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상담사의 내적 리더십(나는 나를 어떻게 이끄는가?)
상담을 하다 보면 내담자나 보호자가 이렇게 말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센터장님을 믿었는데요. 거기 원장님은 왜 좀 이상하죠?”
그리고 이어서 이런 말도 덧붙입니다.
“너무 속상해요. 센터장님이 제 이야기를 너무 잘 들어주셔서 저는 정말 친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이 말을 들을 때 상담사의 마음은 잠시 멈춥니다.
그분의 속상함은 이해가 됩니다.
어딘가에서 실망을 경험했고, 그 감정을 털어놓고 싶은 마음도 느껴집니다.
하지만 동시에 상담사의 마음속에는 또 다른 질문이 올라옵니다.
‘지금 이 대화는 어디까지 들어야 할까.’
상담사는 관계를 통해 신뢰를 만듭니다.
그래서 많은 보호자들이 상담사를 편안한 사람으로 느끼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 관계가 전문가와 내담자의 관계를 넘어 개인적인 친밀감으로 이동하려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바로 이런 순간입니다.
상담사는 그 이야기를 충분히 공감해 주어야 할까요. 아니면 어느 지점에서 멈추어야 할까요.
특히 다른 기관이나 다른 전문가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질 때 상담사는 더 신중해집니다.
상담사는 누군가의 편이 되어 다른 전문가를 평가하는 위치에 서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눈앞에서 속상해하는 보호자의 마음을 외면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상담사는 조심스럽게 균형을 잡습니다.
“많이 속상하셨겠어요.”
“그 상황에서 그런 감정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대화가 특정 사람을 평가하거나 판단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도록 부드럽게 방향을 조정합니다. 그럴 때 저는 종종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나는 상담사이지 동네 친구는 아니잖아.’
상담사는 따뜻하게 공감해야 하지만 동시에 관계를 지켜야 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너무 가까워져도 안 되고 너무 멀어져도 안 됩니다.
이 미묘한 거리를 지키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상담사의 윤리와 리더십이 드러납니다.
상담사는 사람을 이해하는 사람이지만 누군가의 편을 들어 관계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공간을 지켜 주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윤리적 기준은 상담사를 묶어 두기 위한 규칙이 아닙니다.
오히려 상담사가 흔들리는 순간, 다시 중심을 잡게 해 주는 기준입니다.
그래서 상담사는 늘 배우고, 돌아보고, 질문합니다.
“지금 나는 어떤 상담사로 선택하고 있는가.”
윤리적 딜레마 앞에서의 선택은 상담사의 실력을 보여주는 순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상담사의 가치관이 드러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결국 상담사의 리더십은 내담자를 이끄는 능력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기준을 돌아보고 신중하게 선택할 수 있는 태도.
어쩌면 그것이 상담사가 오래 이 일을 이어갈 수 있게 하는 또 하나의 리더십일지도 모릅니다.
Q. 나는 내담자와 보호자와의 관계에서 어디까지 친밀해지고 있는가?
Q. 공감과 개인적 친밀감 사이의 경계를 잘 지키고 있는가?
Q.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을 때 다른 사람을 평가하는 위치에 서고 있지는 않은가?