태도'의 충돌입니다.

만약 A 씨가 "알았어, 설거지는 내가 할게"라고만 한다면 다음엔 다른 주제로 또 같은 갈등이 나타날 겁니다. 근본적인 구조는 그대로니까요.


그래서 구조를 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반복을 끊는 방법, 무엇이 있을까요?

먼저, "우리는 무엇 때문에 싸우나?"가 아니라 "우리는 어떤 패턴으로 싸우나?"를 물어보세요.

중학생 딸과의 갈등이라면, 이번 주 숙제 문제와 지난주 옷차림 문제를 따로 보지 마세요. 대신 이렇게 질문하는 겁니다. "내가 뭔가를 요구할 때마다 아이는 왜 저항할까?" "아이는 나한테서 무엇을 느끼길래 매번 튕겨 나가는 걸까?"

그러면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 아이는 '내 선택을 존중받고 싶은데', 나는 계속 '내가 정해준 길로 가라'라고 하고 있구나.


부부 갈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왜 설거지로 싸울까?"가 아니라 "우리가 싸울 때마다 나타나는 패턴은 뭘까?"를 보세요. 그러면 알게 됩니다.

아, 나는 배우자가 '고마워, 네가 해줘서 도움 됐어'라고 말해주길 바라는데, 배우자는 내가 하는 걸 '당연한 일'로 여기고 있구나.


이제 대화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중학생 딸에게 "엄마가 숙제하라고 잔소리하는 게 아니라, 네가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걸 배웠으면 좋겠어. 엄마가 어떻게 하면 널 덜 간섭하면서도 도울 수 있을까?" 배우자에게는 "나는 설거지가 문제가 아니야. 내가 집안일할 때 '고맙다'는 말 한마디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아. 당신도 그렇지 않아?"


구조를 바꾸면 관계가 바뀝니다. 갈등의 내용을 바꾸려고 애쓰는 것이 아닌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이번엔 숙제로 안 싸워야지"가 아니라, "아이의 자율성을 어떻게 존중할 수 있을까?"

"이번엔 설거지로 안 싸워야지"가 아니라, "서로의 노력을 어떻게 인정할 수 있을까?"


구조가 바뀌면, 같은 주제가 나와도 다르게 반응하게 됩니다.

숙제 이야기를 해도 통제가 아니라 대화가 되고, 설거지 이야기를 해도 다툼이 아니라 협력이 됩니다.


오늘부터 물어보세요.

"우리 관계에서 반복되는 패턴은 무엇인가?"

그 구조를 보는 순간, 비로소 변화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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