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사의 리더십

1부. 상담사의 내적 리더십(나는 나를 어떻게 이끄는가?)

by 나검하랑

05. 소진 직전에서 멈추었습니다.


어느 날 상담을 마치고 문을 닫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나는 몇 사람의 마음을 만났을까.’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일은 단순히 말을 듣는 일이 아닙니다.
그 사람의 감정, 좌절, 분노, 슬픔까지 함께 마주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어떤 날은 상담을 몇 건 하지 않았는데도 하루가 끝나면 마음이 유난히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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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다행히 집과 센터가 같은 건물에 있습니다.

층만 다를 뿐이라 이동시간이 거의 없습니다.
많은 상담사들이 상담을 마치고 집으로 이동하며 하루를 정리한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저는 몇 층만 올라가면 바로 집입니다.
어쩌면 다른 상담사들보다 훨씬 편한 환경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도 어떤 날은 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는 순간 마치 긴 숨을 내쉬듯 몸의 힘이 풀릴 때가 있습니다.

‘아… 오늘은 정말 많이 들었구나.’

마음의 이야기를 듣는 일은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저는 오랜 시간 함께 이 일을 해 온 상담사 동료들을 만났습니다.
각 기관에서 상담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매일 상담 케이스를 맡고, 누군가의 삶의 이야기와 감정을 마주하며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입니다.

대화를 하다 보니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상담을 오래 할수록 사람을 더 이해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예전보다 내 마음도 많이 단단해진 것 같아요.”

분명 성장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이런 말도 이어졌습니다.

“그런데요… 가끔은 너무 에너지가 빠져요.”
“어떤 날은 상담이 끝나고 나면 아무 말도 하기 싫어요.”
“사람을 많이 만나고 온 날은 조용히 있고 싶어요.”


상담사라는 직업은 사람을 통해 성장하지만 동시에 사람을 통해 에너지가 소진되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깊이 듣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감정과 일정 부분 연결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상담사에게도 때때로 이런 순간이 찾아옵니다.

‘나는 지금 잘 버티고 있는 걸까.’
‘지금의 에너지로 계속 상담을 이어갈 수 있을까.’


소진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닙니다.
조용히, 조금씩 다가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우리는 그 신호를 알아차립니다.

예전보다 상담이 끝나고 더 쉽게 지친다든지,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속 어딘가가 무겁게 가라앉는다든지,

잠시라도 사람을 만나지 않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지는 순간들입니다.

이 신호는 어쩌면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지금 당신의 마음도 돌볼 시간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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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는 늘 누군가의 마음을 돌보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 역할을 오래 이어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마음 역시 돌볼 수 있어야 합니다.

어쩌면 상담사의 소진은 이 일을 오래 해 온 사람에게 나타나는 하나의 자연스러운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가끔 이런 질문을 제 자신에게 던집니다.

‘오늘 나는 몇 사람의 마음을 만났을까.’
그리고 그다음에
‘오늘 나는 내 마음을 얼마나 돌보았을까.’




Q. 나는 상담을 마친 후 내 마음의 상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는가?


Q. 상담사로서의 역할을 내려놓는 나만의 방법이나 시간이 있는가?


Q. 지금 나의 상담 에너지는 충전되고 있는 상태인가, 아니면 조금씩 소진되고 있는 상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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